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일 대표.
정영일 대표.

 최근 광주지역을 포함한 호남지역은 극심한 가뭄으로 시민들의 생명수인 수돗물을 제한 급수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가뭄을 겪고 있다. 이러한 가뭄에 겹쳐 최근 며칠 동안은 황사 발생으로 전국의 미세먼지가 높은 수준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어쩌면 2022년은 호남지방의 극심한 가뭄과 서울 중부지역의 폭우로 요약되는 기후재난으로 기록되고, 이러한 이상 징후는 이제 일상적인 생활로 일반화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향후 5년 간 우리 지역에서의 강수량은 가뭄이 지속될 정도로 낮다. 올 겨울의 강수량은 예년의 1/10 수준으로 예보되는 등 충격적인 상황들이 연이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광주시에서는 수돗물 절수캠페인 등 대책들을 쏟아내고 있지만 일시적인 미봉책일 뿐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올 한 해 광주 시민사회의 화두는 ‘기후 위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거의 모든 단체가 기후 위기 대응에 혼신을 쏟았던 한해로 기록될 것 같다.

 올 초 광주기후위기비상행동에서는 시민의 100인 원탁 토론을 통해 ‘광주에서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방법, 시민이 만든 11가지 녹색전환 정책제안서’를 작성했다. 이후 기후시민단 캠페인을 시작으로 해를 마감하는 이번 주까지 시민이 할 수 있는 실천 행동으로 쉼 없이 달려왔다.

 시민 100인의 원탁 토론은 다양한 계층과 다양한 생각을 가진 시민들과 활동가들이 모여 의견과 제안을 수렴하고 토론하는 자리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민주시민으로서의 토론 문화와 지역사회에서 기후위기를 인식하고 행동할 것인가를 고민한 게 의미 있는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우선 시민들이 모여서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계획과 지표를 설정했다. 학습과 공감을 통해 돌봄과 저탄소 농업, 먹거리, 에너지 전환, 녹색 건물, 녹색 교통과 수송, 순환사회와 전환 경제, 기후 대응에 대한 자연 기반과 탄소 흡수원 등이 설정된 지표다. 이어 녹색전환 이행 기반 구축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다양한 담론을 통해 광주광역시가 가야할 방향성면에서 10개 영역 정책 과제를 발굴했다.

 기후 위기 심각성 알리고, 실천하고

 지방 선거를 기후 선거로 만들고자 목소리 내고 싶은 광주시민과 함께 하는 기후 시민단을 조직하여 워크숍과 캠페인을 진행했다. 광주시장과 5개 구청장, 시의원들 간담회를 통해 정책 제안과 위기 의식을 공유하고 우리 지역사회에서 시민이 해야 할 영역과 정책 수립을 담당하는 광주시와 시의회의 역할을 분담하였다.

 이러한 의제들이 정책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하나로 엮어진 결과물인 ‘탄소중립 에너지 자립도시계획’은 정부 목표보다 5년을 앞당긴 2045년을 초점 맞춰 실행계획을 수립했다. 올해는 이를 이행하는 원년이라는 측면에서 의미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인 면에선 실현 가능한지, 현재 추진되고 있는 광주시의 계획 대비 결과 평가지표가 실효성 있는지 등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녹색교통사업의 한 분야로 자전거길을 매년 정비하고 확대해 나가겠다는 계획이 발표됐으나 필자가 체감하는 바 광주시의 실태는 매우 미흡한 실정이다.

 자전거를 이용하는 시민들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 속, 열악한 자전거도로를 개선하고 확장해야 할 정책적 뒷받침은 거의 되지 않고 있다. 이렇다 보니 자전거를 이용하려는 많은 시민들의 욕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측면들이 있다,

 채식 먹거리 사업만 해도 시민들의 현장 활동은 적극적인 반면, 지방 정부의 정책은 시민들의 욕구를 제대로 지원하지 못하는 현실이다.

