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레기 기자들 풍자 그림 전시하는 곳이죠?”

시민들의 전화가 빗발쳤다. 춘천에서, 서울에서, 대구에서, 부산에서, 전주에서, 목포에서 광주는 물론이고 전국에서 전화가 왔다.

“몇 시까지 문 열어요?” “전철에서 내려서 어떻게 찾아가죠?” 문의 전화와 길을 묻는 전화뿐만 아니라 고맙다는 전화도 여러 번 받았고, 언론에 억울하게 당했다는 어떤 관객의 이야기도 들었다. “속이 터져요!” “기자들이 글로 사람 잡아요.” “조국 전 장관 가족은 어떻게 살겠어요.” “대중들은 반복되는 기사를 진실로 믿어버리잖아요!” 

광주 메이홀에서 한국 언론의 문제점을 풍자한 <굿, 바이>전에 찾아온 관객들은 작품 한 점 한 점을 들여다보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언론과 공권력이 한 몸이 되어 사적 이익을 추구하며 가짜뉴스를 퍼트려 당한 억울한 시민들이 찾아와 진실을 이야기하는 자리가 되기도 했다. 

<굿, 바이>전이 광주에서 열린 이유

<굿, 바이>전은 서울민예총의 박성현 큐레이터가 기획한 전시다. 서울에서 전시장을 잡을 수가 없어서 광주에서 전시의 첫 문을 열게 되었고, 참여작가들은 돌아가며 자리를 지켰다. 작가들은 시민 한 명 한 명에게 작품의 상징을 설명했고, 광주시민들은 귀기울이며 작가와 함께 사진을 찍고 엽서와 책을 샀다. 서로 환대로 만나고 그 환대에 “애쓰십니다!”하며 작가에게 밥을 사고 술을 사겠다는 광주시민들이 줄을 섰다. 이런 훈훈한 만남은 전시 기간 내내 이어졌고, 밤 10시까지 관객이 이어졌던 날도 있었다. 

대구 출신 박찬우 작가는 관객으로 찾아온 광주시민들이 식당에서 서로 밥값을 내겠다고 하셔서 요즘도 이런 곳이 있구나 역시 광주시민이다 라고 감동하며 관객을 맞이했다. 

“광주시민들은 특별해요. 전시 오픈식에 김치를 담아온 광주시민도 있었구요. 뒷풀이 비용을 지불하고 전시 기간 중 네 번을 찾아와서 밥을 사주신 분도 있어요.” 
아직도 살아있는 시민 정신에 감동했다. 주먹밥 공동체와 ‘정’을 느끼며 기레기 언론 저격수 작가들은 광주 시민들에게 이 따뜻한 환대를 잊을 수 없을 거라는 감사의 말을 남겼다. 

이 언론 풍자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참다 참다 참을 수 없어서 그림으로 남기게 되었다라고 한다. 언론사 기자들이 쓰는 가짜뉴스가 얼마나 한 인격을 죽이는지 그리고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는지 눈 뜨고 볼 수 없는 일들이 한국에서는 날마다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박찬우 작가는 가짜뉴스나 국민의 눈을 가리는 글을 퍼트리는 기자들의 키워드에 기자 이름을 쓰고 ‘기자 캐리커처’를 그려서 하나씩 SNS에 올린 것이 120명의 기자로 모아졌고, 그 풍자 작품들을 한 자리에 모아 벽에 붙이고 ‘기레기 십계명’을 써서 붙여놨다. 한 벽 전체를 차지하고 있는 이 대형 작품은 대한민국 현 언론의 얼굴이다. 이 풍자작품 앞에서 시민들은 기자들의 면면을 살피며 어떤 기사를 썼는지 스마트 폰으로 찾아보며 검증하기도 했다. ‘기레기 십계명’을 노래로 만들겠다는 작곡가도 나타났다. 이 작품이 들어간 포스터는 너무 인기가 좋았다. 

광주시민들이 전시 참여작가들에게 밥을 사고 술을 사고 환대하는 이유가 뭘까? 잘 알지도 못하는 처음 만난 작가에게 광주 시민들은 왜 이렇게 마음을 다할까? 
1980년 5월 광주시민들은 군부 쿠데타에 저항하고 있었다.

그 당시 신문과 방송들은 전두환 권력이 원하는 가짜뉴스를 내보냈고 현장에 있는 민주시민들이 오히려 폭도로 내몰리고 있었다. 광주시민들이 진실을 말하면 언론이 나서서 유언비어라며 권력자의 말을 받아썼다. 

"기자의 영향력을 너무 잘 알기에"

언론은 광주 시민들을 믿을 수 없는 사람들로 몰아갔고, 북한군의 소행이라고 이념 프레임을 씌우는 자들의 말을 인용하는 글을 담아 공공연하게 뉴스를 만들어 전국에 퍼트렸다. 눈앞에서 군인의 총에 의해 시민들이 학살당하고 있는데 폭도들에 의해 군인들이 죽어가고 있다는 뉴스를 본 광주 시민들은 분노했고, 광주MBC 건물이 불탔다. 이 사건은 1980년 5월 광주의 상징적인 사건이다. 

광주시민들은 10일간의 항쟁에서 은행도 털지 않았고 좀도둑도 없었다. 오히려 시민군에게 주먹밥을 나누었고, 헌헐하기 위해 병원 밖까지 줄을 섰다. 그리고 위르겐 힌츠페터라는 독일인 기자에 의해 광주의 진실이 세계에 알려졌다. 

대한민국 기자는 가짜뉴스를 쓰고 있을 때, 목숨을 걸고 현장 사진과 영상을 해외에 알린 위르겐 힌츠페터는 기자정신을 보여준 광주의 은인이다. 기자협회에서 박찬우 작가를 명예훼손으로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한다. 기자들이 기사를 쓸 때 기자로서 명예를 생각하고 쓰고 있는지 돌아볼 일이다. 

이번 메이홀에서 열린 <굿,바이>전에 평화의 소녀상 작가 김운성, 김서경 작가도 참여했다. 김서경 작가는 기자정신의 상징으로 위르겐 힌츠페터 기자를 소조로 빚어 트로피처럼 만든 작품을 전시하고 있었다. 그 작품 앞에서 한 명의 기자가 얼마나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는가? 역사를 바로 잡을 수 있는가를 생각했다. 기레기 저격수 같은 언론 풍자작품도 있지만 이 전시에는 기자의 상징이 된 위르겐 힌츠페터를 기리는 작품도 있었다.

이 예술가들에게 광주시민들이 너도나도 밥을 사는 이유다.
주홍(메이홀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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