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순 호남의 명산(3)]완도 금당도 금당적벽길
세포리전망대까지 9km 트레킹코스 새로 선봬
전라남도 완도군에 위치한 금당도(金塘島)는 이순신 장군의 승전지다. 정유재란이 있었던 1598년, 왜군 함대 100여 척이 3도 수군통제영이 위치한 완도 고금도를 공격하기 위해 거금도와 소록도 바닷길로 들어선다.
미리 대비하고 있던 조선 수군은 금당도에서 출병해 지금의 거금도와 연홍도, 고라금 해수욕장 인근에서 격렬한 교전을 펼친다. 이 전투에서 이순신 장군은 넓은 바다에 유리한 학익진 전법으로 적선을 포위한 후 함포로 왜선 50척을 수장시키는 대승을 거둔다. 절이도 해전을 기념하기 위해 거금대교 휴게소에 승전탑이 있다.
금당도의 행정구역은 완도지만 생활권은 고흥에 가깝다. 고흥 우두항에서 금당도까지 뱃길로 15분 거리며 금당도와 고흥 거금도는 형제처럼 마주하고 있어 역사 환경적으로 많은 부분이 연관되어 있다. 금당도와 거금도 기반암은 같은 판에서 융기한 것으로 보인다.
거금도에는 큰 금맥이 있어 거억금도(巨億金島)라 불렸으며 지명에 금‘金’이 들어간다. 금당도 역시 금‘金’이 들어간다. 문화해설사 박동훈(68)씨에 따르면 금당도 하우도에서 예전에 금을 채광했다고 한다.
금당도는 5개의 작은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다. 비록 높이는 낮지만 각각 특색이 분명하다. 동쪽 능선에 공산(138m)과 금당산(178m)이 있고, 서쪽 능선에 삼랑산(219.8m), 오봉산(176m), 봉자산(188,6m)이 있다.
울포항에서부터 다섯봉우리 당일 종주산행이 가능하다. 모두 바위산이며 주능선에는 세찬 해풍을 맞고 자란 키 작은 소나무들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한여름에는 바위에서 올라오는 지열과 뙤약볕을 각오해야 한다.
금당도 명물 금당팔경을 연결한 길
금당도가 보물섬인 이유는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금당팔경’ 때문이다. 병풍바위, 부채바위, 스님바위, 교암청풍바위, 초가바위, 남근바위, 코끼리바위, 연산호군락지로 구성된 금당팔경은 파도와 해풍이 빚은 세상에 하나뿐인 조각품이다. 조선 후기 실학자 위백규(魏伯珪 1727~1798)는 금당도의 경치에 반해 ‘금당별곡’이라는 시조에 이곳의 아름다움을 기록했다.
금당도에는 특별한 관광자원이 없다. 최고봉 삼랑산을 찾는 등산객 외에는 외지인 발길이 뜸한 편이다. ‘금당팔경’도 해안가에 집중되어 있어 유람선으로 관광하는 정도고 머무는 관광객은 많지 않다.
하지만, 금당도가 2021년 ‘가고 싶은 섬 가꾸기’ 사업에 선정되면서 섬에 새로운 트레킹코스가 만들어지고 있다. 그동안 접근이 어려웠던 해안선을 따라 금당의 명소 금당팔경 일부를 걸어서 갈 수 있도록 조성했다. 이 중 교암청풍바위는 독특한 지질 현상이 잘 나타난 곳으로 지질학자들이 연구를 위해 단골로 찾는 곳이다.
금당팔경 으뜸 8코스 `금당적벽길’
총 28.5km의 금당팔경길은 비견도와 하우도를 제외한 금당도 8개 마을과 기존의 등산로, 해안절벽 등 명소를 두루 거치는 트레킹코스다. 전체코스는 1코스 울포귀범길(1.3km), 2코스 공산제월길(3.0km), 3코스 성산효종길(3.5km), 4코스 학령낙조길(2.5km), 5코스 사봉세우길(2.8km), 6코스 화도모운길(1.3km), 7코스 각암목적길(2.0km), 8코스 적벽청풍길(1.5km)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8코스 적벽청풍길(금당적벽길)과 교암청풍바위길은 금당팔경길 중 하이라이트다. 백패킹 성지로 알려진 세포전망대(적벽청풍)와 바다위에 떠 있는 소나무 수석인 가마바위, 지질학박물관인 교암청풍바위를 한번에 구경할 수 있다.
