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협력과 한반도 미래]
강대국들 한반도 분단 유지 선호
남북 화해·교류 없인 평화 요원
동북아시아는 여러 의미에서 강대국들이 인접해 있는 중요한 지역이다. 미국은 지리적으로는 동북아지역이 아니지만 2차 세계대전 이후 정치·군사적으로 동북아지역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동북아지역은 경제적으로 세계의 중심축이다. GDP면에서 4위권 이내의 국가가 3개(미·일·중)나 되고, 3대 핵 국가(미·러·중)와 준 핵 국가인 북한이 있다. 북핵문제 6자회담 참가국들의 군비를 합치면 전 세계 군비의 2/3를 차지한다.
21세기가 아시아·태평양 시대라고 하지만 그 중심은 동북아시아가 될 수밖에 없다. 동북아시아가 아시아·태평양 번영의 견인차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지속 가능한 평화공동체 구축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유럽국가들이 유럽안보협력기구를 통해 유럽연합(EU)을 탄생시켰듯이, 동북아시아에서도 평화와 번영의 지역공동체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동북아시아에서 평화공동체의 실현은 인류 전체의 번영과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동북아지역에서 역내 국가들 간 경제협력은 다각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군사안보협력은 복수의 쌍무적 동맹관계가 지속되고 있다. 동북아지역의 냉전구조가 지속되는 원인은 한마디로 말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미국은 관리 가능한 수준의 동북아 지역의 긴장구조가 자국의 동북아시아에 대한 장악력을 높여주기 때문에 냉전의 해체를 바라지 않는다는 관점이 있다. 북한은 핵 카드를 통해 체제안정과 경제지원을 보장받으려는 위험한 게임을 하고 있기 때문에 냉전구조가 해체되지 않았다는 견해도 존재한다.
우리 입장에서는 무엇보다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이 우선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북핵 문제 때문에 한반도의 긴장과 불안이 지속되고, 평화통일의 출발선인 남북 간 교류협력이 현실적으로 제약받고 있기 때문이다.
美 한반도 정책, 중·러·일 정책의 하위
북핵 문제는 동북아지역의 강대국들이 자신들의 국가이익 실현을 위해 전략적이라기보다는 전술적이고 부분적으로 해법을 찾으려고 했기 때문에 복잡하게 꼬여있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사실 그 해법은 간단하다. 미국과 북한 양국이 외교관계 정상화를 동일한 목적으로 삼고 일괄타결 방식으로 나아가야 한다. 미국과 북한 간의 관계 개선이야 말로 동북아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더 커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오늘날 동북아지역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미·중 간 경쟁과 대결이 치열해지고 있다.
미·중 관계가 잘못되어 만약 전쟁이라도 발발할 경우 그 도화선은 북한 및 북핵 문제일 수도 있다. 우리가 적극적으로 대북정책과 북핵정책, 한반도 평화정책을 추진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중 관계는 한반도와 동북아지역, 나아가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정치 질서를 결정하는 기본 축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미국과 중국의 한반도 정책은 무엇이며, 우리의 선택은 무엇이 되어야 할 것인가?
미국의 한반도 정책은 기본적으로 중국과 러시아·일본에 대한 정책의 하위정책이며, 북·중·러와의 대결에 대비하여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통제하며, 남북관계와 한일관계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도록 하는 것이다. 중국의 한반도 정책은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충돌 및 전쟁 방지, 북한의 붕괴 방지와 체제 안정화, 외교를 통한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그리고 지속적인 한·중관계 발전을 통한 일본의 견제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선택은 무엇인가?
첫째, 우리의 지도자들이 한반도 문제에 관한 한 주인의식을 갖고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정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동북아지역의 강대국들은 분단의 지속과 같은 현상 유지를 선호하고 있다. 이러한 낡은 틀을 바꾸려면 주체적이고 주도적으로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지지하도록 강대국과 국제사회를 설득하고 동원해야 한다.
둘째, 남북 간 교류와 협력이 지속되어야 한다. 한반도 문제와 관련하여 남북이 교류협력하지 않고서는 우리가 이뤄낼 수 있는 것은 현실적으로 아무것도 없다. 남북이 한반도 문제의 주인이 되어 분단과 전쟁의 냉전 구도를 해체시키고 평화와 통일을 이루어내며 나아가 동북아 평화공동체의 토대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남북 관계는 도무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걱정스러운 것은 한·미·일 대 북·중·러의 신냉전에 편승되어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시기 꾸준히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고 구축해 온 화해협력 패러다임을 버리고 새판을 짜겠다면서 북한과의 갈등과 긴장을 키우고 시간만 보내고 있다. 결과적으로 한반도의 운명을 결정하는 주체자가 아닌 객체로 전락하게 됨으로써 해방 직후와 같은 비극적인 운명에 처하게 될지도 모르는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윤석열 정부 기계적 상호주의서 벗어나야
윤석열 정부는 기계적 상호주의에서 벗어나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지역의 평화와 공동 번영을 위해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에 맞는 품격이 있는 정치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또한 내부적으로 국민통합을 위한 정치에 적극 나서야 한다.
어느 사회에서나 갈등이 있기 마련이고 그 갈등을 조정하여 통합을 이루려는 치열한 노력이 바로 정치의 몫이다. 지난 냉전 시기에 한민족 간 발생한 전쟁으로 치유할 수 없는 고통을 겪어온 한반도에서 남북 간 평화공존과 통일은 우리가 지향해 나가야 할 최고의 선이다. 윤석열정부는 내부의 분단을 키워나가는 정치가 아니라 통합을 위한 정치를 실현해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은 이념, 지역, 세대, 교육, 소득 등 다양한 영역에서 갈등과 양극화라는 악순환에 빠져 있는 형국이다. 이러한 상황이 극대화되면 공동체는 견뎌낼 수 없게 된다. 특히 우리 민족이 세계사적으로 유례없는 이념 대립의 가장 큰 희생자로 남아 있음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국민통합과 한반도의 평화통일은 바로 깨어있는 국민으로부터 시작됨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정영재 (사) 북방경제문화원 운영위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