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순 호남의 명산] ① 신안 도초도 큰산
7월초 까지 `수국의 섬’ 변신 황홀경
山 전문기자 김희순은 토박이만 알 수 있는 우리 고장의 山을 전국에 알리는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15년째 `월간 山’ 잡지에 `전라도의 명산’을 기고하고 있다. 山을 단순하게 오르고 내리는 대상이 아니라 山의 주인인 나무, 새, 식물, 지질, 그곳에 얽힌 역사와 사람의 이야기까지 입체적인 이해를 높인다. `김희순 호남의 명산’ 시리즈가 격주로 독자들을 찾아간다. /편집자 주/
전남 신안군 도초면은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지구에 접해있어 경치가 빼어나며 남도 섬 특유의 리아스식 해안 절경을 만날 수 있다. 크게 우이도(牛耳島)와 도초도(都草島)로 나뉜다.
도초도는 목포에서 남서쪽으로 약 47km 해상에 비금도, 하의도, 신의도 등과 무리를 이루고 있다. 해안선의 길이는 약 86km, 서울 여의도의 5배 정도 크기이며 우리나라에서 13번째로 큰 섬이다. 북쪽에 이웃한 비금도와는 1996년 길이 937m의 서남문대교가 개통되면서 하나의 섬이나 다름없다.
도초도는 도초면사무소 소재지로 금성산(219m)이 최고봉이다. 섬 남쪽에 위치한 큰산(201m)은 항아리처럼 오목한 시목해수욕장과 어우러져 매우 이국적이다. 2km에 달하는 백사장과 울창한 송림을 끼고 있어 해수욕을 겸한 여름산행지로 적합하다.
해마다 6월 하순부터 7월초에 `섬 수국축제’가 열리고 있다. 지남리 일대 182km2(5만5,000여 평)에는 산수국, 나무수국, 제주수국 등 24만여 본의 다양한 수국을 감상할 수 있다. 2019년 처음 열린 `섬 수국축제’는 외지인들에게 입소문이 나면서 해마다 관광객이 증가 하고 있다. 신안군에서 역점으로 추진하고 있는 꽃 컬러 마케팅인 임자도 튤립, 퍼플섬의 라벤더, 선도의 수선화, 병풍도 맨드라미에 이어 도초도 `수국의 섬’이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항아리처럼 오목한 2km 시목해수욕장
큰산에서 시목해수욕장으로 이어지는 해안선 벨트는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오랜 세월 융기와 침식으로 형성된 기암괴석과 점점이 떠 있는 섬 들의 군무는 감탄사를 연발하게 한다.
코스가 다소 짧은 것이 아쉽지만, 짧은 만남에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의외로 감동이 크다. 산이 낮아 표고차가 크지 않고 등산로 정비도 잘 되어있어 쉬엄쉬엄 다녀올 수 있다.
산행은 시목해수욕장에서 시작해 원점 회귀 가능하다. 산행들머리는 시목해수욕장 입구 직전 `도초시목해수욕장 ’표지석이 있는 고개마루에서 시작한다. 밭 사이로 작은 길을 지나면 사스피레나무가 우거져 터널처럼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준다.
큰산은 전체적으로 민둥산에 가깝다. 키 작은 소나무가 듬성듬성 있고 납작한 잔디밭을 걷는 듯한 느낌이다. 10분 정도만 오르면 시야가 트이고 시목해수욕장과 인근 섬들이 조망된다. 동쪽으로 죽련저수지와 죽련염전이 펼쳐져 있고 중심에 금성산이 우뚝 서 있다. 섬에 들어와 있다는 느낌보다는 내륙의 어느 산에 오른듯한 기분이다.
실제로 도초도에는 신안군에서 가장 넓은 고란평야가 펼쳐져 있어 1년에 6,000톤 가까이 쌀을 수확한다. 예부터 “비금도에는 부자가 많고 도초도에는 인재가 많다”고 했다. 비옥한 땅에서 농사를 지어 돈을 벌어 자녀들을 도시로 유학 보냈고 자연히 법조계 인사가 많이 배출됐다고 한다.