8코스 금당적벽길은 울포항 대합실 뒤쪽에서부터 출발한다. 요망산(97m) 해안 능선을 따라가는 등산로는 이정표가 없어 방향 잡기가 쉽지 않다. 헷갈리는 지점마다 산행표지기를 걸어 두었다. 40분 정도면 숲길을 벗어나고 포장도로를 만난다. ‘가마바위 0.8km, 울포대합실 1.4km’이정표에서 가마바위 방향으로 가면 세포리가 나온다.
산 위로 오르는 등산로는 무시하고 세포리까지 포장도로를 이용한다. 세포리에서 0.3km 이동하면 삼거리 갈림길이다. 이곳에서 가마바위와 교암청풍바위는 1km, 세포 전망대는 2km 거리다. 먼저 교암청풍바위와 가마바위를 보고 난 후 되돌아와서 세포 전망대로 가는 것이 좋다.
금당도 절정 가마바위·교암청풍바위
가마바위로 가기 위해서 팔각정 왼쪽에 이정표가 부러진 대나무 숲으로 들어선다. 깊숙한 만(灣)이 있는 호젓한 해안 풍경이 일품이다. 0.7km 지점에 이정표가 있다. 이정표를 보면서 문득 의문이 든다. 교암청풍(轎岩淸風)은 가마 교(轎)를 써서 가마바위에 부는 부드러운 바람이라는 뜻인데 금당도를 소개하는 자료에서는 교암청풍과 가마바위를 하나로 보고 있다.
위백규의 ‘금당별곡’에 적벽청풍은 있어도 교암청풍은 없다. 후세에 누군가 두 바위 일대를 교암청풍이라 불러서 완도 8경중 하나인 교암청풍이 탄생했으리라 추정해본다. 해석의 시비는 있지만 서로 다른 매력을 지닌 교암청풍 바위와 가마바위를 따로 소개하는 것이 맞다.
교암청풍바위는 정상에서 보는 바다 조망도 최고지만 바위 아래 40m 지점에 있는 전망좋은 곳을 놓치면 안 된다. 좁다란 길 끝에 있는 거대한 직벽은 송이버섯 안쪽을 확대해서 보는 것 같다. 마그마가 식어가면서 뒤틀린 지층과 파도와 바닷바람으로 화산암에 기공이 쌓여 생긴 풍화혈의 일종인 타포니가 잘 발달되었다.
풍화와 침식의 과정이 낳은 위대한 걸작이다.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가마바위는 바다에 떠 있는 수석같다. 멋진 바위에 오밀조밀하게 소나무가 자란다. 가마바위에서 세포 전망대를 바라보면 붉은 성체 같은 금당적벽길의 위용을 실감한다.
세포 전망대에 가기 위해서 세포리 갈림길에서 1km 정도 비포장도로를 지그재그 올라간다. 능선길은 금당적벽길 안내도에서 시작한다. 키 작은 소나무 사이로 보이는 섬들을 조망하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하트전망대를 지나고 세포전망대에 이르면 백패킹하기 좋은 넓은 데크와 정자가 있다.
박동훈 해설사에 의하면 앞으로 여기에 캠핑에 필요한 전기, 개수대, 주차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정면으로 가마바위, 교암청풍바위, 비견도, 거금도 적대봉, 시산도가 보이고 오르쪽으로는 여수 손죽도와 초도까지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절벽아래 노을적벽도 명소다.
산행길잡이
△울포항-요망산-묘-세포리-세포리삼거리-교암청풍바위-가마바위-세포리삼거리-하트전망대-세포전망대-세포리-포장도로-울포항(10km 4시간)
△울포항-면사무소-공산-금당산-가학재-삼랑산-오봉산-봉자산-포장도로-울포항(11km+포장도로4km 5시간)
교통
금당도 가는 배는 3곳에서 출발한다. 고흥 녹동항 첫배가 05:50에 있고 이후로는 고흥 우두항에서 출발한다. 09:15, 11:45, 13:50, 16:25 출발. 금당도 울포항에서 고흥 우두항으로 나오는 배는 07:45, 10:50, 13:15, 15:25,17:50에 있다.
장흥 노력항에서 금당도 가학항으로 들어오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산행과 트레킹 코스를 구성하기에 다소 어려움이 있다. 06:30, 08:30, 10:30, 13:30, 15:30, 17:30, 18:00출발. 단체예약문의 평화해운 : (061)843-2300 편도 3,500원. 15분 소요.
글. 사진 김희순 / 山 전문기자 yaho1158@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