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중국차茶](3) 수시차지모(水是茶之母)(1)
물은 차의 어머니이다

공도배에 담긴 두 종류의 물을 비교해 보자. 샘물과 광천수를 각각 따라 놓은 것이다. 이를 시각과 후각으로써 판단하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고, 오로지 미각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다. 차를 공부하지 않았더라도 미각으로는 서로 다름을 알 수가 있다.
공도배에 담긴 두 종류의 물을 비교해 보자. 샘물과 광천수를 각각 따라 놓은 것이다. 이를 시각과 후각으로써 판단하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고, 오로지 미각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다. 차를 공부하지 않았더라도 미각으로는 서로 다름을 알 수가 있다.

 청대(淸代)의 장대복(張大復)이 그의 저서 《매화당필록 梅花草堂筆錄》에서 말한 “차의 성질은 물에 달려있다. 팔분의 차가 십분의 물을 만나면 차 역시 십분의 맛을 낼 것이고, 팔분의 물로 십분의 차를 시험한다면 오직 팔분의 맛 밖에 얻지 못한다. (“茶性必發於水,八分之茶遇水十分,茶亦十分矣. 八分之水試十分之茶,茶只八分耳.)는 어지간한 차인이라면 외우고 다닐 만큼 인구에 회자되는 물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한 구절이다.

 여기서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 당대(唐代)에 이르면 장우신(張又新)이라는 사람이 쓴 《전차수기煎茶水記》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을 테스트하여 그 성질을 분석하여 기록한 책이다. 그 시기에 쓰여 진 차에 관한 백과사전 격인 육우(陸羽)의 《다경茶經》과 함께, 물의 경전이라는 뜻의 `수경(水經)’으로도 불렸다. 이러한 역사적인 사실에서 볼 수 있듯이 차를 마시는 데 있어서 물은 마치 어머니처럼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물이 바뀌면 차 맛도 당연 바뀐다

 찻물과 관련해 중국에서 구전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또 다른 사례를 들어보자.

 어느 은퇴한 사대부의 집에 손님이 찾아왔다. 마땅히 차를 대접해야 할 터라 하인을 시켜 강에 가서 물을 길어오게 하였다. 하인은 평소처럼 강 가운데로 배를 몰고 가 물을 떠오던 도중 배가 흔들려 그만 물이 반 넘게 쏟아지고 말았다.

 이에 응당 다시 강심으로 돌아가 물을 채워 와야 마땅한 일이지만, “누가 알랴?”싶어 강가에서 나머지 물을 채워오고 말았다. 그러나 물 끓여 바치니, 주인이 노발대발하여 다시 가서 물 떠오라 시킨다. 하인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뒤를 밟아 지켜 본 것도 아닌데, 어찌 물이 섞인 것을 안단 말인가?’

 그렇다. 그 하인은 꿈에도 알지 못하는 사실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물이 바뀌면 차 맛도 바뀐다는 것이다. 늘 강심에서 떠 온 맑은 물로 차를 우려 마시던 주인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강가의 흙 성분이 들어가 떫은맛이 강해진 차를 마시고는 물이 바뀌었음을 바로 알아차렸던 것이다.

 우리 모두가 알듯이 물의 분자식은 H₂O 이다. 그럼 우리 주위에 있는 물의 종류를 생각해보자. 빗물·계곡물·시냇물·강물·샘물·우물물·수돗물·광천수 등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현대과학으로 만들어내는 여러 종류의 정수기까지 더 하면 그야 말로 머리가 터질 지경이다.

 “나는 이러건 저러건 폼만 잡으면 되니 다 괜찮다”고 한다면 그만이다. 하지만 내 손에 있는 맛있는 차를 가져다 제대로 우려내서 마시고 싶다면 좋은 물을 찾기 위한 어느 정도의 노력은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물은 차의 색·향·미 모두에 영향을 미친다. 그럼 차 우리기에 적합한 좋은 물은 어떤 것일까?

 바로 물의 분자식인 H₂O에 가장 가까운 것일수록 좋다.

 자연계에서 가장 순수한 H₂O는 빗물이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문명이 발전과 더불어 나타나는 환경의 파괴는 빗물의 사용을 거의 불가능한 수준으로 만들었으니 논외로 쳐야한다.

 그럼 나머지를 가지고 이야기 해보자. `육우’는 무슨 이유로 다경에서 “찻물은 산 속의 물이 제일이고, 강물은 중간이며, 우물물은 가장 좋지 않다.(其水用山水上,江水中,井水下)”고 했을까?

 그 것은 바로 비가 되어 내린 빗물이 땅 속으로 스며들어 가는 깊이와 관련이 있다.

중국의 항주 교외에 있는 경산사(徑山寺) 내부의 우물물. 경산사는 중국 당대에 세워졌으며 육우의 묘가 있는 호주(湖州)와도 가깝고 또한 강남의 좋은 녹차인 경산차(徑山茶)가 생산되는 곳이기도 하다. 중국에 남아있는 몇 안 되는 좋은 찻물이 나오는 곳이기도 하다.
중국의 항주 교외에 있는 경산사(徑山寺) 내부의 우물물. 경산사는 중국 당대에 세워졌으며 육우의 묘가 있는 호주(湖州)와도 가깝고 또한 강남의 좋은 녹차인 경산차(徑山茶)가 생산되는 곳이기도 하다. 중국에 남아있는 몇 안 되는 좋은 찻물이 나오는 곳이기도 하다.

 광물질 등 물 속 다른 성분 없어야 최고

 한국의 차 마시는 사람들은 대부분 `삼O수’로 상징되는 광천수를 많이 쓴다고 알고 있다. 광천수는 땅위에 내린 빗물이 연평균 1m씩 지하로 스며들면서 많은 광물질과 접촉하여 그 성분을 함유할 수밖에 없다. 물속의 광물질 성분과 차 속의 화학성분이 반응하면 우리가 싫어하는 쓰고 떫은맛이 나오기 때문에 광천수는 차 우리는 물로는 적합하지가 않다.

 예를 들어 우리가 그림을 그려야 하는데, 도화지 위에 이것 저것 색칠이 되어있으면 그 그림이 제대로 나올 수 있겠는가? 당연히 아무 것도 없는 백지상태가 가장 좋듯이, 차를 우리는 물 역시도 아무 것도 들어있지 않으며 오염 물질만이 제거 되어 있는 것이 최상인 것이다.

 이러한 조건을 갖춘 물은 바로 산 속의 낮은 구릉에서 표토층을 지난 물이 바로 아래에서 진흙을 만나는 등의 원인으로 인하여 깊이 들어가지 못하고 다시 지상으로 흘러나오는 것이 바로 샘물이다.

 결론은 광천수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써의 음용가치는 훌륭하지만 차를 우리기에는 물속에 있는 광물질 성분 때문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마시는 물과, 차를 우리는 물은 다르다는 것이다.

 다음 회에서도 물 이야기는 이어진다.

 류광일(덕생연차관 원장)


류광일 원장은 어려서 읽은 이백의 시를 계기로 중국문화에 심취했다. 2005년 중국으로 건너가 상해사범대학에 재학하면서 덕생연차관 주덕생 선생을 만나 2014년 귀국 때까지 차를 사사받았다. 2012년 중국다예사 자격을, 2013년 고급차엽심평사 자격을 취득했다. 담양 창평면에 중국차 전문 덕생연차관(담양군 창평면 창평현로 777-82 102호)을 열어 다향을 내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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