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뎌 윤석열 대통령에게 고마워할 게 한 가지 생겼다.
해가 바뀌면서, “아~ 머지않아 나도 오십이 되겠구나” 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윤정부가 공약 했던 대로 나이가 두 살 어려지게 생겼다.
올해부터 만나이로 나이계산을 한다고 한다. 40대를 만끽할 수 있는 시간을 2년이나 더 벌었다. 혹시 몰라 ‘네이버 나이계산’에 생년월일을 클릭해서 확인까지 해봤다. 진짜다.
이것만큼은 “생큐! president”다.
오늘의 주제는 “40대!”이다.
지극히 개인적 시각에서 바라 본 40대 담론이다.
다름이 있거들랑 양해 바란다.
X세대 세계화 그리고 IMF
먼저 40대를 정의해보자. 40세부터 49세까지의 나이를 말한다. '불혹(不惑)' 이라고도 한다. 2023년 기준 생일이 지나지 않은 1973년생~생일이 지난 1983년생이 이 연령대에 포함된다.
잠깐 필자 또래를 중심으로 40대에 대한 배경 설명을 해보겠다.
필자가 중학교 때 ‘김대중, 김영삼, 노태우’ 후보간 3파전 대통령 선거가 있었다. 선거 다음날 우리집은 초상집 분위기였다. 그렇게 ‘보통사람! 노태우 시대’가 시작되었다.
고3 시절 ‘가요톱텐’ 1등은 늘 신승훈 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서태지와 아이들이 나타났다. 청바지를 앞뒤 뒤집어 입은 복장으로 “난 알아요”를 외치는데, 고3의 눈에도 좀 충격이었다. “이건 뭐지? 새로운 음악장르인가? 저건 가수인가? 댄서인가? 저 복장은 패션인가? 도발인가?”
그러다 대학엘 갔다. 93학번! ‘문민정부! 김영삼 시대’가 시작되었다. 우리 때 대학진학률을 살펴봤다. 93학번의 경우 38.6%다. 그때만 해도 10명 중 4명이 채 대학에 안 간 시절이었다.
맞다. 지금이야 중고등학교가 의무교육이지만, 당시에는 그 교육비가 전부 부모 지갑에서 나와야 했던지라 형편이 어려운 친구들 중 중학교 졸업 후 일반계나 실업계 고등학교가 아닌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공부하는 산업체 고등학교’로 진학하는 친구들도 더러 있었다.
이를 감안하면 당시 대학 진학율이 38.6%인 것은 그 시대를 제대로 반영한 수치다. 그러다 3~4년 이후부터 대학진학율이 갑자기 높아지기 시작한다. 1995년에는 51.4%, 2000년 68%, 2002년 74.2%, 그렇게 지금의 고학력시대에 이르게 된다.
세상에선 우리 또래를 X세대라 불렀다. 입시로 보면 1993년도 입학생(74,75년생)까지는 학력고사 세대, 1994년 학번(75,76년생)그 이후로는 수능세대다.
X세대는 80년대 민주화운동을 했던 선배들과는 문화, 소비, 정치적 관심도 측면에서 약간 다른 담론을 그린 세대다.
한참 세계화란 용어가 화두였다. 대학 2학년쯤 되니, 해외 어학연수나 배낭여행을 가는 친구들이 한둘씩 생겨났다. 그 이후부터 대학가에 어학연수 바람이 서서히 불기 시작했다. 이는 훗날 초·중·고 조기유학열풍으로 이어지게 된다.
디지털 수혜 SNS 적극 활용
대학 다니며 취직 걱정은 안했다. 선배들이 다들 쉽게 취직을 하는걸 봤다. 학과실로 취업원서가 많이 날아온다는 소리도 들렸다. 그런데 아뿔싸, 필자가 졸업하던 1997년엔 IMF가 터졌다.
그러면서 ‘국민의 정부! 김대중 시대’가 시작되었다. 당시 경제가 무너지며 부모들이 조기 은퇴, 명예퇴직, 실업, 실직, 패업하는 모습들을 지켜봤다. 선후배들 중에 부모가 갑자기 사업이 망하는 바람에 대학을 포기하거나, 군입대를 선택하거나, 어렵게 알바를 하며 학교를 졸업하는 경우들도 꽤 있었다. 이후 사회에 나온 시점에서는 그 전 세대와는 차원이 다른 취업문을 뚫어야했다.
