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란 교수 자녀 교육 일기][
초등학교 5학년이 되는 자녀가 기분이 안 좋을 때 곁에 있는 사람에게는 무슨 말인지 들리지도 않는 낮은 음성으로 투덜거리는 일이 많아졌다고 걱정하는 어머님을 만났습니다. 그동안 부모님의 요구에 잘 응하던 자녀라도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자녀는 자신의 의지와 욕구를 뚜렷하게 알 수 있게 되면서 하기 싫은 일은 거부하고 싶고, 하고 싶은 일은 더욱 강하게 자신의 의견을 명료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성장한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동안 학교와 가정에서 받은 교육과 훈육에 의하면 원하지 않는 상황일지라도 어른들 앞에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기보다는 “예” 라고 대답하고 성인의 요구에 순종하고 따라야 한다고 배웠기 때문에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초등학교 고학년의 뇌는 성인의 뇌와 크기는 같으나 발달이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미완성의 상태이며 특히 폭발적인 충동을 담당하는 전두엽은 계속 발달 중이어서 자녀 자신들 역시 자신의 정서를 조절하지 못해 스스로도 혼란스러워합니다.
뇌 발달을 연구하는 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감정이나 충동을 조절하는 뇌의 전두엽은 여자 24세, 남자 30세쯤에 완성됩니다. 청소년은 체격도 크고 성숙해보이기 때문에 어른만큼 판단할거라고 기대하고 있지만 청소년들이 이해할 수 없는 말과 행동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청소년이 의도적으로 나쁜 행동을 하여서 반항한다고 생각하곤 합니다. 그렇지만 생각, 판단, 계획, 충동조절, 감정조절 등을 관장하는 전두엽은 초등학교 5∼6학년, 혹은 중학교 1∼2학년 때 대대적인 확장공사를 시작합니다.
결국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이전에는 약속도 잘 지키고 성인의 말씀을 잘 따르던 아이가 갑자기 화를 내거나 성인의 지시를 못 알아들은 척하면서 반항한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런데 청소년기에는 이성적으로 행동하거나 논리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이 발달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사 중인 집처럼 머릿속이 어수선하고 혼란스러워서 자녀가 미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이런 상황이 가장 정상적인 발달입니다. 가장 좋은 것은 모든 연령의 자녀가 자신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지금 현재의 상황이 자신의 생각과 다른 점은 무엇인지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주셔야 합니다.
미국의 심리학자 수잔 데이비드는 ‘고통스러운 감정을 느끼지 않아도 되는 것은 죽은 사람뿐이다’ 라고 말할만큼 감정은 삶의 일부이고 감정을 느끼는 일이 두려워지면 진심으로 살아가는 일 역시 불가능해집니다. 우리가 느끼는 불안, 분노, 실망, 슬픔, 죄책감, 두려움, 수치심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은 감추고 억눌러야하는 불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부모님께서 먼저 인정해주셔야 합니다. 매일 느끼는 다양한 감정은 우리에게 삶의 방향과 기회를 알려주는 나침반 역할을 해주는 것이므로 자신의 감정이 어떤 것이든 느끼고 표현할 수 있도록 허용해줘야 합니다.
그리고 아이가 하는 모든 행동은 아이가 자신의 분노를 조절하는 방법입니다. 더군다나 자신만의 영역인 방에 들어가서 하는 행동은 마음껏 수용하시기 바랍니다. 분노나 화를 내는 것은 자신만의 고유한 감정이고 감정은 부정적인 감정을 마음껏 표현하도록 가정에서는 허락해주는 것이 무척 필요하고 중요합니다.
특히 혼잣말은 언어학자인 촘스키가 의미있는 언어 형태라고 밝혔습니다. 자신의 행동을 조절하기 위한 방법으로 자신의 행동을 통제하고 조절하기 위한 전략입니다. 자녀는 자신의 화나 분노를 어떻게 하면 조절하는지 아이는 자신만의 노하우(know-how)를 알고 노력하기 위한 전략으로 자신의 방에서 자신의 감정을 다 조절해서 분노를 낮추고 나올 때 그저 아이가 방에서 나올 때까지 부모님께서 기다려주신다면 자녀는 부모님 앞에서 큰 목소리로 당당하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건강한 아이로 성장하게 될 것입니다. 문의 : kimklan@kwu.ac.kr
김경란 교수 (광주여자대학교 유아교육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