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이 만난 사람]국내 최초 근대5종 세계선수권 2관왕 전웅태 선수
해남서 경기 마치고 곧바로 광주 와 인터뷰 내내 활기 뿜뿜
국내 최초 근대5종 세계선수권대회 2관왕의 주인공이자 혼성 계주 2연패의 주인공, 광주시청 소속 전웅태(28) 선수가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제33회 파리 올림픽 메달을 향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전웅태 선수는 본보와 인터뷰에서 “저는 앞으로도 실력이 더 늘 수 있고, 더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이라며 “지금의 위치가 높다고 생각하지 않고 더 높은 자리에 오르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의욕을 나타냈다.
또한 “광주의 응원이 세계적으로 광주라는 이름을 드높일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면서 “더 잘하는 모습, 더 멋진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앞서 전웅태(광주광역시청) 선수는 지난달 24일(현지 시간)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열린 2022 근대5종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계주에서 정진화(한국토지주택공사)와 금메달을 합작했다. 이어진 혼성 계주에서도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하며 금메달 2개를 거머쥐었다.
전 선수는 10일 오후 본보와 데일리임팩트가 공동으로 김대중컨벤션센터 K-스튜디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시종 활기 넘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날 해남에서 열린 제33회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기 전국근대5종경기대회를 마치고 광주로 복귀한 뒤 바로 이어진 인터뷰였음에도 내내 긍정적 에너지를 발산했다.
전 선수는 2022 근대5종 세계선수권대회 후 열흘 만에 출전한 국내 대회에서도 정상에 오르며 근대5종 세계 랭킹 3위의 위용을 과시했다.
“지금의 위치 높다고 생각하지 않아”
이날 전 선수는 “굉장히 엎치락뒤치락하는 경기였는데 금메달을 딸 수 있어서 굉장히 기쁜 마음으로 해남에서 광주로 넘어왔다”며 “이번 세계선수권보다 오히려 국내 대회가 더 어려웠던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근대5종은 하루에 다섯 가지 종목(펜싱, 승마, 수영, 사격, 육상)을 모두 치러야하기 때문에 체력 소모가 큰 종목으로 꼽힌다.
이날 이같은 강행군 끝 피니시 라인을 통과한지 3시간여만에 응한 인터뷰임에도 전 선수는 시종 유쾌하고 에너지 넘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인터뷰를 웬만하면 많이 하려고 한다. 근대5종에 대한 인지도를 많이 알리는 것이 중요해서다”라면서 “선수들이 성적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종목에 대해 이야기하고 자랑스러워하는 모습들이 쌓여야한다”며 강단진 모습을 보였다.
2시간 여를 쉼 없이 달리고 곧장 광주로 왔음에도 느껴지는 긍정 에너지의 근원이 궁금했다.
이와 관련 전 선수는 “근대5종은 하루에 훈련을 다섯 가지 종목 모두 해야 한다”며 “그에 맞춰서 스케쥴이 짜여지기 때문에 하루에 12시간 정도는 운동을 하는 것 같다”며 체력의 근원을 언급했다.
이어 “하루에 한 종목이라도 훈련을 빼먹으면 운동을 쉬는 거나 마찬가지”라면서 “매일 꾸준히 운동하는 것이 답이라고 생각하고, 윤일모 감독님 역시 대한민국 선수들이 유럽이나 아프리카 선수들에게 조금 더 경쟁력 있는 퍼포먼스를 보여주기 위해서 꾸준함이 답이라고 강조하신다”고 덧붙였다.
또 “올해 3월부터 거의 2~3주 꼴로 계속 경기를 하고 있다”면서 “그렇게 8월까지 달려왔고 체력적으로 정말 힘든 상황이기는 하지만 정신력으로 버티려고 한다”고 어필했다.
강한 정신력으로 무장한 그의 목표 역시 분명했다.