연평균 경제성장률 8.6%의 1980년대에 청소년기를 보내고, 1990년대 초중반까지 경제 호황기에 학창시절을 보내다 갑자기 IMF로 가정 붕괴, 경제 위기, 취업 고충의 충격을 겪은 탓이었을까?
군부독재에 맞서 이룬 정치·사회적 민주화가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에서 성장했던 탓이었을까?
X세대는 (상대적으로 586 민주화세대보다) 정치문제보다는 경제문제, 취업문제, 문화적 향유 등의 좀 더 현실적인 먹고사니즘과 새로운 문화 코드에 더 관심이 많았던 세대로 불린다. 사회적으로 “허리세대, 낀세대”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인구학적으로는 2차 베이비부머 세대로, 50대와 함께 가장 많은 인구수를 자랑하는 대한민국 허리 역할을 담당한다. 기업에서는 중간 관리자 역할, 가정에서는 학부모 역할도 맡는다. 상대적으로 기쎈(주목받는) 586과 MZ세대 사이에 껴서 존재감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소리도 왕왕 듣곤 한다. 실제 정치영역에서 존재감 있는 40대 인물들이 별로 없는 것도 사실이다.
1990년대 시작과 함께 인터넷, 이동전화, 온라인, 커뮤니티로 상징되는 디지털 문화의 확산을 처음부터 접한 세대다. 삐삐에서부터, 천리안, 하이텔 PC통신, 싸이월드, 카카오스토리, 블로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에 이르기까지 온라인 소통 변천사를 20대 때부터 그대로 수용하며 시간이 흘러 40대가 되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SNS 안에서 자신의 정치적 의사표현을 한다던지, SNS를 이용해 커뮤니티 활동을 한다던지, 사업적으로 활용한다던지 등 디지털 문화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세대군에 속한다.
2002년 월드컵과 대선을 기억한다. 붉은 악마와 노사모 바람! 기존에 경험해보지 못한 에너지였다. 특히 정치영역은 그동안 민주화 운동한 선배들의 영역이었고, 우리세대는 그 혜택을 받은 세대라는 부채의식이 무의식중 있었다. 노사모 바람은 당시 우리 세대가 처음으로 시민으로서의 정치적 효능감을 경험한 때가 아닌가 싶다.
20대 때의 정치성향이 평생의 정치적 지향성에 영향을 미치는 걸까?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진보적 성향은 40대다. 민주화의 가치에 공감하면서도 권위주의적 방식은 거부하고, 신자유주의적 경쟁을 인정하면서도 그 부족함은 정치적 진보주의에서 채우고자하는 욕구가 있는 세대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보통은 나이를 먹으면 보수화 된다는데, 정말 그런지, 아니면 젊은 시절 정치적 지향성이 쭉 그대로 가는지, 앞으로 20년 뒤, 40년 뒤에는 지금의 40대가 어떤 정치적 지향성을 가질지 궁금하긴 하다.
‘중년’ 개념 모호한 ‘영포티’
그렇게 노무현시대가 열렸고, 우리 세대는 각자 취업현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열심히 경력을 쌓거나, 결혼 후 가정을 이루거나, 그렇게 30대, 40대 시절을 보내게 된다. 그 이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시대를 지나, 윤석열 정권에 이르기 까지 40대는 지금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
40대! 보통 40대부터 기성세대로 보는 시각이 강하나, 요즘 들어 신조어로 영포티(Young Forty:나이에 비해 젊게 사는 40대)라는 단어가 있을 정도로 감각은 젊다고 자부한다. 그도 그럴 것이 과거 1960년대만 하더라도 평균 수명이 남자 51.1세, 여자 53.7세였으나, 지금 대한민국 평균 수명이 남 82세, 녀 87세로 다들 오래 살지 않나? 그렇게 따지면 40대는 아직 ‘한참 젊은 나이, 갈길 이 먼 나이, 도전해도 되는 나이’이긴 하다.
