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무등산 볼더링 페스티벌]
이벤트 코스 `백년가약’ 정복 김자비
긴 생머리를 휘날리며 바위를 타는 모습이 마치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마에스트로를 연상케했다. 바위 꼭대기를 정복하는 뒷모습에 많은 참가자들이 숨죽여 시선을 모았다.
지난 5일 무등산 선비바위 일대에서 개최된 `2022 무등산 볼더링 페스티벌’이 종료된 후 그 주인공을 만났다. 시선이 집중됐던 주인공은 바로 스포츠 클라이머 김자비. 김자인 선수의 오빠이기도 하다.
김자비 선수는 이날 난이도 `V10’ 이상의 볼더를 정복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잠시라도 다른 참가자들에게 한 눈을 팔면 이미 정복을 마치고 다른 볼더에 도전하고 있는 그였다.
그에게 어떻게 이번 페스티벌에 참가했는지 묻자 “사실 저는 무등산이라는 등반지를 굉장히 좋아한다”며 “지난해 겨울과 올해 봄에도 방문했지만 이번 페스티벌을 계기로 오랜만에 찾아왔다”고 밝혔다.
이어 “무등산 볼더링 페스티벌에는 그동안 참가를 한 번도 못해서 이번이 처음”이라면서도 “꼭 참석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서 이번에는 정말 큰 기대를 갖고 즐기자는 마음으로 무등산에 찾아왔다”고 부연했다.
무등산을 등반지로 좋아하게 된 계기에 대해서는 “무등산에는 굉장히 많은 볼더와 루트들이 있고 난이도도 다양하게 갖추고 있다”며 “많은 사람들이 다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이고, 고급 난이도의 어려운 루트들도 많아서 저에게도 굉장히 흥미로운 곳”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말로 설명하기 힘든 무등산만의 바이브가 있다”며 “걸어 올라가는 길이 멀고 힘들지 않아서 주변 풍경을 보는 재미가 있고, 바위가 워낙 많다보니 이 바위들을 찾아다니는 재미도 있다”고 강조했다.
김 선수의 설명대로 무등산 선비바위 일대는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등반지다. 이번 페스티벌 역시 초등학생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참가자들이 모여 바위를 탔다.
지난 2019년 대회에는 김자비의 동생인 `국내 최초 스포츠클라이밍 세계선수권 대회 금메달리스트’ 김자인이 친구들과 함께 무등산을 찾기도 했다. 당시 김자인은 “무등산은 바위 자체들도 멋있고, 선배님들이 정리를 잘 해놓으셔서 한국의 `볼더링 성지’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선수 생활을 마치고 반드시 무등산에 다시 오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김자비는 이날 여자친구와 함께 무등산에 올랐다. 그는 “여자친구와 같이 무등산에 왔는데 서로 그레이드가 달라서 제가 등반하는 볼더는 여자친구에게 어렵고, 여자친구가 등반하는 볼더는 제가 이미 등반한 곳이다보니 바위에서 시간을 함께 보내지는 못했다”면서도 “오후에는 여자친구를 만나서 서로 바위를 타는 모습을 봐주고 도와주고 했다”고 언급했다.
또 김자비는 여자친구의 앞에서 이번 대회에서 처음 공개된 이벤트 코스 `백년가약’을 가장 먼저 정복해내며 자랑스러운 남자친구의 모습을 뽐냈다. 그는 페스티벌 종료 후 시상식에서 이벤트 상품으로 수여받은 볼더링 패드를 여자친구에게 메어주며 환한 미소를 짓기도 했다.
그는 “올해 이벤트 코스인 백년가약은 바위가 높다보니 루트도 높이가 높은 편이어서 조금 무섭기도 했다”면서도 “높은 바위가 한국에는 많지가 않기 때문에 재밌게 등반을 잘 마쳤다”며 뿌듯해했다.
또한 “클라이밍의 매력을 말로 설명하기도 힘들고, 사람마다 느끼는 것도 다르다”면서도 “이 성취감 때문에 클라이밍을 포기할 수 없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김자비는 다음 대회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인터뷰를 마쳤다. 김자비는 “볼더링을 하기에 날씨도 너무 좋아서 정말 즐겁게 바위를 탔다”며 “내년에는 어떤 코스가 공개될지 그리고 어떤 루트를 등반하게 될지 정말 기대가 크고, 꼭 다시 참가하고 싶다”며 무등산을 떠났다.
한규빈 기자 gangstar@gjdrea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