그는 “잘되는 종목이 있는 반면에 안되는 종목도 있지만, 모든 종목을 잘 풀어나가기 위해 노력한다”면서 “매 시간 다른 종목을 하지만 정신을 집중해 훈련에 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또한 “다섯 가지 종목을 다 잘해야하기 때문에 모두 신경을 쓰려고 한다”면서 “기술 종목인 펜싱과 승마, 체력 종목인 수영과 레이저런 모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말 어렸을 때부터 시간과 노력, 땀 등을 굉장히 많이 투자했다”면서도 “그 투자로 지금 이 정도까지 올라올 수 있었다고 생각하지만, 지금의 위치 또한 높다고 생각하지 않고 더 높은 자리에 가기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승마가 제일 변수…말과 교감 노력
전 선수는 “저는 앞으로도 더 실력이 늘 수 있고, 더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스스로 생각한다”며 “저의 한계치는 지금의 위치보다 훨씬 더 높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근대5종은 약간의 운이 따라야 하는 종목이다. 근대5종은 전령의 영웅담을 바탕으로 고안된 스포츠로, 그 중 승마는 적의 말을 빼앗아 타는 의미를 담았다.
따라서 근대5종 선수들은 경기에서 주최 측에서 제공하는 말을 무작위로 추첨해 배정받기 때문에 우여곡절이 많다.
말이 장애물 넘기를 거부하거나 경기장 밖으로 도망가고, 심각한 경우 기수를 낙마시켜 부상까지 입는 경우가 있다.
지난 올림픽에서는 수영과 펜싱 합계 1위를 달리던 독일의 아니카 슐로이가 말 때문에 30위 권으로 떨어지며 눈물을 보인 바 있다.
전 선수 역시 “근대5종 종목은 변수가 많기 때문에 그것을 중간중간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매력”이라면서 “저 역시 올해 월드컵 4차 대회에서 승마에서 0점을 받아 순위가 바닥까지 떨어진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펜싱 점수가 유난히 잘 나와서 무난하게 메달을 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도 “승마로 인해서 순위가 바닥까지 떨어지는 상황이 되어보니까 착잡하면서도 근대5종 정말 재밌다, 한치 앞을 모르는 경기라고 느꼈다”며 긍정적인 마인드를 드러냈다.
근대5종에서 변수가 가장 큰 종목인만큼 승마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노하우도 공개했다.
그는 “말이랑 교감할 수 있는 시간이 20분으로 정해져 있다 보니 미리 가서 말의 상태를 살펴보려고 한다”며 “다리 상태는 어떤지, 발을 저는지, 아니면 수컷인지 암컷인지 거세를 했는지 등 말에 대해 상세하게 파악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말 콧등도 쓰다듬어주고 칭찬도 많이 해주고 애정을 많이 쏟는 편”이라면서 “말을 탔을 때도 워밍업을 할 때 말을 잘 들으면 칭찬을 아낌없이 주고, 원하는 대로 하지 않으면 채찍도 확실하게 주는 편”이라고 밝혔다.
또 “말이 생각하는 동물이고, 똑똑한 동물이기 때문에 제 의도를 알아듣는다”면서 “제 의도가 확실하게 전달됐을 때 더 잘 움직여주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말을 위한 정성 덕분일까.
전 선수는 도쿄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연이어 시상대에 오르며 근대5종 슈퍼스타로 떠올랐다. 하지만 그는 혼자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며 겸손해했다.
그는 “도쿄 올림픽 동메달이 근대5종을 하면서 가장 기뻤던 일”이라면서도 “가문의 영광이라고 하지만, 저 혼자 딴 메달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그 자리에 있기 이전에 근대5종을 했던 대한민국 선수들이 갈고 닦아온 길에서 골인을 제가 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며 “첫 주인공은 제가 됐지만 선배들에게 정말 감사하다”고 전했다.
또한 “이런 계기로 인해서 대한민국 근대5종이 이렇게 커질 수 있다는 희망을 봐서 더 기뻤다”면서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고, 그로 인한 효과를 체감하다보니까 다음 올림픽에서는 더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서 더 열심히 하고 있다”며 파리 올림픽 메달을 겨냥했다.
“나 이전 선수들이 갈고 닦은 길, 나는 골인했을 뿐”
소속팀 광주광역시청에 대한 고마움도 표현했다.
전 선수는 “사실 제가 서울에서 나고 자랐는데, 좋은 선수들이 많고 성장할 수 있는 인프라가 잘 갖춰진 광주광역시청팀에 입단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면서 “아버지한테 이 팀에서 더 성장하고 싶다고 말씀을 드렸더니 너의 고향이 원래 광주라며 힘을 실어주셨다”고 입단 뒷 이야기를 밝혔다.
