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중국차(茶)](14)미리 보는 2023년 중국 봄차시장 동향
“고산차 선택하면 기후 영향 덜받아”

2021년 3월에 촬영한 한국차의 냉해 현상. 잎이 낙엽처럼 타들어갔다. 이는 엽록소가 파괴되어 새로운 차의 싹과 잎을 틔우는데 매우 불리한 작용을 한다. 결국 향과 구감 모든 면에서 예년에 비해 저열한 등급의 차가 나올 수밖에 없게 된다.
2021년 3월에 촬영한 한국차의 냉해 현상. 잎이 낙엽처럼 타들어갔다. 이는 엽록소가 파괴되어 새로운 차의 싹과 잎을 틔우는데 매우 불리한 작용을 한다. 결국 향과 구감 모든 면에서 예년에 비해 저열한 등급의 차가 나올 수밖에 없게 된다.

 며칠 동안 새 봄이 이미 목전에 다가온 느낌이라 산으로 들로 봄나들이 생각에 가슴이 설렌다. 만일 차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새봄의 싱그러움을 가득 담고 있는 녹차 한잔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울 것이다. 모든 농작물과 같이 차를 재배하는 농민들 역시도 ‘비바람이 때 맞춰 적당하면, 농업생산에 도움이 된다’는 뜻의 풍조우순(風調雨順)을 기원한다.

 차는 기후환경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 가운데서도 항상 문제가 되는 것은 추위이다.

 차나무는 본래가 내한성이 떨어지는 식물이고, 그 가운데 대부분이 명차 반열에 올라있는 토종은 그 정도가 더욱 심하다. 예년에는 십수 년 걸러 한 번씩 왔던 이상한파 현상이 해가 지날수록 그 주기가 짧아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근래에 이르러서는 4~5년으로, 최근에는 2~3년으로 그 주기가 단축되고 있다.

 올해 겨울처럼 북극 한파가 찾아 온 2016년과 2021년의 경우도 강남을 비롯한 중국 전역의 차구에서 첫 물 차 대부분이 냉해를 입었다. 결과적으로 같은 해 차 수확 시기는 평년에 비해 대략 10일 정도 늦게 시작되었다. 이는 두물차가 나와야 할 시기에 첫물차가 겨우 나왔다는 이야기이다. 이번 겨울도 이상기후가 예외가 아니어서 중국 전역의 기온이 4~7℃ 정도 하강했다. 이는 차나무의 품종을 가리지 않고 모두 그 피해에서 자유롭지 못함을 말해준다.

 화불단행(禍不單行) 재앙은 홀로 찾아오지 않는다고 했던가. 금년 중국차 산지의 겨울은 한국의 호남지역처럼 가뭄이 심했다. 냉해에 더해 가뭄까지 설상가상의 경우일 것이다. 이리되면 가장 많은 피해를 받는 지역은 평지(平地)에서 재배하는 차나무다. 우리가 흔히 보는 하우스와 노지에서 재배한 채소의 맛과 향이 다르다는 것은 불문가지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평지차는 고산차에 비하여 추위나 가뭄에 견디는 정도가 약하여 훨씬 더 많은 피해를 입기 마련이다.

 필자가 중국에서 공부하던 시절, 중국 운남성에서는 2009년 10월부터 2010년 5월까지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는 백 년 만의 큰 가뭄이 찾아 온 적이 있었다. 당시 수십 리 길을 걸어 구해온 물 한 통을 사람들이 식수로 쓰고, 세수하고 난 허드렛물을 가축들에게 먹이는 광경을 어렵지 않게 TV로 볼 수 있었다. 이러한 가뭄은 차의 작황에도 큰 영향을 끼쳐 가뭄이 해소된 5월에 가서야 비로소 채엽이 이뤄졌다.

