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 현장]시립미술관 “쓰러질 우려 위험 수목 관리 차원”
제보자 “무작정 제거보다 보존방안 더 고민해야”

중외공원 길가에 자리하고 있던 커다란 튤립나무가 베어졌다.
중외공원 길가에 자리하고 있던 커다란 튤립나무가 베어졌다.

 광주 문화시설의 거점인 중외공원 광주시립미술관과 팔각정 사이 산책로에 울창히 자라있던 튤립나무 두 그루가 최근 베어졌다. 인근에 거주하고 있던 한 주민은 주민들의 쉼과 위안이 돼주었던 튤립나무가 사라졌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중외공원 인근 아파트에서 30여 년간 살고 있다는 주민이 산책 중 베어진 튤립나무 밑동을 발견하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면서 본보에 이를 제보했다. 중외공원 인근 중흥아파트에 사는 이문호 씨다.

 이 씨는 며칠 전 만개한 벚꽃을 구경하기 위해 가족들과 중외공원 산책에 나섰다. 그곳에서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도했다. 공원 내 아름다리 수목이 베어진 것이다.

 이 씨는 “봄이 되면 늘 찾아가던 산책길에 두 사람이 손 잡아야 안아질 법한 커다란 튤립나무가 막무가내로 베어져 있었다”라며 “중외공원의 역사를, 그 품격을 베어내 버린 것”이라고 토로했다.

 또 “자주 봐왔기에 병들거나 쓰러질 염려가 없는 상태임을 잘 안다”면서 “그런데 한 순간에 사라졌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베어진 나무는 20m 가량 되는 튤립나무들이다. 나무에서 피는 꽃이 튤립을 닮아 흔히 튤립나무라고 불리지만 백합나무다. 도심에서는 공원이나 길가의 가로수로 많이 식재되는 수종이다. 초여름쯤 꽃이 피고 노란빛을 띤다. 특히 ‘탄소 통조림’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이산화탄소 흡수 능력이 뛰어나 도심에 꼭 필요한 이로운 나무다.

중외공원에 자라있는 튤립나무, 옆에선 또 다른 공사가 진행 중이다.
중외공원에 자라있는 튤립나무, 옆에선 또 다른 공사가 진행 중이다.

 이문호 씨는 작년까지 학교에서 일 하다 퇴직 후 농사를 짓고 있다.

 30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이 씨는 “무작정 베어내기보다 나무를 보존할 수 있는 조치를 먼저 생각했으면 한다”면서 “방금도 밭에 나무를 심고 왔다. 생활 속 작은 실천으로 광주 도심에도 울창한 나무들이 자라다 보면 아이들이 자라나는 환경에도, 기후 위기를 극복하는 데에도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재차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와 관련 중외공원 관리 주체인 광주시립미술관 시설관리팀 관계자는 “‘위험수목’으로 판정된 나무여서 공원 관리 차원 제거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튤립나무가 워낙 대형목이라 태풍 때마다 한 두 주씩 쓰러지고 있다”면서 “작년에도 나무 한 주가 쓰러져 홍매화 단지가 피해를 입었던 적 있다”고 이해를 당부했다.

 유시연 인턴기자 city@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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