 자칫 광주 탄소중립 2045는 선언적 의미에 그치고 현실적으로 목표로 했던 탄소저감 실현은 수치에 머물러 버리는 우를 범하고 있지 않는지 성찰해봐야 겠다.

 먹거리 분야의 탄소 중립을 위해서는 지방정부에서 채식 활성화를 위한 식단 개발 지원과 채식 전문식당 확대 등 다양한 정책이 실천돼야 한다. 채식을 장려하는 캠페인 정도에 머물러서는 우리가 목표로 하는 탄소중립은 요원하다.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목표를 설정하고 추진했던 문재인 정부가 끝나고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탄소 중립에 대한 정부 정책이 축소되고 있다. 원전 축소 정책을 활성화 정책으로 바꾸는 등 중앙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이 후퇴하고 있다. 기후위기라는 세계적 위기 상황 대처에 역행하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물론 비상상황에서 목표를 설정하다 보니 다소 과장되거나 현실적으로 달성 가능하기 힘든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설정된 목표를 향해 최선을 다해 달성하고자 하는 의지가 더 긴요하다고 본다,

 느슨한 조직형태 신속 대응·협의 한계 

 광주기후위기비상시민행동은 1년 동안 위기상황을 공유하고 실천하기 위한 시민 활동가들의 비상한 노력과 행동으로 많은 성과를 냈다고 평가한다.

 첫째, 조직적인 측면에서 기후위기에 공감하는 작은 모임들이 모여서 ‘기후위기비상시민행동 ○○마을’이라는 조직을 꾸리고 각 마을·단체·기관이나 학교·지하철·터미널 등등 플랫폼을 통해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알렸다. 또 금요일이면 길거리와 광장에서 함께한 시민들의 모임이 확대되고,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공유한 커뮤니티 확장도 성과라고 볼 수 있다.

 둘째, 함께 행동하고 위기를 공유하면서 자생적인 학습조직(learning organization)이 만들어지면서 기후위기에 대한 다양한 지식과 행동 전략이 확산하는 계기가 된 것도 성과다. 이는 향후 우리 시민사회가 기후위기대응 행동을 하는데 있어서 큰 자산이 되리라고 본다.

 셋째, 자발적인 학습조직을 통해 지식이 공유되고 심화됐다. 이는 기후위기에 대한 교육과 기후 활동가 양성, 기후 학교 등 어젠다를 기획하고 교육하는 리더들을 양성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이러한 다양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해결해야 할 과제 역시 여전하다.

 첫째 ‘광주기후위기비상시민행동’은 다양한 구성원들이 모여 느슨한 조직 형태를 이루고 있어 행동과 추진 과제에 대한 신속한 대응과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처음 제안할 때 플랫폼 형식의 조직으로 제안됐고 ‘공동’이라는 형식에 따라 많은 대표가 존재하다 보니 관심 있는 분야만 참석하거나 이슈들에 대해 소극적인 행동으로 이어진 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분명하다.

 둘째, 기후위기는 다양한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발생하는 특성상 관심 분야 이외 다양한 이슈들에 대한 학습과 어젠다 발굴이 필요하다.

 셋째,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서는 현재 우리가 하고 있는 행동이 제대로 되고 있는 지를 평가할 수 있는 자체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물론 정기적인 공동대표자회의를 통해 정성적인 평가는 논의되고 있다. 그럼에도 구체적이고 데이터로 측정 가능한 평가에 대한 지표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한 해동안 광주기후위기비상시민행동은 열심히 행동하고 뛰어다녔다. 기후위기와 더불어 가정과 마을, 학교 등 많은 분야와 기관에 기후위기시민행동이 끼친 영향은 우리 사회가 저탄소 녹색도시로 가는 길목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시민 활동가, 마을 활동가 여러분과 함께해서 행복하고 보람찬 한 해였다.

 2023년은 더욱 어렵고 혹독한 기후 재앙이 예견된다. 2022년 한 해 우리가 함께했던 의제와 행동들은 이를 극복하고 대처하는 자산이자 희망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정영일(광주기후위기비상행동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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