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중국차(茶)](8)기위차지부(器爲茶之父)_자사호(紫砂壺)_2
“의흥 ‘정촉진 일대’ 땅만 파면 자사광석 채굴” 설

사질감(砂質感): 두 개의 자사호를 약 200배 확대하여 찍은 사진이다. 좌측의 거친 모습의 사진은 사질감을 잘 보여준다. 우측의 사진은 유리처럼 미끈한 재질의 가짜 자사호이다. 다른 경우로는 소성(燒成)온도를 2700도 이상으로 올리면 모래 속의 석영이나 운모가 녹아내려 표면이 매끄럽게 나오는 경우가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특수한 작품으로 만들어졌을 때의 이야기이다. 주위의 도공들에게 가마에서 1℃의 온도를 올리기 위해 얼마나 애쓰는지 한번 들어보시라.
사질감(砂質感): 두 개의 자사호를 약 200배 확대하여 찍은 사진이다. 좌측의 거친 모습의 사진은 사질감을 잘 보여준다. 우측의 사진은 유리처럼 미끈한 재질의 가짜 자사호이다. 다른 경우로는 소성(燒成)온도를 2700도 이상으로 올리면 모래 속의 석영이나 운모가 녹아내려 표면이 매끄럽게 나오는 경우가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특수한 작품으로 만들어졌을 때의 이야기이다. 주위의 도공들에게 가마에서 1℃의 온도를 올리기 위해 얼마나 애쓰는지 한번 들어보시라.

 자사광석은 의흥(宜興)이 과거 바다였던 시절에 형성된 퇴적암이다. 그 성분은 석영과 점토·운모·적철광으로 이뤄져 있다.

수억 년에 걸친 퇴적 활동으로 암석층이 형성되었으며, 후일 지각 변동으로 바다가 육지로 변하였다. 좋은 자사 광석은 오직 강소성 의흥에만 존재한다.

 이러한 이유로 자사니료(紫砂泥料 원료)의 가격에 상당한 거품이 끼어있는 것이기도 하다. 자사니료는 또 다른 말로는 오색토(五色土)라는 별칭으로도 부른다.

우리가 말하는 오방색과도 같은 의미이며, 상서로움과 천지간의 신령함을 담고 있다는 뜻이 담겨있기도 하다.

 자사호의 다양한 빛깔은 연대별로 서로 다른 퇴적물이 쌓였던 광석의 성분에 따른 고유의 빛깔과 그 합성 및 소성온도에 따른 변화로 다양하게 나온다.

 자사호는 목수(目數)라 하여 1인치에 그물눈이 몇 개가 들어가는 지를 놓고 자사호의 등급을 말한다.

보통 40~60목의 굵기가 많이 쓰인다. 목수가 높으면 니료(泥料)가 그만큼 곱다는 것이고, 낮다는 것은 그 반대이므로 과립이 크다.

 진짜·가짜 만지며 비교하는 습관을

 목수는 곧장 자사호의 가격으로 연결된다. 하지만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앞서 언급했던 바와 같이 자사호는 자사광석(紫砂礦石)을 부수고 갈아서 그 원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그 겉면을 손으로 문질러 보면 반드시 사질감(砂質感)이라는 모래특유의 까칠한 느낌이 나와야한다.

 목수(目數)가 높아질수록 그 입자가 곱기 때문에 사질감 역시 매끄럽게 나온다.

하지만 그 표면이 유리처럼 미끈한 것들은 자사니료가 아닌 진흙에 화공약품을 첨가한 것이므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어설프게 알면 다친다. 진짜와 가짜를 가져다 놓고 늘 보고 만지면서 비교하는 습관을 가져야만 한다.

 여기서 한자의 ‘모래 사’자는 두 가지가 있다.

 ①우리가 시냇가나 강가에서 볼 수 있는 물의 흐름에 따라 서로 부딪치고 깨지면서 생겨난 ‘모래 사(沙)’와 ②산에서 바위나 돌이 부서져서 생겨난 모양을 일컫는 ‘모래 사(砂)’가 있다.

같은 뜻을 가진 글자라도 생성된 과정에 따라 그 글자를 달리해서 의미를 전달하는 것도 표의문자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예로부터 의흥에는 청룡산과 황룡산이라는 자사광산이 두 곳이 있었다.

 처음에는 청룡산에서 채굴한 광석으로 그릇을 빚다가 날이 갈수록 인기가 높아져 청룡산의 자사광이 동나자 사람들이 황룡산으로 몰려가 채굴을 시작하였다.

 이에 악덕업자들과 결탁한 탐관오리들까지 합세하여 미리서 황룡산의 자사광석을 확보한 다음 산 전체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해 버리자 자사광석의 가격이 대폭등한 것은 필연적인 결과일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의흥시 더 정확히는 정촉진 일대에서는 땅만 파면 자사광석이 나온다고 한다. 심지어 도로공사를 하다가도 발견된 광산이 있을 정도다.

 필자가 중국에서 유학하던 십여 년 전엔 이런 이야기까지 있었다.

