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시흥시민축구단 전서 0-2 패배
K3리그 유일 산업기능요원 출전 논란
정현호 감독 "신뢰 저버린 상대 존중 못해"
FC목포는 패배에도 불구하고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잠시 아쉬운 한숨을 내쉬기도 했지만, 이내 최선을 다한 서로를 격려하며 필드에서 퇴장했다.
정현호 FC목포 감독은 “최선을 다해 정정당당한 승부를 펼쳤기 때문에 선수들에게도 고개 숙이지 말라고 이야기했다”며 “K3리그의 모든 구성원들이 성적보다 중요한 것이 스포츠맨십임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남겼다.
K3리그 FC목포는 12일 목포국제축구센터에서 열린 시흥시민축구단과의 ‘2022 K3리그’ 22라운드 경기에서 0-2로 패했다.
목포는 4주간의 휴식기를 갖고 돌아온 첫 경기에서 승리로 중위권 반등의 신호탄을 쏘아올리고자 했으나, 전반과 후반 한 골씩을 내주며 승점을 얻는데 실패했다.
하지만 경기 후 정현호 감독은 “상대가 상위권에 있는 팀이고, 선수단을 워낙 잘 구성했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경기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면서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해준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이야기하고 싶다”며 경기 소감을 밝혔다.
정 감독은 이내 “오늘 경기를 준비하면서 많은 고민을 했다”면서 “시흥시민축구단이 불공정하게 리그에 참여하고 있다”며 다른 화제를 꺼냈다.
정 감독은 경기 전과 경기 후, 상대 벤치와 인사를 나누지 않는 이례적인 모습을 보였다.
경기 직전 텅 비어있던 목포 벤치에 박승수 시흥시민축구단 감독이 다가오자 김두환 FC목포 사무국장이 손으로 X자를 그리며 “감독님께서 악수를 거부하겠다고 말씀하셨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는 지난해 프로배구 여자부 지도자들이 김사니 IBK기업은행 감독대행에 대해 경기 전후 악수를 거부했던 모습을 연상케했다.
이에 대해 정 감독은 “시흥시민축구단이 현재 K3리그에서 유일하게 산업기능요원(대체복무자)을 경기에 출전시키고 있다”면서 “시즌을 시작할 때 모든 구단이 산업기능요원과 사회복무요원이 없이 참여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런 불상사가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스포츠의 기본 정신이 공정한 승부이고, 그것이 ‘페어플레이’라는 말 아니냐”며 “이런 식의 상황은 대단히 통탄할 일”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또한 “시즌 전 뿐만 아니라 전반기 도중에도 관련된 논란이 이어지다 보니 휴식기 때 열렸던 지도자 간담회에서도 이 문제가 다시 한번 논의됐다”면서 “시흥의 지도자는 유일하게 이 자리에 불참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간담회에서 나온 문제들에 대해 시흥 지도자 역시 모두 구두로 인정하고,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선은 커녕 두 명을 추가로 영입했는데, 이것은 리그 전체를 우롱하는 행위”라고 격분했다.
또 “같은 문제를 가지고 있던 타 구단은 산업기능요원 선수를 모두 다른 팀으로 보내며 길을 열어줬다”면서 “유일하게 시흥만 계속 눈을 가리고 귀를 막고 있는데 과연 이것이 공정한 스포츠가 맞느냐”고 강조했다.
정 감독은 “축구인으로서의 신뢰를 저버린 상대를 존중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경기 전 공정한 경기를 약속하는 악수와, 경기 후 결과에 대해 서로 격려하고 존중하는 의미의 악수를 거부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선수들이 감정적으로 격앙될 수 있어서 별도로 지시하거나 언급하지 않았다”면서 “경기 후에 선수들도 제 뜻을 눈치채고 동참을 해준 것 같은데 고마운 마음”이라고 이야기했다.
또 다른 지도자들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축구인으로서 행한 일이기 때문에 따로 알리지는 않았다”면서도 “굳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다들 같은 마음이실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정 감독은 “우리 선수들은 정정당당한 경기를 펼쳤기 때문에 떳떳하게 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다”면서 “최선을 다해 뛰어준 선수들에게 고맙다”며 경기장을 떠났다.
한편 시흥시민축구단은 산업기능요원 논란과 관련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전반기부터 문제가 불거진 상황에서 오히려 추가로 산업기능요원 2명을 추가로 영입하며 논란에 불을 붙였다.
또한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5월 입장문을 내고 “협회는 대체복무선수에 대한 출전 금지 주장을 하는 구단들과 이미 산업기능요원 선수와 계약을 체결한 일부 구단의 사정을 동시에 감안해야했다”며 “지금까지 정책 시행에 있어 유예 기간을 두었던 것을 고려해 2022 시즌에는 제도를 유지하고, 2023 시즌부터 출전을 전면 금지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에 대한 구단 설문 조사 결과 10팀이 찬성, 8팀이 반대, 15팀이 미제출했다”면서 “사전에 의견을 제출하지 않을 경우, 찬성으로 간주하겠다고 공지했으므로 다수의 찬성을 얻었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시흥시민축구단의 성적 만능 주의와 대한축구협회의 방관적 리그 운영은 분명히 지적받아야 마땅한 부분이다.
특히, 과거부터 리그 내 사회복무요원 및 산업기능요원 신분 선수에 대해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명확한 개선의 의지를 드러내지 않고 방치한 것 역시 비판받아야 마땅하다.
올해 역시 이와 관련된 논란과 문제가 이어지고 있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대한축구협회는 리그의 주최자로서 보다 나은 리그 운영에 대한 의지와 방안을 명확히 드러내야 한다.
한규빈 기자 gangstar@gjdrea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