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란 교수 자녀교육 일기]
초등학교 3학년 아들아이가 우는 모습을 보면서 화난 표정으로 “울면 안 된다”고 단호하게 말씀하는 아버지를 보았습니다. 자녀가 어렸을 때는 울면 안아주고 달래주었지만, 초등학교 3학년 남자 아이라면 절대 우는 행동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2년간 아이들은 코로나 19로 정상 등교가 어려웠기 때문에 수면, 여가, 학습 시간이 권고수준을 충족하는 균형잡힌 생활을 하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자신의 생활이 균형잡힌 생활을 한 아동은 10명 중 1.27명에 불과했다는 ‘코로나 19시기, 아동의 일상균형과 빈곤가구 여부에 따른 행복감 비교’보고서에서 밝히고 있습니다,
아동들은 수면·공부·운동·미디어 이용 등 4개 핵심 활동 시간이 권장기준에 부합할수록 더 큰 행복감을 느끼지만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 2020년 10월 19일~12월 24일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 1825명의 하루 일상(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아동행복생활시간조사)을 권장기준과 비교한 결과, 수면을 제외한 나머지 활동 시간은 대체로 권장기준에 부합하지 못했습니다.
운동은 하루 1시간 이상 권장되지만, 운동 시간이 짧았던 아동은 1693명(92.8%)이었고, 미디어를 하루 2시간 이상 초과 사용한 경우는 979명(53.6%)이었습니다.
공부시간은 권장시간보다 긴 경우가 879명(48.1%)이었으며, 권장시간에 미치지 않은 아동도 402명(22%)이었습니다. 아동의 경우에는 수면, 공부, 운동, 미디어 이용 등 4개 핵심 활동 시간이 아동 균형생활 권장기준에 부합할수록 더 큰 행복감을 느끼는데 우리 아이들 중 87.3%의 아동만이 균형잡힌 일상생활을 했기 때문에 행복감을 느끼는 아동이 적었고 결국 많은 아이들은 행복감이 낮아져서 자신의 힘든 감정을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입니다.
짜증이나 화내는 방법이 울음이나 말하기처럼 사회적으로 수용되는 방법으로 표현할 수 있는 아이들은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자연스럽게 일상생활을 하는 동안 마음껏 울거나 화를 낼 수 있다면 밝게 성장할 수 있기 때문에 가정에서 자신의 부정적 감정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도록 허용하셔야 합니다.
단지 이때 주의할 것은 동생을 때리거나 물건을 던지는 등의 방법이어서는 안되고 사회적으로 수용되는 방법으로 표현하는 범위 안에서 지지해주셔야 합니다. 그리고 마음껏 눈물을 흘리고 화를 낸 다음에는 왜 화가 났는지, 어떤 일이 슬펐는지 가족과 함께 이야기 나누고 부모님이 공감하면서 타인의 감정에 대해 조망하는 과정도 필요합니다.
초등학교 3학년 남자아이가 눈물을 흘리면서 우는 모습을 보면서 딸이라면 울어도 되고 아들은 울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아버지의 생각에는 남자는 용감하고 씩씩한 모습이어야 하기 때문에 울지 말라고 가르친다면 부모님의 기대 때문에 남자는 슬픈 기분이 들때에도 괜찮은 척하면서 나쁜 기분을 감추라고 가르치게 됩니다.
살다보면 기분이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는데도 남자아이들은 어려서부터 잘 듣는 말이 있습니다.
‘남자가 되라’ 라는 말은 무슨 말인지에 대한 질문을 프랑스의 18~35세 남자들에게 한 결과 98%는 용기가 있어야 하는 것, 58%는 여자보다 뛰어나야 하는 것, 37%는 울지 말아야 하는 것이라고 대답했습니다. 미국의 다큐멘터리 ‘당신이 숨어사는 가면’은 남자다워야 한다는 압박이 남자아이들의 교육과 발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남학생들은 친구들에게 인정받기 위해 짓궂은 신입생 환영 행사를 견뎌야하고 약하다고 평가받는 것이 두려워 속마음이나 외로움을 쉽게 내보이지도 못한다고 했습니다.
한편 호주와 영국에서도 모든 남자아이들에게 마음속 깊은 감정을 끄집어내서 고통을 표현하고 이야기하라는 캠페인을 하고 있습니다. 감정을 표현한다는 것은 자신의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첫 번째 단계입니다. 정서 지능이 높은 사람은 자신의 감정이 어떤 상태인지 정확하게 잘 알고, 자신의 기분이 좋을 수 있도록 마음을 조절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아들과 딸 모두 전통적인 성역할의 틀에 가두지 않고 자유롭고 행복한 성인으로 성장하기 위해 두려움이나 슬픔, 분노 등의 모든 감정을 허용해준다면 아이들은 부정적인 감정을 느낄 때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해서 자신의 어려움을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더욱 건강한 사람으로 성장하게 될 것입니다.
문의 : kimklan@kwu.ac.kr
김경란 (광주여대 유아교육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