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중국차(茶)](11) 기타의 호에 관한 상식
은과 차의 화학성분 결합 쓰고 떫은맛 강해
초심자들이 헷갈리기 쉬운 몇가지를 문답식으로 정리해 보았다.
- 해양심층수가 차 우리는 물로는 좋다던데?
△차를 우리는 물로 어느 것이 더 좋은지에 대해서는 앞서 이야기한 적이 있다. 이유를 막론하고 차를 우리는 데는 순수한 물이 최고라고 말했다. 단순히 생각을 해 보자. 그림을 그리고자 하는데, 그 도화지에 여러 가지 색으로 채색이 되어있거나, 이미 다른 그림이 그려져 있다면 화가의 의도대로 그림이 나올 수 있을까? 해양심층수에는 칼슘·마그네슘·칼륨·나트륨 등이 들어있어 차가 제 맛을 내는데 방해요인으로 작용한다. 게다가 심층수는 경도가 150에 이르는 센물에 속한다. 이는 경도 75정도의 단물(연수)를 사용해야 하는 찻물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국내의 차인들이 많이 쓰고 있는 H사의 정수기 역시도 같은 문제로 봐야한다. 이 제품을 테스트 해보면 보통의 정수기와 마찬가지로 쓴 맛이 강해진다. 정수기 보다는 연수기를 쓰는 것이 차를 우리는 데는 훨씬 적합하다. 보통의 음용수와 차를 우리는 용도의 물은 엄연히 구분되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 부잣집에는 무조건 좋은 그릇이 있다?
△찻그릇에 관한 필자의 경험담이다. 예전에 지인의 권유로 보이차를 많이 소장하고 있다는 사람의 집에 들른 적이 있다. 그는 침 튀겨가며 자신의 차를 자랑하다가, 문득 장식장에서 새로운 찻잔을 꺼내 오더니 “청나라 시대의 잔”이라고 한다. 이어 여기에 차를 넣어 마시면 차 맛이 달라진다며 “(1)비교용 잔에다가 이전에 우린 찻물을 따르고, (2) 청나라 찻잔에는 그 다음 번에 우린 찻물을 따른다.”
자 여기서 그 찻잔의 진위 여부를 떠나 어떤 과정이 잘 못되었는지를 생각해보자.
그렇다. 정답은 객관성이다. 찻잔의 우열을 테스트 할 때 우려낸 차수가 다른 찻물을 사용하는 우를 범해서는 비교 샘플의 농도와 함께 온도의 객관성이 담보되지 않기에 올바른 테스트가 불가능하다. 비교는 모든 것이 공정해야하고 평등해야만 한다. 찻잔을 테스트하고 싶으면 잔을 제외한 기타의 조건이 같아야만 한다는 이야기이다. 이 사례는 기본기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서로 우려낸 차수가 다른 물로 그 찻잔들을 테스트하게 되면 당연히 서로 다른 차 맛이 나온다는 말이다.
색상은 자사호와 비슷하나, 그 본질은 자사호와는 구별된다. 호를 만드는 니료가 자사보다 더욱 곱고 치밀하다. 운남성 홍하주(紅河州) 건수(建水)지역에서 나는 200~300목 전후의 니료를 사용한다. 소성 후 수축률은 20%에 달하고, 철의 함량이 높아 그릇의 강도 역시 높으며 표면에는 금속의 느낌이 나고, 두드려보면 쇳소리가 들린다. 의흥의 자사호가 음각 후 그대로 소성시키는 반면 건수호는 음각 후 서로 다른 빛깔의 니료를 이용 해 그 부분을 채워 주는 경우가 많다. 이 건수호는 많은 사람들이 자사호라고 착각하고 구입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에 주의가 필요하다.
-은제품은 차의 맛을 잘 내준다던데?
△은제품을 말하자면 대표적인 것이 은호(銀壺), 즉 은으로 만든 찻주전자이다. 일단 귀금속으로 만들어졌으니, 그 값이 상당하다. 이 은주전자로 차를 우려 마시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비싼 돈을 들여 장만한 주전자에 차를 우려 마시면 그 차는 신선이 마신다는 전설 속의 술 유하(流霞)의 맛이 나오는가? 유감스럽게도 그렇지 않다. 은 성분과 차의 화학성분이 결합하여 우리가 싫어하는 쓰고 떫은맛이 강하게 나오기 때문이다. 앞서 물의 중요성에 대해서 이야기 할 때 광천수를 사용하면 물속의 광물질과 차의 화학성분이 반응하여 차의 맛을 왜곡한다고 했던 이유와도 일맥상통한 이야기이다. 은제품은 물을 부드럽게 만들어 주기 때문에 물 끓이는 용도로 쓰는 것이 적합하고, 차를 우리는 용도로는 권장하지 않는다.
-철로 만든 주전자는 어떤가?
△철호(鐵壺) 말 그대로 쇠로 만든 주전자이다. 일본 남부(南部)에서 쇠를 두드려 펴고 접는 단조(鍛造) 방식의 철호는 불순물을 완전히 제거하여 그 명성이 드높고 최고의 품질을 가진 것으로 인정 받고 있다. 하지만, 이를 외형만 모방한 제품들 역시도 많아서 소비자를 기만하고 있다. 몇 년 전 일본 남부에서 만든 것 못지않게 품질이 뛰어나다는 경상도의 모처에서 판매하는 고가의 철호를 테스트 해 본 적이 있다. 샘물을 넣고 끓여서 맛을 보니 상상을 초월하는 쓴 맛이 나온다. 열 처리 과정에 문제가 있거나, 원재료가 불순하거나 혹은 둘 다의 문제일 것이다. 철호를 쓰기 전에 반드시 그 호에 물을 끓여 맛을 보시라고 권한다. 돈 쓰고 바보 되기 쉬운 세상에서 살고 있는 죄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이다.
류광일(덕생연차관 원장)
류광일 원장은 어려서 읽은 이백의 시를 계기로 중국문화에 심취했다. 2005년 중국으로 건너가 상해사범대학에 재학하면서 덕생연차관 주덕생 선생을 만나 2014년 귀국 때까지 차를 사사받았다. 2012년 중국다예사 자격을, 2013년 고급차엽심평사 자격을 취득했다. 담양 창평면에 중국차 전문 덕생연차관(담양군 창평면 창평현로 777-82 102호)을 열어 다향을 내뿜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