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중국차(茶)](18)간차주차(看茶做茶) 찻잎 상태 보고 차를 만든다
‘살청’ 종합적 기술의 집합체
중국에서 생활할 때 여러 지역에서 나오는 다양한 차의 제다현장을 견학할 기회가 많았다. 늘 서로 다른 차를 만드는 다른 기술자들에게 같은 질문을 했었다.
“이 차는 어떻게 만드나요?” 놀랍게도 모두가 미리서 입을 맞춘 듯 한결같은 대답으로 돌아온다.
“간차주차(看茶做茶)” 차를 보고, 차를 만든다고 한다. 더 정확하게 풀자면 “찻잎의 상태에 따라 적용하는 조치가 달라지니, 그 조치를 한가지로 단정지어 말하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앞선 회에서 살청의 온도를 “대략 85℃”라고 말한 적이 있다. 여기서 “대략”이라고 말한 것에 주의해야 한다. 이는 ‘반드시’ 그 숫자가 아니라 상태에 따라 가감을 해야만 한다는 뜻이다.
살청온도의 고저는 품종, 찻잎의 품질, 산지, 채엽시간 등과 관계가 있다.
여기서 말한 ‘간차주차’는 살청과정 뿐만이 아니라 위조부터 건조에 이르는 전체의 과정에 통용되는 말이다. 또한 발효시키지 않은 차부터 시작해서 경발효, 중발효, 후발효 등 모든 차의 제다에서도 서로의 변수를 잘 고려해서 결정하라는 뜻으로 쓰이는 말로써 우리의 ‘거시기’와 비슷한 경우이기도 하다.
살청에 대해 계속 설명하도록 하겠다.
살청은 종합적인 기술의 집합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여러 복잡한 인소들이 얽혀있다. 찻잎의 품질 이외에도 불의 온도와 덖을 찻잎의 양, 덖는 시간의 장단 등등이 복잡하게 맞물려 돌아간다.
살청은 우선 찻잎의 어리고 쇰의 정도를 봐야한다. 보통 1아3엽까지는 부드러운 잎에 속하고, 1아3엽을 넘어서면 쇤 잎으로 본다.
두 번째는 찻잎의 함수량이 얼마인가 하는 문제이다. 맑은 날 딴 찻잎의 함수량은 흐린 날에 비해서 적고, 흐린 날 딴 찻잎은 비 오는 날에 비해 적다. 같은 맑은 날씨라 할지라도 아침에 딴 찻잎이 점심에 딴 찻잎보다 높고, 점심에 딴 찻잎이 오후에 딴 찻잎보다 높다. 봄에 딴 찻잎이 여름 찻잎보다 높고, 가을 차는 맑거나 비가 내리는 등의 기후에 의해 결정된다.
따라서 살청기술은 찻잎의 어리고 쇰의 정도와 함수량이 얼마인가에 따라 가장 합리적인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이는 비단 살청뿐만 아니라 모든 제다과정에서 공통적으로 참고하고 적용해야 하는 것이기도 하다.
살청시 상온에서 온도가 10℃ 올라갈 때 마다 효소의 촉매작용은 배로 증가한다고 한다.
보통 식물에서 효소가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온도는 50~60℃ 사이이며, 찻잎의 폴리페놀 산화효소가 활동하기 가장 좋은 온도는 52℃이다. 여기서부터 온도가 올라갈수록 효소의 반응 속도는 하강하며, 온도가 어느 한계점에 도달하면 효소의 반응속도는 ‘0’에 수렴한다.
이러한 온도의 한계점을 일컬어 ‘효소둔화 임계온도’라고 부른다. 효소가 열을 받아 모두 파괴될 때의 온도는 여러 외적인 요인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에 구체적인 숫자를 확정짓기가 매우 어렵다.
안휘성 농업대학의 측정치에 의하면 찻잎의 살청과정에서 폴리페놀 산화효소의 둔화 임계온도는 85℃라고 한다.
찻잎의 온도가 실온에서 85℃ 이상으로 도달할 때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 시간은 살청기술 가운데서 매우 중요한 인소 가운데 하나이다. 앞서 언급한대로 산화효소 둔화 임계온도로 상승하기 전에는 효소의 촉진 반응이 상당히 격렬하다. 만일 온도상승 시간이 길어지면 그 변화량 역시도 상대적으로 증가하여 찻잎의 화학적 악화(化學的惡化)가 일어나 줄기와 잎이 붉어지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살청시에 찻잎의 온도는 1~2분 이내에 85℃이상으로 올려야하고, 절대로 3~4분을 넘기지 않는다.
그에 더해 85℃ 이상의 온도를 일정시간 동안 유지시켜줘야 한다. 효소의 활동이 완전히 멈춘 후에 찻잎의 온도는 내려야 한다. 특히 찻잎의 함수량이 60% 정도가 되었을 때 찻잎의 온도가 너무 높으면 부드러운 조직을 가진 어린 차의 싹과 잎은 눌러 붙기 시작한다.
적당한 살청온도는 엽록소, 가용성당분, 유리아미노산, 카페인 등이 품질을 높여준다. 그에 더해 불용성 성분인 플라바놀(flavanol)의 양이 적어 떫은맛을 낮춰준다.
반대로 살청의 온도가 너무 높으면 플라바놀이 물에 녹는 가용성으로 변화하여 차의 쓰고 떫은맛을 찻잎의 상태보다도 더 높여준다.
류광일(덕생연차관 원장)
류광일 원장은 어려서 읽은 이백의 시를 계기로 중국문화에 심취했다. 2005년 중국으로 건너가 상해사범대학에 재학하면서 덕생연차관 주덕생 선생을 만나 2014년 귀국 때까지 차를 사사받았다. 2012년 중국다예사 자격을, 2013년 고급차엽심평사 자격을 취득했다. 담양 창평면에 중국차 전문 덕생연차관(담양군 창평면 창평현로 777-82 102호)을 열어 다향을 내뿜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