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대영의 영화읽기]‘더 테러 라이브’

한정된 공간에서 시작하고 끝나는 영화를 우리는 종종 만난다.

익히 알려진 영화로는, 경찰인 맥클레인(부르스 윌리스)이 34층 빌딩을 무대로 테러리스트들을 상대하며 고군분투했던 `다이하드’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다이하드’는 고립되고 밀폐된 공간에 인물들을 몰아넣고, 극적인 긴장을 이끌어내며 액션영화의 교과서로 남았다.

`다이하드’가 고층건물을 통째로 활용했다면, `더 테러 라이브’는 방송국을 벗어나지 않는다.

윤영화(하정우)는 5년째 TV마감뉴스를 진행하다 라디오프로그램 진행자로 좌천된다. 이유는 정기적으로 뇌물을 받았다는 것과 남의 특종을 가로챈 것이 들통났기 때문이다.

라디오진행 도중 테러범은 자신의 억울함을 대통령으로부터 사과 받고자 윤영화의 존재감을 이용하려 하고, 윤영화는 자신의 자리를 되찾고자 테러범과의 전화연결을 단독 TV생중계로 내보낼 것을 고집한다. 말 그대로 `특종’에 대한 독점!

그러니까 `더 테러 라이브’는 제목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테러를 생중계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인간들의 아귀다툼을 보여주는 영화이다.

문제는, 영화가 방송국을 벗어나지 않으니 답답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을 터인데, `더 테러 라이브’는 이 난관을 돌파하는 장치를 준비해 놓는다.

97분의 상영시간 동안, 이 영화는 라디오스튜디오를 벗어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지루할 틈이 없는 것은, 각도를 달리한 앵글로 담아낸 다양한 쇼트를, 편집으로 계속해서 이어 붙이며 긴박감을 준 것이 첫째 이유일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이 영화 속의 인물들은 좁은 공간속에 갇혀있다 하더라도 마음속으로는 끊임없이 자신들의 욕구충족을 위해 전진한다는 점이다.

윤영화는 아내와의 재결합과 메인 앵커로의 복귀를 위해서 사투를 벌이고, 보도국장(이경영)은 시청률만 오를 수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자세로 자신의 에너지를 쏟아내며, 테러 전담 수사관(전혜진)은 방송국과 청와대 사이에서 자신의 자리가 위협받지 않도록 매진하는 것이다. 여기에다 경찰청장은 경찰청장대로 테러범에 대해 위압적인 태도로 일관하며 자신의 역할을 기꺼이 수행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들은, 행동은 제약을 받지만 심경은 용솟음치는 인물들인 것이다.

`더 테러 라이브’가 공간의 폐쇄성을 역으로 이용하고 있는 대목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예컨대 테러범이 윤영화의 방송용 이어폰에 폭탄을 장착하여 옴짝달싹 못하도록 조종하고 있는 설정은, 영화 `스피드’에서 버스가 시속 80km이하로 떨어질 시에는 폭파되므로 속도를 멈출 수 없는 것과 비슷한 효과인 것이다.

또한, `더 테러 라이브’는 방송매체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서슴지 않고 있기도 하다. 보도국장이 윤영화의 치부를 타 방송국에 넘기면서, 타 방송의 앵커가 윤영화를 공격적으로 인터뷰하는 대목은, 시청률 제고에 목숨 거는 방송국의 생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설정인 것이다.

그렇다고 마냥, `더 테러 라이브’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기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영화의 전개 속도가 빨라서, 눈치 채기가 쉽지 않아서 그렇지 군데군데 허점이 노출되기 때문이다. 특히, 전화통화의 목소리로 등장하는 테러범의 위치 추적이 영화가 끝나도록 확인되지 않는 점은, 첨단의 시대를 역행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여튼, `더 테러 라이브’는 공간의 제약을 장점으로 승화시킨 영화이자, `테러’라는 상징적인 장치를 통해 방송매체의 잔인성을 고발하는 영화이다.

조대영 (영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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