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뼘 땅이라도 놀리진 않는다.

 산이라도 비탈이라도 작대기 하나 꽂을 수 있다면 어김없이 텃밭이 되는 건 마법이 아니라 상식이다.

 전업인 시골 농부들의 소명 의식 같은 것만은 아니다.

 자투리땅 개간술은 `알바생’이랄 수 있는 도시 농부들의 역량 역시 탁월하다.

 아파트 사이 노는 땅은 어김없이 구획이 정리되고, 작물들이 심겨진다.

 큰 도로변 비탈길도 옥토를 탈바꿈시킨 실력은 `기본기’에 가깝다.

 

 과유불급도 있다.

 도시 뒷산 구릉지까지 밭으로 만든 건 개간이라기보다 파괴에 다름아니다.

 그렇게 훼손된 땅은 녹지 기능을 상실하고, 아파트 부지가 되기 십상인 탓이다.

 

 땅 한 뙈기 노는 꼴(?) 못보는 건 수확을 노린 욕심만은 아닐 터.

 무료한 도시 생활, 손 노릇 정도면 족하다는 소일거리 작업장을 바람이다.

 지워지지 않는 DNA , 시골 출신들의 `슬기로운 도시 생활’ 무대일 수도 있다.

 

 저 비탈을 일구고 허수아비를 세운 이는 어떤 심정일까?

 땀 흘린 수고, 절대 허투루 빼앗기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

 `여긴 내 밭이오’라는 영역 표시일 수도 있겠다.

 작물보다 허수아비가 `열일’ 하는 도시 텃밭, 뙤약볕이 쏟아진다.

 채정희 기자 good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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