2023년 1월 절강성 항주(杭州) 날씨: 항저우의 서호(西湖)에서 나오는 용정차는 예로부터 지금까지 10대명차의 지위를 내려놓은 적이 없다. 사진 위쪽은 일자별 날씨이고 아래쪽의 그래프는 월 평균 기온을 나타낸 것이다. 금년 겨울의 날씨가 평년에 비해 4~7℃ 정도 낮은 것을 알 수 있다. 이상기후는 필연적으로 차의 품질의 저하를 초래한다. 
2023년 1월 절강성 항주(杭州) 날씨: 항저우의 서호(西湖)에서 나오는 용정차는 예로부터 지금까지 10대명차의 지위를 내려놓은 적이 없다. 사진 위쪽은 일자별 날씨이고 아래쪽의 그래프는 월 평균 기온을 나타낸 것이다. 금년 겨울의 날씨가 평년에 비해 4~7℃ 정도 낮은 것을 알 수 있다. 이상기후는 필연적으로 차의 품질의 저하를 초래한다. 

 가뭄에는 오이도 쓴 맛이 강해진다. 하물며 몇 달간을 버텨오던 끝에 겨우 딴 찻잎도 마찬가지이다. 그렇게 먹기 힘들 정도로 쓴 맛이 더욱 강해진 보이차를 두고 대부분의 상인들은 “쓴 게 약이다”라는 고전적인 수법은 그렇다 치더라도 “찻잎이 조금 밖에 안 나왔으니, 얼마나 그 약성이 좋겠느냐”며 ‘약’을 팔았다. 장사치들에게 속아 넘어간 사람들의 귀 얇음을 매몰비용으로 처리하기에는 경제적인 손실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중국에서는 비교적 유명하고(名) 우수한(優) 품질의 녹차를 일컬어 명우녹차(名優綠茶)라고 한다.

 명우녹차는 주로 강소성(江蘇省), 절강성(浙江省), 강서성(江西省)의 삼강(三江) 일대와 안휘성(安徽省)에서 자라난다. 이 차들의 첫 번째 채엽 시기는 그 해의 일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 보통 3월 하순에서 4월초 사이에 이뤄진다.

 안타깝게도 명우녹차는 토종녹차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토종녹차는 만생종(晩生種), 소수확(少收穫)이라는 그 품질적인 특성을 제외하고도, 다른 차나무에 비하여 추위에 더 취약하기에 피해가 적지 않다.

 이와 함께 명우녹차의 반열에는 들지 못하지만 비교적 이름이 있는 녹차 가운데서 날씨가 따뜻한 사천이나 귀주·운남 등 서남쪽의 운귀고원(雲貴高原)에서 재배한 차들은 2월 하순에 출하된다.

 지리적으로 사천과 귀주의 지형은 분지이고, 그 지역 녹차의 빛깔은 묵녹색(墨綠色)에 가깝다. 녹차의 빛깔이 검은 묵녹색의 엽록소가 다량 함유된 차는 쓴 맛이 강해진다는 정도를 알아두면 좋을 것이다.

 이외에도 코로나의 영향으로 증가한 중국화폐인 인민폐의 통화 팽창은 모든 물가의 상승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지수인 2월 CPI 통계치에 의하면 채소류의 가격이 2.7%나 올랐다고 한다. 물론 다른 나라에 비하여 그 정도가 작다고 할 수도 있지만, 채소에 비해 더 높은 상승률을 보이는 명우녹차의 경우에는 가산치를 더 부여해야 할 것으로 본다.

 따라서 앞서 열거한 이유를 바탕으로 금년 중국 녹차를 구매 관련 조언을 한다면 이렇다.

 첫 번째로는 우선 그 양을 조금 줄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로는 고산차를 선택하는 것이 냉해와 가뭄으로 인한 품질 저하의 영향을 덜 받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녹차는 밀봉·냉동하면 5년 정도는 그 품질을 유지한다. 따라서 좋은 차가 나왔을 때는 조금 더 구매하여 위의 조건대로 보관하면서 나중에 나오는 차들과 대조 비교를 통하여 품질의 차이를 테스트 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류광일(덕생연차관 원장)

류광일 원장은 어려서 읽은 이백의 시를 계기로 중국문화에 심취했다. 2005년 중국으로 건너가 상해사범대학에 재학하면서 덕생연차관 주덕생 선생을 만나 2014년 귀국 때까지 차를 사사받았다. 2012년 중국다예사 자격을, 2013년 고급차엽심평사 자격을 취득했다. 담양 창평면에 중국차 전문 덕생연차관(담양군 창평면 창평현로 777-82 102호)을 열어 다향을 내뿜고 있다.

[드림 콕!]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드림투데이(옛 광주드림)를 구독하세요

저작권자 © 드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