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 5분만 선제골 내줬으나
후반 추가시간 황희찬 ‘역전골’
우루과이와 승점, 골득실 동률
‘다득점’ 앞서 조 2위
‘카잔의 기적’을 넘어 ‘아라얀의 기적’이 쓰였다. 대한민국이 후반 추가시간 1분 터진 ‘황소’ 황희찬의 극적 역전골로 포르투갈을 무너뜨렸다.
같은 시간 진행된 가나와 우루과이의 경기는 0-2로 종료됐고, 대한민국은 우루과이와 승점과 골득실에서 동점을 이뤘으나 다득점에서 2점 앞서며 12년 만의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3일 오전 12시(한국 시간), 카타르 아라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포르투갈 축구 국가대표팀과의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H조 예선 3차전에서 2-1 승리를 거뒀다.
대한민국은 16강 진출을 위해 승리 외의 선택지가 없는 상황에서 먼저 득점을 내줬다. 전반 5분, 디오고 달롯의 침투에 이은 땅볼 패스를 히카르두 오르타가 강하게 차 넣으며 마무리했다.
우측면에서 디오고 달롯의 절묘한 움직임에 수비 라인이 무너졌고, 그대로 페널티 박스까지 개인 기량을 이용해 침투했다. 골문을 향하는 히카르두 오르타의 움직임 역시 순간적으로 수비를 혼란케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포기하지 않았다. 점차 분위기를 끌어올렸고, 전반 16분 한차례 골망을 갈랐다.
손흥민과 이강인이 변칙적으로 준비한 코너킥을 골대 앞에 자리 잡고 있던 김진수가 밀어 넣었다. 하지만 오프사이드가 선언되며 스코어를 바꾸진 못했다.
그러나 분위기를 끌어올린 대한민국은 끝내 전반 27분, 수비수 김영권의 발에서 동점골을 터뜨렸다. ‘카잔의 기적’ 당시 선제골과 같은 주인공에 같은 패턴, 그야말로 ‘데자뷔’였다.
이강인의 코너킥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등에 맞고 골대를 향해 굴절됐고, 문전에 자리 잡고 있었던 김영권이 몸을 던지며 그대로 오른쪽 구석으로 방향을 바꿔 골망을 갈랐다.
지난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F조 예선 3차전 독일 축구 국가대표팀과의 경기를 떠오르게 하는 장면이었다. 당시에도 김영권은 손흥민의 코너킥이 수비를 맞고 굴절돼 자신에게 향하자 정확히 골문 오른쪽 구석을 겨냥했다.
전반을 1-1로 마친 양 팀은 큰 변화 없이 후반을 준비했다. 모두 교체 카드를 활용하지 않았고, 체력적인 부담이 있는 상황에서도 선발 투입된 선수들을 믿고 기용했다.
체력적인 부담 속에서 양 팀은 후반 중반까지 이렇다 할 찬스를 만들어내지 못했고, 포르투갈과 대한민국이 후반 20분 동시에 교체 카드를 활용했다.
포르투갈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후벵 네베스, 마테우스 누네스를 불러들였고 주앙 팔리냐, 안드레 실바, 하파엘 레앙을 투입하며 3명을 동시에 교체했다.
대한민국 역시 경기의 흐름을 바꿔줄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재성 대신 황희찬을 투입하며 더 많은 활동량, 더 공격적인 움직임을 꾀했다.
교체 직후 대한민국이 결정적인 찬스를 맞았다. 중원에서 정우영(알 사드 SC)이 볼을 끊어낸 뒤 곧바로 연결해 줬고, 황인범이 이어받아 과감한 중거리슛으로 이어갔다.
하지만 디오고 코스타 골키퍼의 손바닥에 막혔고, 세컨볼마저도 포르투갈 수비의 발밑에 떨어지며 역전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그리고 경기가 마무리로 접어드는 듯했던 후반 추가시간 1분, 마침내 대한민국의 역전골이 터졌다. 손흥민이 대한민국 진영에서 포르투갈 진영까지 질주했고, 황희찬이 함께 달려들어가며 마무리했다.
포르투갈의 코너킥 상황에서 흐른 공이 애매한 위치로 향하자 손흥민의 질주가 시작됐다. 공을 차지한 손흥민은 그대로 골문을 향해 내달렸고, 뒤편에서는 황희찬도 출발했다. 황희찬이 페널티 박스에 진입하자 가볍게 밀어줬고, 수비 라인이 그대로 무너졌다.
우루과이전과 가나전 두 경기를 준비하는 내내 자전거만 타던 황희찬이 능력을 증명하기에 충분했던 시간. 단 ‘25분’이었다.
역전골 직후 세르지우 코스타 감독 대행은 조규성 대신 조유민을 투입하며 지키기에 돌입했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남은 3분을 잘 버텨내며 끝내 2-1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대한민국 선수단은 승리의 기쁨은 잠시 미뤄두고 16강 진출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경기장 중앙에 모여야 했다. 같은 시간 킥오프 한 가나 축구 국가대표팀과 우루과이 축구 국가대표팀의 경기 추가시간이 전반과 후반 8분씩 주어지면서 길어졌다.
결국 10분여의 기다림 끝에 가나와 우루과이의 경기가 0-2로 종료됐고, 대한민국은 16강 진출을 확정 지었다. 대한민국과 우루과이는 승점 4점(1승 1무 1패), 골득실 0으로 동점을 이뤘지만 다득점에서 대한민국이 4골, 우루과이가 2골로 희비가 교차했다.
한편 대한민국은 오는 6일 오전 4시, 카타르 도하 스타디움 974에서 G조 1위 브라질 축구 국가대표팀과 16강전을 치른다.
한규빈 기자 gangstar@gjdrea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