“외지의 상인 한 사람이 이 곳으로 건너와 민가를 매입한 후 그 마당에서부터 땅을 파들어 가 좋은 자사광석을 찾기 위해 다이너마이트를 터뜨리다가 자신도 그 광석더미에 깔려 압사 당했다.”

 현지에서 이 업계에 종사하는 친구는 “황룡산을 막았다고 해도, 시내 전체가 모두 자사광산인데 이 걸 다 소비하려면 앞으로 2만 년은 걸릴 거다”라고 말한다.

정촉진에서 반수공(半手工)으로 자사호를 만드는 작업장 모습. 사진처럼 니료를 펴고 두드려서 기초적인 모습으로 만들고, 이를 거푸집에 넣어 각각의 모양을 잡은 후 다시 이어 붙여서 호를 만든다.
정촉진에서 반수공(半手工)으로 자사호를 만드는 작업장 모습. 사진처럼 니료를 펴고 두드려서 기초적인 모습으로 만들고, 이를 거푸집에 넣어 각각의 모양을 잡은 후 다시 이어 붙여서 호를 만든다.

 진흙에 산화철 등 화공약품 첨가 속임수도

 중국에서는 흔히들 오래되거나 좋은 광맥이 묻혀있으면 원광(原礦), 혹은 노광(老礦)이라 하고, 노광 부근에 있는 좀 더 질이 낮은 광맥을 신광(新礦)이라고 한다.

 현재 만들어지고 있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의 자사호는 대부분 신광이라고 보면 된다.

사실 신광에서 만들어진 자사호라고 해도 소비자가 일반적으로 차를 즐기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시장에서의 과대포장과 소비자의 허영심은 거대한 거품을 만들어 냈고, 이러한 시장의 특성은 곧장 소비자 자신의 부담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보통 유명한 작가가 수공으로 작품을 만들자면 일주일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즉 일 년 동안 쉬지 않고 만들어도 52점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매년 한 작가의 저관(底款·그릇의 밑면에 찍는 작가의 도장)이 찍힌 작품이 수천 점씩 유통되는 배경에는 사인으로 먹고 사는 화투그림의 모 화가와 같은 경우가 다반사이기에 소비자 스스로가 자신의 실력을 기르는 수밖에, 다른 왕도가 없다.

 가격이 낮거나 그 품질을 속여 파는 자사호는 보통의 진흙 속에 산화철, 산화코발트, 산화구리 등등의 화공약품을 첨가하여 그 빛깔을 만들어 낸다.

 이런 성분으로 만들어진 호들은 대부분 쓰거나 떫은맛을 내며, 두 가지의 맛이 동시에 나오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이러한 약품 자체가 인체에 유해한 물질이기에 자사호를 구입하기 전에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만 한다.

 사실 사술(邪術)에 관해서 사례를 들자면 끝이 없다. 오죽했으면 송대에 편경(騙經)이라는 속임수에 관한 사례를 엮어 책으로 냈겠는가.

 사족을 달자면 편경에 수록된 내용은 현대에 와서도 그 수법이 통하고 있을 정도이다. 그렇다면 그러한 사술을 어떻게 피해나가야 하는가?

 어려울수록 기본으로 돌아가라고 권하고 싶다. 간단하게는 좋은 찻그릇을 구입하고 싶으면 자신이 늘 마시던 맛과 향이 익숙한 차를 들고 그 물건을 파는 집에 가서 우려보시라.

 집에서 먹던 것과 비교해서 너무 쓰거나 떫은맛이 강하다면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이 때 그 상인과 대결하려 하지마라. “아마추어는 절대 프로를 이길 수가 없다.”는 것은 만고불변의 진리이다.

 류광일(덕생연차관 원장)

류광일.
류광일.

류광일 원장은 어려서 읽은 이백의 시를 계기로 중국문화에 심취했다. 2005년 중국으로 건너가 상해사범대학에 재학하면서 덕생연차관 주덕생 선생을 만나 2014년 귀국 때까지 차를 사사받았다. 2012년 중국다예사 자격을, 2013년 고급차엽심평사 자격을 취득했다. 담양 창평면에 중국차 전문 덕생연차관(담양군 창평면 창평현로 777-82 102호)을 열어 다향을 내뿜고 있다.

 

 

 

 

[바로잡습니다]

‘좌충우돌 중국차’ 8편에 실린 내용 가운데 사진의 자사호 소성온도 설명에서 “다른 경우로는 소성(燒成)온도를 2700도 이상으로 올리면 모래 속의 석영이나 운모가 녹아내려 표면이 매끄럽게 나오는 경우가 있다”라고 했던 내용은 필자의 불분명한 기억에서 나온 착오였기에 바로잡습니다. 이 업계에 종사하는 친구가 직접 실험한 바에 의하면 소성온도를 1350℃ 이상으로 올렸더니 모두 무너져 내리더라는 말로 오류를 정정하고자 합니다. 앞으로 재삼 주의하고 더 정확한 정보를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드림 콕!]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드림투데이(옛 광주드림)를 구독하세요

저작권자 © 드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