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사동 유적지 배경, 강동 선사문화축제의 묘미

시간의 길- 인공동굴의 문양(암사동)
시간의 길- 인공동굴의 문양(암사동)

 강동의 선사문화축제는 신석기 시대에 기반한 축제이다. 인접하여 송파구의 올림픽공원에서는 백제시대를 기억하는 축제를 진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는 시대별로 다양한 축제가 존재하고 있지 않은가?

 경기도 연천의 전곡리 구석기축제, 여기 강동의 신석기축제, 그리고 다시 복원하고자 하는 화순의 청동기 시대를 기억하는 고인돌축제, 마한을 기리는 나주의 마한축제, 삼국시대를 소환하는 경주의 문화엑스포와 송파구, 공주, 부여 등에서 열리는 백제문화제 등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

 그러고 보니 고려를 기리는 축제는 남북이 분단된 상황이라서 그런지 강진의 청자축제를 제외하고 이렇다 할 축제가 없다. 조선시대는 왕조자체 보다는 각각의 인물이나 역사적인 사건을 기리는 축제로 명량축제나 거북선축제, 한산대첩축제 등이 있고, 그 시대의 도자기에 집중한 도자기 축제가 백자 중심이나 막사발축제 같은 것으로 살려내고 있다.

 이렇듯 수많은 축제들이 어느 사건이나 시대에 근거를 두며 새롭게 짜여지기도 하지만 전통적으로 이어져온 축제들, 이를테면 강릉의 단오제나 영광 법성포의 단오제, 전주의 대사습, 남원의 춘향제 같이 오랫동안 전승되어 온 것들도 존재하다.

 지방자치제가 실시되면서 축제는 수없이 등장하고 명멸하길 반복해왔다. 문불여장성이라는 곳에서는 갑자기 홍길동이 등장하였고, 곡성에서는 심청이가 주인공이 되는 축제를 만들었다. 지역의 특산물이 축제의 테마로 등장하는 경우는 그야말로 비일비재했다. 인삼, 김치, 고추, 배추, 매화, 오징어 등등은 지역을 넘어 관람객들을 모셔오는 좋은 소재이자 대놓고 이것 사가셔야 한다는 마케팅의 장으로 활용되었다.

 이런 명쾌한 소재 사이에서 시대를 대표하는 축제는 한편으로는 무거운 중압감을 주기 안성맞춤이다. 학문적 연구 성과와 축제라는 난장 사이의 괴리감은 참 난감한 것이기도 하다. 학문이 갖는 엄숙성과 교육적 성과에 집중하면 그것은 축제라기 보다는 강요된 현장학습과 같은 마당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진행요원들의 복장.
진행요원들의 복장.

 “시대별로 다양한 축제들”

 강동 선사문화축제는 그런면에서 이미 구축되었던 암사동 선사 유적지를 적절하게 활용하고 있었다. 유적지로 향하는 진입로의 조경과 조형물을 활용하여 도심에서 마치 전혀 이질적인 시대로의 전이공간을 연출하고 있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입구에서부터 선사시대 복장을 한 진행요원들이 꼬치에 돼지고기를 굽고 있는 모습이었다. 마침 저녁 시간대여서 그런지 군침이 돌고 한번 해보고 싶은 사심이 생겨나기도 했다. 선사의 복장은 표범가죽 패턴이 새겨진 천이었는데, 그것은 원피스로 걸치는 것이 아니라 내복과 겉옷 그리고 숄더까지 다 갖춰 입었고 발에는 끈으로 신발을 묶어서 이 또한 그 시대의 풍경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과하게 차려 입었다.

 지난 여름에 보았던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가 연상되는 장면이었다.

 조명이 켜진 축제장은 우선 메인 무대의 들썩임과 줄지어 선 음식점 특히 지역상가와 자치조직이 만든 부스의 흥청거림이 눈에 들어왔다. 지난 2년간의 억눌림이 이런 광경을 만들었을까 싶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서울이라는 도시의 인구나 사회적 특성에 기인한 바도 많을 것이라는 예상이 들었다.

