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란 교수 자녀교육 일기]
지난 3월, 중학교에 입학하는 딸이 화장품을 사주면 더욱 열심히 공부하겠다는 말을 듣고 기특한 마음에 입학 선물로 준 뒤 후회된다는 어머님을 만났습니다. 중학교 입학 이후 학교 담임선생님과 전화 면담을 하였는데, 자녀가 학교에 화장품을 가지고 와서 쉬는 시간에 화장하고 수업시간이면 거울을 보는 데 열중인 학교 생활을 알게 된 것입니다.
자녀가 귀가하자마자 딸 아이 가방에 있는 화장품을 빼앗고, 아이가 등교할 때에는 가방 검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딸아이가 너무 갖고 싶어했지만 중학교 입학 때 화장품을 선물해준 것을 너무 후회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딸아이는 화장품을 너무 갖고 싶었기 때문에 학교에 가져가고, 쉬는 시간에 화장하는 것이라는 딸아이의 마음을 설명해드렸습니다.
‘오늘은 딸이 귀가하자마자 우선 아이의 물건이 된 화장품을 자녀에게 돌려주고, 물건을 강제로 빼앗은 일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왜냐하면 어머니께서 자녀에게 선물한 화장품은 선물 받은 아이의 것이기 때문입니다.
결혼식장에서 신부는 부케를 친구에게 던져주는 순서가 있습니다. 그리고 신부가 꽃을 든 모습을 사진으로 촬영하기 위해서 예식을 도와주시는 분은 부케를 받은 신부의 친구에게 ”친구분, 신부님께 잠시 부케를 빌려주세요!“ 라고 말합니다.
청소년기 여학생은 어떻게 하면 자신의 얼굴이 예쁘게 보일까에 관심이 많고, 그래서 화장품을 갖고 싶었던 마음이 가득 했을 것입니다. 아이의 물건이 된 화장품을 어머니가 마음대로 빼앗기 보다는 화장을 언제,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알아가는 동안 가정에서 마음껏 탐색할 수 있는 경험을 허락한다면 아이는 학교에서 더 이상 화장하지 않을 것입니다.
아이들은 새 학년이 되어 선생님은 물론 아이들 역시 새로운 선생님, 친구, 더 어려워진 교과목, 특히 입학한 아이라면 학교생활 전체에 걸친 많은 변화로 환경에 적응하느라 긴장하고 피로도가 높습니다. 그래서 학교에서 긴 시간 생활하는 아이들이 긴장을 풀고 평온한 마음을 누릴 수 있는 곳이 바로 ‘가정’입니다.
그런데 부모님들은 자녀가 가정에서 지내는 동안 더욱 엄격하게 약속을 지키면 습관이 형성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면 더 완벽하게 잘 하는 아이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학교에서 돌아온 자녀에게 “오늘도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왔니? 이제 손부터 씻고…“ 라고 질문과 지시를 쏟아냅니다.
그렇지만 선생님이 아닌 부모가 가정에서 편안하게 모든 것을 수용해줄 때, 아이는 학교에서 더욱 약속도 잘 지킬수 있는 힘을 키울 수 있습니다.
부모님께서는 가정에서는 더 많이 허용해주고 더 많이 사랑하는 표현을 해주시면 자녀의 부정적인 행동은 차츰 감소하게 됩니다.
화장을 하는 아이를 보면서 자녀의 고운 피부가 화장으로 상하는 것이 염려된다면, 깨끗한 피부를 유지하기 위해 화장을 잘 지우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자녀는 간섭이나 잔소리로 생각하지 않을 것입니다. 한걸음 더 나아가 자녀가 시간이 여유로운 주말에는 어머님께서 피부 회복에 좋은 야채나 과일 팩을 만들어 ”엄마는 네 피부가 상할까봐 염려가 되거든, 와서 누워봐, 피부 회복하는 팩을 붙여줄게“라고 말씀한다면, 딸아이는 자신이 원하는 방법으로 자신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어머님의 사랑을 듬뿍 느끼게 될 것입니다.
자녀가 학교와 학원에서 지친 마음을 회복할 수 있도록 가정에서 부모님이 적극적인 지원자가 돼 주세요. 자녀는 부모가 원하는 모습으로 학교 생활을 할 수 있는 에너지를 얻을 것입니다. 문의 : kimklan@kwu.ac.kr
김경란 (광주여자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