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책방] 정은혜 작가의 니얼굴(보리출판사.2022)

정은혜 작가의 니얼굴 책표지.
정은혜 작가의 니얼굴 책표지.

 실제로 그의 그림을 처음 본 것은 2020년 서울 창성동실험실에서 열린 [정은혜 개인전 - 그대로가 좋아 `니얼굴’]에서였습니다. 보리출판사의 어린이잡지 `개똥이네 놀이터’를 통해 장차현실 작가의 <또리네집> 애독자였기에, 딸이자 장애인작가였던 그에 대해서는 익히 알고 있었습니다.

 아빠인 서동일 감독이 그를 주인공으로 다큐멘터리를 제작한다고 해서 펀드에도 참여하고 있던 참이었지요..(다큐멘터리 `니얼굴’. 2022년 개봉) 하지만 코로나가 한창이었던 2020년 가을, 그의 전시회에서 그림을 직접 보고는 작품에 감탄하고 말았습니다.

 섬세한 묘사와 색채, 특별한 시선으로 표현된 다양한 사람들의 솔직한 모습, 그리고 각각의 그림에 담겨진 작가의 따스한 이야기가 마음을 울렸습니다. 특별한 그림을 그리는 장애인 작가이고 4000명 가까운 사람의 캐리커처를 그랬다고만 생각했던 좁은 생각에 부끄러워졌습니다. 어느샌가 나도 `장애인인데 대단하다’는 전제를 가지고 바라보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번에 그의 글과 그림을 모아 그림집이 발간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무척이나 반가웠습니다. 바로 정은혜 작가의 첫 그림집 <니얼굴> (보리출판사.2022)입니다.

 정 작가는 이미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 출연해 배우로도 유명해졌지만, 사람들이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서 그의 삶과 작품을 진솔하게 만날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이 책 <니얼굴>은 작가의 2013년 첫그림부터 최근작까지 약 150여점을 볼 수 있고 청소년 시절부터 10년 넘게 기록해 온 일기와 편지글 40여편을 담고 있습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일기 쓰는 것을 빼놓지 않는다니, 책을 넘기며 만나는 글귀 하나하나의 진정성에 잔잔한 감동이 일어납니다. 특히 10대때 썼다는 시 `나는 왜 그랬을까’는 인디밴드의 노래로도 만들어졌어요.

 나는 왜 그랬을까 / 난 외롭다 두렵다 / 나같은 장애로 왜 태어났을까 / 괜히 낳아 보네 괜히 나왔다 / 난 외톨이야 놀 친구가 없다 / 내 인생이 너무나 힘들다 / 나는 왜 그랬을까 내가 궁금하다 (중략) 울고 싶다 / 울 때는 울어야 한다 / 기쁠 때는 기뻐야 한다 / 나도 참 모른다 / 그만해야지. (`나는 왜 그랬을까’_12쪽)

 장애인을 이해한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어쩌면 이런 질문은 무척 어리석고 필요없는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저 한 사람의 삶이 있고 그 각각은 무척 소중하다는 것을 잊지 않는 것만이 필요할 뿐입니다.

 서로 `이쁘다 니얼굴’이라고 말하며 응원해주면 되는 것이겠죠. 책을 통해 정은혜 작가를 알아가고, 약간은 뭔가 안 맞는 듯 하지만 마음을 흔드는 그의 글을 읽고, `모든 이는 예쁘다’는 그의 작품을 보면 볼 수록, 한 인간이 펼쳐내는 자신의 행복한 삶을 위한 아름다운 노력에 박수를 보내게 됩니다.

 남과는 틀리다는 이야기를 듣고 차별과 혐오의 시선을 받으며 자라온 한 인간이, 그림을 그리며 자기자신으로 당당히 살아가는 모습은 모두를 감동시키기에 충분하니까요.

 얼굴을 그려요 / 그냥 보이는대로 그려요 / 얼굴을 그리는게 좋아요 / 사람들은 다 다르니까 / 다 예쁘고 멋있고 자랑스러워요. (`얼굴을 그려요’ 중_44쪽)

 하면 돼요 / 포기하지 말고 / 힘들어하지 말고 / 억지로 하지 말고 / 그러면 돼요. (124쪽)

 그림을 그리면서 변화하는 딸 정은혜 작가를 보며, 엄마 장차현실 작가가 2016년에 이런 글을 썼다고 해요.

 외로움이 힘이 되는 걸까? 은혜는 나날이 멋진 그림을 그려냈다. 은혜를 보며 발달장애인이 예술을 통해 새로운 삶을 얻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알게 되었다. 한 사람이 변화하는 삶을 가까이서 보는 것은 짜릿함 감동이다. - 스물다섯 은혜를 바라보며 엄마 장차현실(173쪽)

 어느새 책의 끝장을 덮으며 이 그림들을 계속 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짧은 글이지만 생생한 작가의 이야기를 계속 듣고 싶어 아쉬운 마음도 들더군요. 아마 `한 사람의 변화하는 삶’을 지켜보고 싶은 맘이겠지요. 참 따스한 책을 만났습니다.

 잔디 (동네책방 숨)

[드림 콕!]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드림투데이(옛 광주드림)를 구독하세요

저작권자 © 드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