이어 “그 이유를 물으니 할아버지가 본적도 그렇고, 고향도 광주라고 말씀해주셨고, 그래서 부모님의 응원을 받으면서 광주광역시청 팀에 입단할 수 있었다”면서 “윤일모 감독님 역시 저를 굉장히 예뻐해주시고 선수로서 신경 써야될 부분이나 필요한 부분을 잘 지원해주신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광주보다 문경(국내에서 근대5종 경기를 한 공간에서 훈련할 수 있는 시설은 국군체육부대가 사실상 유일)에서 훈련하는 시간이 굉장히 많은데, 항상 전화하셔서 몸상태나 필요한 것들을 물어봐주신다”면서 “해외 대회에 출전할 때도 `항상 잘할 필요는 없다’, `편안하게 너의 퍼포먼스를 보여줘라’ 등 이야기를 하면서 긴장을 풀어주시고 저에 대한 믿음을 보여주시다보니까 마인드컨트롤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감사함을 표했다.
특히 세계선수권대회 직후 광주광역시청에서는 강기정 광주광역시장과 정무창 광주광역시의회 의장이 직접 전웅태 선수를 격려하는 등 대대적인 환영식이 열리기도 했으며, 직후 열린 전국근대5종경기대회를 앞두고는 광주 지역에서 대회를 준비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제가 광주광역시청 소속으로 경기에 출전하고 있는데 정말 좋은 기운을 많이 받는다”면서 “그로 인해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것 같고 광주라는 지역이 아주 좋다”며 미소지었다.
또한 “광주에서 지내는 동안 감독님이 맛있는 걸 정말 많이 사주셨다”면서 “바로 대회가 있다보니까 먹으면서도 조금 긴장을 하긴 했는데, 오늘 시합을 잘 마무리 했으니 더 많이 먹고 싶다”는 욕심을 드러냈다.
또 “감독님 뿐만 아니라 광주광역시청의 소속의 모든 선수들과 시민분들이 저를 굉장히 많이 응원해주고 힘을 실어주신다”면서 “제가 세계적으로 광주라는 이름을 드높일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다시 한번 광주의 이름을, 전웅태의 이름을 드높일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제33회 파리 올림픽에 대한 욕심도 숨기지 않았다.
전 선수는 “최근에 좋은 성적이 이어지다보니 앞으로는 얼마나 더 잘해야될까라는 부담도 있다”면서도 “운동선수로서 메달을 따야하는 것이 결국은 숙명인 것 같다.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욕심이 있고, 개인적으로나 팀적으로나 멋진 모습으로 보답하고 싶다”고 의욕을 드러냈다.
이어 “근대5종에서 완벽한 올라운더가 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지도자 선생님들과 노력하고 고민하고 있다”면서 “동계 훈련을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하고 있고, 지도자 선생님들이 끌어주시는대로 믿고 함께 달리겠다”고 이야기했다.
“아시안게임과 파리올림픽서 더 좋은 모습 보일 것”
마지막으로 전웅태는 운동선수로서 알 수 없는 미래보다는 현재에 충실하고 싶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그는 “일단 현재를 즐기고, 미래에 대한 고민 없이 운동하려고 한다”면서 “지금 당장 제가 뭘 원하고, 어떤 걸 하고 싶은지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도자나 예능인 같은 미래의 이야기 보다는 현재 운동선수로서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먼저 하고 싶다”면서 “이번 전국 대회에서도 유소년 선수들을 보면서 근대5종 종목이 좋아지고 있고, 멋있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고 제가 선배들의 길을 따라 걷는만큼 후배들도 같이 걸을 수 있도록 이 종목에 이바지하고 싶다”고 밝혔다.
또, 유일한 미래 걱정은 “친구들 얼굴이 보고 싶다는 것”이라면서 “전국체육대회가 남아있기 때문에, 그 대회까지 마치고 여유 있는 시간과 함께 치맥 한 잔 할 것”이라는 소박한 다짐을 전했다.
한편, 전웅태는 전국근대5종경기대회를 마치고 곧바로 오는 10월 예정된 제103회 전국체육대회를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
그가 `대한민국’이 아닌 `광주광역시’를 등에 새기고 출전할 전국체육대회에서 다시 한번 광주를, 전웅태라는 이름을 드높일 수 있을지 활약이 기대된다.
한규빈 기자 gangstar@gjdrea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