첫 번째 쉼터에서 완벽한 초승달에 가까운 시목해수욕장의 진면목이 보인다. 등산로 입구에서 2km, 40분이면 사방으로 막힘이 없는 전망대에 도착한다. 북쪽으로 자은도 두봉산과 안좌도, 남쪽으로 하의도까지 보인다. 안내도에는 이곳을 정상으로 표기하고 있지만 실제 정상은 좀 더 위쪽에 있다.
피서 겸한 여름 산행지 제격
화강암봉들이 시작되는 곳부터 깍아지른 절벽지대지만 안전한 철제난간이 설치되어 있다. 작은 봉우리를 오를 때마다 각도가 다른 풍경들이 보여 지루할 틈이 없다. 함께한 일행들이 스마트폰으로 연신 사진을 찍으며 “통영의 대매물도 보다 더 아름답다”라고 말한다. 제주도 외돌괴 같은 바위를 지나고 커다란 바위의 허리를 안고 돌아서기도 하지만 크게 위험하지는 않다. 정상석은 없지만 목재 구조물이 있는 곳이 실제 정상이다. 대야도, 경치도, 산의도, 석황도 그리고 우이도까지 보이는 환상적인 조망이다.
정상에서 끝봉으로 가는 길은 명품조망의 연속이다. `임도 0.54km’ 이정표를 만나면 직진해야 한다. 떡시루바위 너머로는 모래언덕으로 유명한 우이도 상산(361m)이 가까이 보인다. 굽은 소나무 숲을 지나면 급경사 내리막이다. 슬랩지대는 고래등처럼 넓다. 안전시설이 있기는 하지만 미끄럽에 주의해야 한다.
내리막 끝 안부에 멋진 의자가 있다. 한석규 주연의 영화 `쉬리’에 나왔던 제주도 `쉬리벤치’가 연상된다. 멍에섬, 대야도, 자라바위, 농간바위 경치와 바다의 낭만을 느끼기에 좋은 공간이다.
실질적인 산행은 끝나고 트레킹과 다름없는 길이 시작 되지만 부엉이바위, 악어바위 등 볼거리는 계속된다. 물에 잠길 듯한 바위가 `농간바위’도 명소다. 농간바위는 운무가 서려 있을 때는 움직이는 듯한 신기한 현상을 볼 수 있다고 한다. 갈림길 이정표에서 시목해수욕장까지는 2.1km 임도와 다름없다. 구불구불한 해안선의 경치와 바닷바람이 있어 크게 지루하지는 않다. 15분 정도면 시목해수욕장 백사장에 들어선다. 감나무가 많아서 `시목’이라는 이름을 얻었지만 지금은 감나무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 반달처럼 오목한 시목해수욕장은 해송이 울창하고 모래가 매우 깨끗하다.
산행 길잡이
*도초 시목해수욕장 표지석-쉼터-조망바위(202m)-암릉지대-정상-조망바위-벤치(쉬리벤치)-갈림길-부엉이바위-갈림길-공터-임도-숲길산책로이정표-시목해수욕장-팔각정(7km 3시간)
교통(061)
도초도 가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목포항(연안여객터미널)에서 도초도로 직접 닿는 방법(쾌속선/50분)이고, 다른 하나는 목포 북항에서 자동차를 차도선에 싣고 비금도에 도착(차도선/2시간)하여 연도교(서남문대교)를 통해 자동차로 들어가는 방법이다.
그리고 압해도 송공여객터미널에서도 출발한다. 07:50, 14:00 2회 출항한다. 1시간10분 소요되며 1인 편도7900원이다. 비금도 가산항에 도착한다. 도초도 큰산까지는 25km 거리다.
공영버스가 있지만(1,400원) 단체로 이동하기에는 불편하다 25인승 전세버스(011-642-9898) 도초 개인택시(275-9993)가 수시 운행중이다. 1인 9000원(왕복). 단체는 송공항 예약사무실(271-9917)에 사전예약 해야 한다.
글·사진= 김희순 山 전문기자 yaho1158@hanmai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