 삼삼오오 축제장으로 오는 이들은 대부분 이렇게 음식부스를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꽤 긴 줄을 서는 곳이 많았다. 그런 공간을 지나면 숲 사이로 경관조명이 관객들을 반기는 구조였다. 빈딧불이 조명이나 빛의 나비, 선사의 나무, 대형 선사인 등의 조형물이 빛을 받아 관람객의 셔터 세례를 기다리는 것이었다. 특별하게 보여지는 프로그램은 빛의 탐험대라는 사전 예약된 관람객과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이었다.

 아울러 경기도 연천 전곡리의 선사박물관이 협업 프로그램을 이곳에서 운영하는 것도 특별해 보였다.

스타워즈의 한 장면.
스타워즈의 한 장면.

 전반적으로 보았을 때 선사시대와 관련한 교육과 체험 프로그램은 항상성을 유지하는 선에서 진행하고 축제의 주력은 대부분 주무대와 숲속무대의 공연에 힘을 실고 한편으로는 조명 연출에 정성을 다한 세팅으로 보여졌다. 다섯 대의 푸드트럭이 단품 음식을 제공하는 것도 의례적인 것이지만 이곳에서는 이색적으로 느껴졌다.

 우리 지역의 축제에서는 이렇게 호응도 높은 관객을 형성할 만한 인구분포도 없는 상황인데, 거기에 조명이나 조형물, 대형 블록버스터 공연 등은 쉽지 않을 것인데 어쩌지 하는 걱정이 드는 시간이었다.

 그렇게 27번째로 진행된 강동 선사문화축제를 보고 선사시대를 매개로 한 축제의 전형은 무엇인지 더듬어 보았다.

 2003년쯤 경기도의 연천을 방문했다. 전곡리에서 구석기 축제가 열리는 날이었다. 미국인 병사 보웬이 한탄강변을 거닐다 발견했던 구석기 유물에서 발단이 되어 대대적인 발굴을 통해 이곳이 구석기인의 삶터였다는 것이 확인되고 이를 매개로 한 축제를 전개한 것이었다.

 서울로부터도 한참 떨어진 곳이지만 축제장에는 서울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중에 가장 경이롭게 다가오는 프로그램은 한양대학교 문화인류학과와 함께 구석기의 생활도구를 만드는 캠퍼스를 운영하는 것이었다.

 김병모 교수께서 학생들과 주관하는 행사에 교육과 체험을 동시에 취하려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줄지어 참여하는 진풍경이었다. 그리고 이 과정을 이수하는 이들에게는 대학 총장의 이름으로 수료증이 발급되는 것이었다. 연구자들의 고유한 영역이 일반 대중과 이렇게 섞이고 조화롭게 이뤄지는 것이 신비하게 다가왔던 그날의 모습이 생각났다.

인공의 달.
인공의 달.

 시대를 대표하는 충장축제

 이렇게 선사시대로의 축제 여행을 마감하고 광주로 돌아왔다. 시대를 대표하는 요즘의 축제인 충장축제를 기다렸다.

 10월 13일부터 17일까지 충장로와 금남로 일원에서는 19번째 맞는 충장로축제가 있는 날이다. 지난번까지는 없었던 축제명이 새롭게 등장한 첫 해이기도 하다. 즉, 추억의 광주충장 월드페스티벌이 공식 명칭으로 등장한 것이다.

 언제갈 것인가를 망설이다 16일 일요일 저녁으로 방문 시간을 고정했다. 이날 7시 무렵에 700대의 드론이 쇼를 한다는 정보가 선택에 가장 큰 요인으로 작동했다. 직접 보고 싶어졌던 것이다. 투여된 금액만큼 효용성이 있을 것인지를 관객의 반응을 보면서 비교해 보고 싶었다. 원래 이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거리 퍼레이드인데, 이것은 토요일날 이뤄지는 것이라서 놓치고 전체적인 분위기와 추억의 영화음악 실황공연까지 보는 것으로 일정을 정했다.

