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 전라도]
[역사 속 전라도] 한반도의 첫수도 모로비리국 ‘고창’
고창군(高敞郡)은 전라북도 서남부에 있는 군으로 서북쪽은 서해와 곰소만에 접하며 동남쪽은 노령산맥이 이어진다. 곰소만은 곰처럼 생긴 만과 대죽도(大竹島)와 죽도(竹島) 앞바다에 깊은 소(沼)가 있어 곰소만이라 하였고 웅연만 또는 줄포만으로 불렸다. 노령산맥 사이에 충적평야가 형성되어 전라북도의 주요 곡창지대를 이룬다. 서해와 노령산맥의 영향으로 눈과 비가 많이 내린다.
고창은 서진(西晉)의 역사학자 진수(陳壽)가 편찬한 삼국지(三國志)의 위지(魏志) 동이전(東夷傳)에 모로비리국(牟盧卑離國)의 한반도 최초의 수도로 비정했다. 모로비리국은 마한 54 소국의 맹주로 청동기 문화를 배경으로 해양 문화를 꽃피운 나라이다. 모로비리국은 보리와 띠가 펼쳐진 비옥한 평야라는 뜻이며 54 소국의 하나인 백제에 복속되어 모량부리현(毛良夫里縣)으로 불렸다.
마한 54 소국의 맹주로 해양문화 꽃피워
신라 경덕왕의 한화정책으로 고창현(高敞縣)으로 개칭됐다. 1896년 8도제를 13도제로 변경하자 전라도가 남도와 북도로 분도(分道)되어 전라남도로 1907년 전라북도에 편입됐다. 1914년 남부의 무장군, 북부의 흥덕군을 고창군으로 통폐합했다. 서해안고속도로와 고창담양고속도로가 지나가며 전북에서 전주와 가장 멀리 떨어진 군으로 전남과 전북의 문화를 공유하고 있고 광주광역시가 생활권이다.
고창읍성(高敞邑城)은 조선 단종 때 야산을 이용하여 바깥쪽만 성을 쌓은 옛 읍성이다. 사적 제145호로 지정됐고 모양성(牟陽城)이라고 부른다. 성을 밟으면 무병장수한다는 전설 때문에 성벽밟기 풍습이 전해진다. 1871년 흥선대원군은 고창읍성에 척화비를 세웠다. 무장읍성(茂長邑城)은 조선 태종 때 흙과 돌을 섞어 축성한 읍성으로 1894년 동학농민혁명이 시작된 곳이며 일제 강점기에 성벽과 건물을 허물었다. 무장읍성의 관아에서 사용되지 않은 비격진천뢰가 출토됐다.
고창 청보리밭 축제는 '2022 대한민국 대표브랜드 대상'에서 생태관광 축제 부문 대표브랜드로 선정됐다. 국내 최대 고창 청보리밭은 드라마 '도깨비'와 영화 '늑대소년'의 촬영지이자 '보릿고개' 노래비가 설치된 곳이며 청보리는 아직 여물지 않은 푸른 보리를 말한다. 람사르 습지 등록과 서해안권 국가 지질공원으로 인증된 운곡습지는 멸종 위기의 야생동물을 비롯한 희귀식물을 관찰할 수 있다.
선운사에 가신 적이 있나요?
풍천장어(風川長魚)는 풍천강과 황해가 만나는 고창 선운산 어귀에서 잡히는 장어를 말한다. 장어는 민물에서 성장하여 바닷물과 민물이 합해지는 지역에 머물다가 산란을 위해 태평양으로 회유한다. 장어가 바닷물과 바람을 함께 몰고 들어온다고 해서 ‘바람 풍(風)’ 자와 ‘내 천(川)’ 자를 써서 풍천장어라고 한다. 고창의 특산물이자 거시기에 좋다고 하는 복분자와 풍천장어가 만나면 요강이 뒤집힌다고 전한다.
선운사(禪雲寺)는 577년 백제 위덕왕 때 검단선사가 창건한 천년고찰로 신라의 진흥왕이 왕위를 버리고 도솔왕비의 영생을 위해 도솔암을 세웠다고 전한다. 동백나무 숲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송창식은 '선운사에 가신 적이 있나요. 눈물처럼 동백꽃 지는 그곳 말이에요'라고 노래했고 서정주는 '선운사 골째기로/선운사 동백꽃을 보러 갔더니/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않았고/막걸릿집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에/작년 것만 상기도 남었습디다/그것도 목이 쉬어 남었습디다'라는 시를 남겼다.
서일환 (언론학박사·첨단재활요양병원 본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