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 지역으로 방출’ 방치할 일인가

 광주의 한 영화인이 수십여년간 공들여 수집해 온 비디오와 책 10만여 점이 타지로 유출될 위기에 처했다는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사비를 들여 수집한 이 테이프와 책들은 각 5만여권에 달하는데 자료가 방대하고 공간이 여의치 않아 관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타지로라도 보낼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화적 가치’가 큰 이 소중한 자산들에 대해 문화도시 광주시는 ‘공간과 예산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니 답답할 따름이다.

 광주에서 활동하는 영화인 조대영 씨가 수십년간 모아 온 희귀 수집품들은 비디오테이프와 책 각 5만여점 등 총 10만여점에 달하는 방대한 양이다. 이들 수집품들은 대부분 절판되거나 구하기 어려운 것들로 문화적 가치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오랜시간 수집을 하면서 자료가 방대해져 보관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3년 전부터 이를 광주시민과 공유하겠다고 나섰다. 현재 전시회를 하고 있는데 전시가 끝나면 또다른 보관 공간을 만들어야 하는 등 경제적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는 조씨의 입장이 이해가 가고 남는다.

 이에 대해 광주시는 ‘공간과 예산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한다. 시가 공간을 만들어 전시를 하고 관리를 한다는 게 어려운 문제일 수 있다. 또 예산도 없고, 만약 기증을 받아도 방대한 양을 둘만한 장소도 마땅치 않을 수는 있다. 하지만 조 씨가 기증하겠다고 밝힌 이들 자료와 책들은 우리지역 한 영화인이 사명감으로 수집해온 소중한 사료들로 만일 이같은 사료들이 타 지역으로 유출, 그곳에서 전시돼 관광객을 끌어 모으기라도 한다면 상실감이 얼마나 클지, 역으로 생각해 볼 일이다.

 한 도시의 문화 역량이 곧 그 도시 전체를 먹여 살릴 수 있다는 점은 잘 알려진 진실이다. 없는 문화재를 광주로 유치하려고 자원을 투입하는 것도 중요하나, 있는 문화 자산을 지키지 못함은, 앞으로는 남기고 뒤로는 손해 보는 일을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더욱이 광주시는 모두가 인정하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라는 점에서 이같은 소중한 광주의 문화자원들이 타 지역으로 유출되지 않도록 시와 시민사회단체 등의 적극적인 고민을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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