또한 취업연령, 혼인연령이 늦춰지다보니 덩달아 출산연령도 낮아지고, 학부모가 되는 연령도 낮아져 40대를 ‘중년’이라는 한단어로 규정 짓기엔 애매한 구석, 억울한 구석이 있긴 하다. 주변을 둘러보면 40대에 여전히 미혼이거나 혹은 첫 자녀를 낳은 경우들도 흔해지고 있다. 사회 전반적 분위기 상 나이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고, 40대에 대한 해석도 마찬가지다.
그와 별개로 신체적 노화가 시작되는 나이인 것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 흰머리가 하나씩 생기기 시작한다. 건강 정도는 관리 유무에 따라 개인차가 커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직장에서 중간관리자 혹은 임원직 직급을 달다보니(실제 이번 삼성전자 2023년 임원인사에서 40대 부사장 임명이 부쩍 늘었다는 걸 보면 승진 연령이 확실히 빨라지는건 사실인 듯)서서히 은퇴준비 혹은 이직, 재취업부분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
자녀 연령이 학령기다보니 그만큼 주택구입비, 사교육비, 부모부양비, 기타 생활비가 많이 들기에, 필히 직업적 안정성이 요구되지만, 과학기술의 발달과 온갖 자동화의 시대의 흐름으로 40대 노동값이 업종에 따라 잉여인력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끊임없는 자기개발과 제 2의 인생 준비가 동시에 필요한 세대이기도 하다. 일단 직업이 있는 40대의 경우 자녀 교육, 주택 구입 등에 왕성한 소비자군단에 속하긴 하지만, 은퇴 이후 준비도에 대해서는 다들 고민이 많다.
여전히 ‘도전’ 하는 세대
워낙 은퇴시기가 빨라지다 보니, 제 2의 인생 도전! 창업에 대한 고민들도 많이 하는데, 청년들에게는 취업과 창업에 대한 각종 지원 정책이 꽤 되지만, 그 연령 제한이 39세까지다. 딱 40세가 넘어가면 지원이 거의 없다. 그렇다고 40대를 타겟으로 한 국가의 정책적 고민 또한 별로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에 대해 목소리 낼 여력이 없다. 먹고살기 바빠서 말이다. 이것이 현실이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40대 이혼율이 가장 높다. 40대후반 남성이 1000명당 7.4건, 여자40대 초반 이혼건수가1000명당 7.8건으로 전 세대에서 가장 높았다.(22년 통계)
그 만큼 일터에서의 변수도, 가정에서의 변수도 많은 세대가 40대다.
40대!
정보화와 세계화의 두 바람을 타고, 탈정치, 탈이념, 탈권위, 탈전통의 분위기와 대중문화 부흥기에 20대를 보낸 세대, 1997년 IMF와 2008 외환위기를 겪으면서도 악착같이 살아남은 생존력 강한 세대, 밀레니얼세대와 586세대 양쪽을 왔다갔다하며 조율이 가능한 유연함을 간직한 세대. 꼰대소리 안듣고 싶어 부단히 신문물(!), 신사고(!)접속에 애쓰며 사는 세대.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을 선호하고, 더불어 사회적 감수성을 가진 세대, 젊다면 젊고, 어른이다면 어른인 세대, 어디에 껴 맞춰도 얼추 맞아지는 세대가 바로 40대가 아닌가 싶다.
각 나이대에 기대하는 바가 있다. 각자가 원하는 사십대, 가정이 원하는 사십대, 사회가 원하는 사십대, 우리는 잘 살고 있는가?
필자를 포함, 주변의 40대들이 모이면 주로 어떤 말을 많이 할까? ‘부동산, 경제, 자녀교육, 여행, 건강’등의 생활언어 빼고, 가장 많이 등장 하는 단어는 여전히 ‘도전’이란 키워드다.
그렇다. 40대!
도전해도 늦지 않을 나이다.
이 땅의 40대들이여!
당신의 Second Chance, Second Challenge들을 응원한다.
조윤정 (여성비전네트워크 이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