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생각] 마스크
우리 이제 그만 만나자.
성격 차? 그거라곤 못하겠다.
숨이 차! 정도로 할게.
아니 진짜 이유는 다른 만남을 위해서야.
첫 만남, 강렬했지. 어찌 잊을까.
오매불망 간절함에 너 찾아 거리 헤맸던 기억이 선해.
그 넘치는 구애 행렬에 상봉 일까지 요일로 나눴잖아.
벌써 2년여 전이네.
이후, 참 오래 붙어 다녔지.
먹고 잘 때 빼놓곤 늘 함께였던 것 같아.
낯섦을 이토록 익숙게 한 시간의 힘이라니.
그런데, 그 익숙함이 다른 설렘을 찾게 만들더라.
여름에도 붙어 다녀야 한 건 차라리 고통이었지.
진땀을 피할 수 없었던 날들의 연속.
겨울엔 좀 나았나?
몸을 감싸 온기를 더해준 건 고마웠어.
덕분에 감기는 모르고 살았던 것 같아.
지금도 네가 필요 없는 건 아냐.
너와의 인연은 질겨서 다시 엮일 일 많을지도 알아.
미세먼지 혼탁한 날이면 또 제일 먼저 생각나겠지.
그러하나, 이젠 가끔만 그리워하자.
다른 만남도 필요하잖아. 삶은 계속되니까….
그동안 너 때문에 포기했던 걸 회복하고 싶어.
너와 결별해야만 가능한 세상, ‘일상’을….
(포항 호미곶 동상과 마스크)
채정희 기자 goodi@gjdream.com
채정희 기자
goodi@gjdrea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