 오후 다섯시 무렵에 도착한 민주광장은 그야말로 인산인해 자체였다. 차없는 거리 금남로는 축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전개되는 다양한 이벤트들이 사람들의 호응을 받으며 진행되고 있었다. 어깨너머로 그것을 보다가 어디선가 북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 가까이 가 보았다.

버스킹 모습.
버스킹 모습.

 한 외국인 뮤지션이 버스킹을 하고 있었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버스커즈 월드컵에 참여한 분이었다. 페인트 통 네 개를 가지고 연주하는 음악은 그 리듬이 낯설었지만 쉽게 관객과 동화되는 선율이었다. 주변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그의 음악이 끝날 때 마다 천원씩 만원씩 관람료를 모자에 집어넣었다. 한 나이 지긋한 어르신이 나서서 감사하다며 5만 원을 손에 쥐어주며 흐뭇해하는 모습이 그날의 하이라이트였다.

 벌써 날이 저물어 가고 주무대에서는 음향 테스팅 중이다. 족히 사오십명 정도 되는 오케스트라단이 연주를 해야 하니 당연히 테스트를 해야 하지만 거기에 생방송까지 한다고 하니 스텝들은 긴장을 터이다.

 쉽지 않은 음향 테스팅을 보다 보니 어느새 일곱시가 다 되었다.

 이번 축제를 준비한 동구청장이 올라서서 인사를 한다. 짧고 간명하게 “열심히 준비했으니 즐거운 시간 가지셔라”는 말씀으로 마치고 단상을 내려가신다. 참 보기 드문 짧고 강렬한 인사말을 흐뭇하게 받아 들였다.

드론으로 만든 내일이 빛나는 기회도시 광주.
드론으로 만든 내일이 빛나는 기회도시 광주.

 “첨단기기의 축제 활용” 묘미

 드디어 드론이 떴다. 이번 축제의 주제가 “나의 추억은 한편의 영화다”라서 영사기가 등장하고 뒤이어 영화 스타워즈의 중요 장면들이 드론에 의해 연출된다. 미디어 파사드와는 또 다른 모습이 경이롭기만 하다. 장면 장면에 환호하는 관중들, 저마다 스마트폰을 꺼내서 촬영하는 시민들이 대다수를 이룬다. 10여분 정도의 장면에 모두들 집중하고 열광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첨단 기기의 축제 활용이 이런 부분이 있다는 것을 평창 올림픽 개막식 영상에서 보고 이번이 두 번째다. 비용이 얼마인지는 모르지만 몇천만원대는 넘어설 것 같다. 일반적인 지역 대표축제 예산이 10억에서 20억 사이이니 억단위라고 하면 초대하기에 굉장히 망설일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음향의 튜닝이 버벅대는지 음악 공연이 자꾸 지연된다. 20여분이 지나서 초연이 이뤄지니 그 음악을 듣고 무대를 벗어나 집으로 돌아왔다.

조명 속 움집.
조명 속 움집.

 문화기획자로서 내가 축제를 운영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전개를 해야 할지 깊게 공부해 보는 시간이었다. 이를테면 공간이 가지고 있는 물성을 어떻게 동시대 사람들과 조응하고 공감하게 할 것인지가 가장 큰 관건으로 보였다.

 특히 관람객에 집중하는 축제 보다는 먼저 그곳을 지켜왔던 선주민들에게 힘이 되어줄 난장이 가장 먼저이고, 이 힘에서 발원해서 관람객과 조화를 이루는 방식이 가장 이상적인 것인데, 결코 쉬운 일은 아닐 듯 했다. 통과의례나 당위정처럼 이곳저곳의 축제 사이에서 정말 지역 주도의 탁월한 축제를 만들어 보는 꿈을 현실화 시킬 수 있는 그런 능력을 갖춰가도록 노력해 보는 것이 내게 숙제로 남겨진 축제 여행이었다.

 전고필(여행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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