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은퇴식 `타이거즈 홈런 타자’서 새길 모색

팬들에게 고별사를 전하는 나지완. KIA 타이거즈 제공.
팬들에게 고별사를 전하는 나지완. KIA 타이거즈 제공.

 `원클럽맨’, `타이거즈 최다 홈런 타자’ 그리고 KBO 최초이자 유일한 기록, 한국시리즈 7차전 끝내기 홈런의 주인공. 나지완이 유니폼을 벗고 제2의 인생을 향해 날아올랐다.

 KIA 타이거즈는 7일 오후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 위즈와의 경기에서 나지완의 은퇴식을 개최했다.

 이날 야구선수로서 인생에 마침표를 찍은 나지완은 프로 통산 15시즌 동안 KIA의 원클럽맨으로 활약하며 화려한 족적을 남겼다. 개인 통산 1472경기에 출전해 1265안타, 862타점, 668득점, 221홈런을 기록했다. 특히 나지완이 친 221개의 홈런은 KIA 구단 통산 최다 기록에 올라있다.

 한국시리즈에서는 전무후무한 7차전 끝내기 홈런을 쏘아올리며 `끝내주는 남자’라는 별명을 얻었다. 나지완은 2009년 SK 와이번스와의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6회말 이승호를 상대로 추격포를 터트린데 이어, 9회말 채병용을 상대로 솔로 홈런을 날리며 KIA의 10번째 우승에 마침표를 찍었다.

 2017년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는 9회초 김강률을 상대로 다시 한번 잠실 담장을 넘기며 시리즈 분위기를 끌어오는데 일조했다.

 은퇴식을 앞두고 은퇴 기자회견을 가진 나지완은 가장 먼저 가족들에게 미안함을 전했다. 은퇴를 결심하게 된 시기와 계기를 묻는 질문에 “전반기가 끝나고 구단에 은퇴 의사를 비췄다”며 “경쟁력이 떨어졌다고 보고 기회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저 또한 빠른 결정을 해주는 것이 구단에게도 좋을 것 같았다”고 밝혔다.

 이 결정에 대해 “사실 이번 시즌을 너무 힘들게 준비했었고 그런 과정들이 있었기 때문에 은퇴라는 단어를 내비치기가 상당히 힘들었다”면서도 “가족들이 제 눈치를 보며 아파하는 모습들이 마음 속으로 항상 상처였기 때문에 그런 모습을 빨리 지워주고 싶어서 좀 더 빨리 은퇴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어 “개막전 이후에 2군에 내려가면서 너무 힘들었고 와이프가 몇 시간 동안 펑펑 울면서 이제는 그만 하자고 하더라”면서도 “가장으로서 마음은 찢어졌지만 저희 아들에게 야구선수로서 아빠의 모습들을 그라운드 안에서 꼭 보여주고 싶었다”고 언급했다.

 “주장 맡고 역할 미흡했던 지난 시즌 아쉬워”

 다만 “와이프에게 딱 한 번만 더해보겠다고 얘기를 했는데 기회가 닿지 않았다”며 “제 나름대로 마지노선을 생각했던게 전반기였기 때문에 전반기 끝나고 단장님께 은퇴를 하겠다고 말씀을 드렸고 단장님께서도 고생했다고 얘기를 해주셨다”고 설명했다.

 선수로서 가장 아쉬웠던 시즌과 기억에 남는 시즌, 생각나는 홈런도 밝혔다. 나지완은 “가장 아쉬웠던 순간이라면 작년 시즌이었던 것 같다”며 “주장 역할을 하면서 고참으로서 좋은 역할을 해줬어야 된다는 생각이 컸는데 부상으로 인해 5개월 쉬다보니 몸이 말을 잘 안 듣더라”며 아쉬워했다.

 반면 “제일 생각나는 시즌은 데뷔 시즌이었던 것 같다”며 “데뷔 시즌에 개막전 4번 타자로 나갔던게 제 개인적으로는 너무 가문의 영광이고 잊지 못할 추억인 것 같다”고 회상했다.

 이 순간을 만들어 준 은사 조범현 감독에 대해서는 “은퇴식이 결정난 후 조범현 감독님께 제일 먼저 연락을 드렸고 초청하려고 했다”면서도 “감독님께서 외국에 계신 관계로 통화로 고생했다는 얘기를 해주셨고 귀국하시면 꼭 맛있는 식사 자리 마련해주시겠다고 격려해주셨다”고 덧붙였다.

 또 “부산 사직구장에서 제 친구 조정훈 선수의 볼을 쳤는데 그 첫 번째 홈런이 제일 기억이 난다”며 “그 다음에는 타이거즈 홈런 역사에 제 이름이 올라갔던 순간인 수원에서 쳤던 홈런의 추억이 생각난다”고 추억했다.

 타이거즈를 향한 깊은 애정도 숨기지 않았다. 나지완은 “지금도 저는 KIA 타이거즈 선수이고 은퇴를 함으로써 KIA 타이거즈를 떠나는게 아니다”라며 “여러 방면으로 고민하고 있지만 첫 번째는 무조건 KIA 타이거즈이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은퇴식이 끝나고 어떤 방향으로 갈지 구단과 함께 잘 얘기해보겠다”고 밝혔다.

 이어 “KIA 타이거즈는 저의 이름을 각인시켜주셨고 이 팀에서 제 모든게 처음과 끝이 된다는 생각이 크다”며 “KIA 타이거즈로 인해서 얻은 부분들을 분명히 갚아야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언급했다.

 또 “지금까지 나지완이라는 선수를 너무너무 사랑해주셔서 감사드리고 팬분들이 있었기에 제가 여기까지 온 것 같다”며 “이 과분한 사랑 갖고 이제는 떠나도록 하겠다. 꼭 다시 갚을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포스트 나지완’은 황대인이 해줬으면…”

  후배들을 향한 애정도 나타냈다. 후배들에게 “KIA 타이거즈 선수라면 팬들의 사랑과 과분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면서도 “저처럼 애증의 선수가 되면 질타와 역경도 많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그런 선수가 되는 사람이라면 저희 KIA 타이거즈의 역사적인 순간에 이름을 올릴 것”이라며 “저희 팀은 무궁무진한 후배들이 많기 때문에 제가 홈런 기록을 갖고 있지만 빨리 깨줄 수 있는 후배들이 나오고, 열두번째 우승도 꼭 채워졌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또한 “`포스트 나지완’은 대인이가 됐으면 좋겠고, 꼭 해줬으면 좋겠다”며 “지금 상황에서는 저랑 비슷한 이미지를 갖고 있고 많은 질타를 받고 있는데, 대인이가 선후배들과 관계도 좋으니 그런 역할을 해서 KIA 타이거즈를 잘 이끌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은퇴 기자회견을 마친 나지완은 배팅 케이지에서 컨디션을 끌어올리며 자신의 마지막 타석을 준비했다. 그리고 8:1로 앞선 8회말, 대타로 기용되며 자신의 말대로 야구선수로서 자랑스러운 아버지의 모습을 보였다.

 투수 전유수와 5구 승부 끝에 3루수 파울 플라이로 물러나긴 했지만 덕아웃으로 돌아오는 나지완의 등 뒤로는 홈런보다 뜨거운 팬들의 함성과 응원이 함께 했다.

 경기를 마치고 은퇴식을 위해 다시 한번 그라운드에 선 나지완은 “저 이제 떠나요”라는 해맑은 인사와 함께 유니폼을 벗었다. 후배들은 4년 만의 포스트시즌 티켓으로 그의 마지막 길을 더 빛내는 모습이었다.

 한규빈 기자 gangstar@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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