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책방 우리 책들]‘마녀의 매듭’ 리사 비기

마녀의 매듭 책 표지.

 인어공주의 우르슬라, 백설공주의 계모, 잠자는 숲 속의 공주의 말레피센트. 나이 든 마녀라는 악역은 오랜 시간 여러 문화권에서 우리의 마음 속에 스쳐간 얼굴이다. 뚱뚱하고, 예쁘지 않고, 음산하게 웃는 인상을 참으로 쉽게 그려낼 수 있다. 이러한 동화는 대체로 악한 자들의 몰락을 그리고, 선한 자들의 행복을 그린다. 하지만 현실에서 악한 자들이 깔끔히 패배해 죽거나 사라지는 일은 얼마 없다. 우리는 악한 자들과도 함께 살아가야 하는 두려운 세계를 살고 있다. 리사 비기가 글을 쓰고 모니카 바렌고가 그림을 그린 <마녀의 매듭>(2022, 오후의 소묘)은 ‘마녀’에게 접근할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숲 가장자리에는 마녀가 산다. 널빤지와 검은 흙으로 만든 집에 사는 마녀는 일반적인 사람 같지 않고, 멀리서 그림자만 보아도 두렵다. 이 마녀는 행복의 냄새를 맡을 줄 알았다. 그래서 냄새를 풍기는 행복을 발견하는 순간 그것을 날카로운 손톱으로 낚아채 제 머리카락 사이에 가두어둔다. 행복은 거기 머무르지 못하고 이내 시들어버리는데, 마녀는 그걸 알면서도 계속 슬퍼하며 계속해서 행복을 낚아채는 것이다. ‘자신의 것’이 될 수 없는 행복은 마녀를 불행하게 한다. 마녀가 행복을 모두 낚아채는 바람에 숲 속 동물들 역시 불행했다.

 “뭐라도 해야겠어. 지금 당장!” 사슴이 외쳤어.

 긴 회의 끝에 동물들이 뜻을 모았어. 마녀를 없애기로 말이야.

 오직 오소리만 말없이 생각에 잠겨 있었지.  <마녀의 매듭> 중에서.

 그래서 그들은 마녀를 없앨 방법을 찾는다. 토끼와 다람쥐는 마녀의 집 앞 우물을 메워버리려 했고, 두더지와 멧돼지는 마녀의 독초 정원을 망가뜨리려고 했고, 여우들은 숲에 커다란 함정을 만들어 마녀를 유인할 셈이었지만 그들의 계획은 전부 실패했다. 모두 풀이 죽어 우리는 마녀에게서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오소리가 다른 방식으로 접근을 시도한다. 마녀에게 초대장을 보낸 것이다.

 나무 껍질과 꿀 향기가 나는 봉투에 들어있는 파티 초대장이었다. 마녀는 말도 안 된다며 웃어넘기고, 그것을 찬장 맨 아래 서랍에 쑤셔 넣었지만 하루 종일 초대장 생각을 했다. 그리고 결국은 한 번 가보기나 하자며 스스로를 설득한다. 마녀는 어떤 이유에선지 생전 파티에 가 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다음날 마녀는 비누로 몸을 씻고 머리카락에서 매듭을 전부 풀어버렸다. 반나절동안 정성스레 빗어낸 머리카락으로 파티에 도달한 마녀는 넘치는 행복에 당혹스러워한다. 그리고 그것들을 전부 제 머리카락에 묶어버리고 싶었으나, 매듭이 없어 차마 그러질 못했다. 행복을 가두는 것이 아니라, 느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마녀는 비스킷을 먹고, 오소리와 춤을 추고, 성공적인 파티의 끝물에는 기쁨과 아쉬움을 담은 표정을 하고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해 질 무렵이 되자 이제 숲속의 어느 누구도 더는 마녀를 사악하다고 여기지 않게 되었어.

 물론 아무도 앞날을 장담할 수는 없겠지만 말이야.  <마녀의 매듭> 중에서.

 <마녀의 매듭>을 읽고 소개하고 싶다고 생각한 것은 이 마지막 문장을 읽었을 때였다. 마녀는 갑작스레 선해진 것이 아니다. 갑작스레 자신의 과거를 전부 청산하고 새사람이 된 것이 아니다. 아무도 앞날을 장담할 수 없고, 아마 또 다시 매듭을 사용해 행복을 가두어두려고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숲속 동물들은 마녀가 “무섭기만 한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것이야말로 모든 문제 해결의 시작이 된다.

 이 그림책에서 마녀는 기회가 주어지자 행복을 경험할 수 있는 사람으로 그려진다. 우리는 거기서 이 자가 오래 외로웠을 것이라고 가늠해볼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죄 없는 안쓰러운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다. 현재를 사는 많은 인간들이 그러하듯이 말이다.

 무섭고 악한 자들을 손쉽게 눈 앞에서 치워버릴 방법이 있다면 어느 누구도 두 번째 기회를 얻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그들을 분리하거나, 감금하거나, 삭제해버리는 대신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먼저 다정해야 하고, 먼저 다른 방법을 찾아 가이드라인을 그려주어야 한다. 우리를 두렵게 하는 자들에게 다정해지기 위해서는 그들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이해를 위해서는 어떤 부분이든 희생이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선한 삶’의 조건이다.

 오소리는 마녀에게 꿀과 나무 껍질 냄새가 나는 초대장을 보낸다. 이것은 행복을 향한 초대장이었다. 어떤 마녀는 그것을 받아들였고, 어떤 마녀는 그러지 못할 것이다. 파티에 도착하였다고 해도, 훼방을 놓는 마녀가 있을 것이다.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떠났더라도, 다시금 사악하게 변하는 마녀가 있을 것이다. 별 수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다시 시도해야 한다. 계속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

 문의 062-954-9420

 호수 (동네책방 ‘숨’ 책방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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