[풍경+생각]보도블럭

  저것은?

  보도블럭!

 연말 눈에 띄면 불안한 풍경 중 하나다.

 관공서의 연내 예산 소진의 대표적 사업인 탓이다.

 ‘예산 낭비’ 고질병으로 찍힌 지 오래다.

 올해도 몇몇 지점에서 보도블럭 공사 현장이 목격된다.

 ‘또…’ 라는 의심의 눈초리 발동하지 않을 수 없다.

 “오해입니다.” 구청에선 손사래다.

 예산 소진용 공사는 ‘옛말’이라고 장담한다.

 “지금은 제도가 개선돼 낡은 관행에서 탈피했다”는 것.

 대부분의 지자체가 조례를 제정해 이를 통제하고 있다고 덧붙인다.

 ‘10년 미만 보도블럭 교체 금지’ ‘보도공사 실명제’ ‘12~2월 사이 공사 금지’ 등이 담겼다고.

 부산에선 한 지자체가 ‘연말 소모적 보도블럭 교체 공사 전면 금지’를 선언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지금 광주 몇몇 지점의 보도블럭 공사는 뭔가요?

 해당 지자체의 답은 이렇다.

 “연중 수립된 계획에 따른 월별 공사”란다. 예정된 사업이라는 설명.

 그러면서 연중 공사 일정을 보내왔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구청의 해명을 수긍할 수밖에 없다.

 지적은 추상적이었으나 방어(행정)는 이토록 구체적이다.

 ‘보도블럭 노이로제’는 구청도 한가지임을 짐작할 수 있겠다.

 ‘낙인’은 이토록 강렬한 것.

 해소까진 쌓아온 시절 만큼의 ‘속죄’가 필요할지 모르겠다.

 연말 보도블럭 공사가 일깨운 우리 시대의 웃픈 자화상.

 ‘원죄’의 무게를 일깨우기에 충분하다.

 채정희 기자 good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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