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 돌봄을 가능하게 하는 것들

임형석(광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부이사장)
임형석(광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부이사장)

 초고령 사회를 앞두고 돌봄은 우리 모두의 보편적인 문제가 되어가고 있다. 커뮤니티 케어 또는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 지역사회 계속 거주)라고도 알려진 지역사회 통합 돌봄은 돌봄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갈 것인가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응답이다.

 방점은 커뮤니티 곧, 지역사회에 찍혀 있다. 시설이나 병원이 아닌 자신이 살던 집, 자신이 일상을 꾸려 갔던 정든 마을에서 할 수 있는 한 나이 들어갈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통합 돌봄(Integrated care)은 이를 위한 수단이다. 주거·의료·복지가 통합적으로 제공될 때 비로소 지역사회 돌봄이 가능해진다.

 광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하 광주의료사협)은 방문진료, 방문간호, 방문구강, 방문재활 등 다양한 재택의료사업을 수행하고 지역사회의 다양한 돌봄, 복지 자원을 연계하면서 지역사회 돌봄이라는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내고 있다.

 광주의료사협은 2021년 6월에 마을건강센터를 개소하고 우산동 일대 영구임대아파트 주민들을 대상으로 방문건강관리 사업을 시작했다. 같은 해 8월, 우리동네의원을 개설하고는 방문진료를 위해 과감히 오후 외래진료를 포기했다.

 방문진료 위해 오후 외래진료 포기

 2022년 한 해 동안 거동이 불편한 노인과 장애인을 대상으로 953건의 방문진료와 1467건의 방문재활을 수행했다. 2022년 말부터는 방문간호 활동을, 2023년도에는 방문구강활동을 더해 재택의료사업의 빈 곳을 하나둘씩 채워가고 있다.

 또, 혼자서 병원 이용이 어려운 중증환자를 대상으로 병원으로 이동하는 것에서 시작해서 약국에서 처방약을 타기까지 병원 이용의 전과정을 동행하는 병원 동행 휴블런스 사업도 이용자들의 호응 속에 활발히 수행하고 있다.

 지역사회 통합 돌봄은 지역사회 내의 의료와 돌봄 자원들 사이의 유기적인 연계가 매우 중요하다. 지역사회 자원들이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수준을 넘어서 한 기관에 의해 의료와 돌봄이 통합적으로 제공된다면 서비스를 이용하는 입장에서는 더욱 이점이 있음은 자명하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도 최근 방문간호, 방문개호(요양), 주야간보호, 단기 입소 등을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간호 소규모 다기능형 거택 개호’ 시설이 커뮤니티 케어의 꽃으로 떠오르고 있다. 광주의료사협도 의료와 돌봄을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길을 고민하고 있는 중이다.

 통합 돌봄 논의에서 가장 중요함에도 소홀히 다뤄지는 영역이 바로 주거 영역이다. 살고 있는 집의 턱을 없애고 안전바를 설치하는 등의 주거환경개선에서부터 다양한 수준의 지원주택에 이르기까지 주거문제 해결이 없이는 지역사회 돌봄은 불가능하다.

 가까이는 자원봉사단을 조직해서 주택 개보수 봉사를 하고 다양한 생활지원을 하는 등의 활동에서 시작해서 멀리는 지원주택을 운영하는 일까지, 광주의료사협은 주거영역에 있어서도 일정부분 기여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지역사회 통합 돌봄의 목표가 모든 사람이 집에서 생을 마감하게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최대한 정든 집에서 살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결국 시설에 입소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

 그래서 시설 또한 지역사회 통합 돌봄의 틀 안에 포함될 필요가 있다. 이전의 삶과의 단절이 아닌 삶이 이어지는 공간으로서의 시설로의 변화가 필요하다.

 일본의 유니트케어처럼 집단생활에서 개인의 개별적인 삶이 가능한 시설로 변화될 필요가 있다. 아주 먼 훗날의 이야기겠지만 광주의료사협이 그런 요양시설을 운영할 수 있으면 좋겠다.

 우리나라의 지역사회 통합 돌봄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수준이다. 정부가 2026년 전국적으로 통합 돌봄을 시행할 목표를 세우고 2019년 16개의 지자체에서 통합 돌봄 선도사업을 시작했지만 고령화의 속도를 생각할 때 아직까지 성과가 미흡한 것 같다.

 방문진료 등의 의료자원과 지원주택 등의 주거자원은 턱없이 부족하고, 돌봄에는 아직도 많은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케어플랜을 세우고 자원을 연계할 케어매니저 등 관련 인프라에 관한 논의는 시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집단 생활서 개인별 삶 가능하도록”

 다행스럽게도 광주광역시가 광주다움 통합 돌봄 사업을 통해 지역사회 통합 돌봄의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에 칭찬을 드리고 싶다.

 그러나 광주다움 통합 돌봄 사업 시행 한 달이 지난 시점에서 여러 아쉬움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한가지만 지적하자면 서비스가 식사 지원, 가사 지원에 치우쳐서 제공되는 면이 있다. 물론 대상자의 욕구를 반영한 것이겠지만 ‘통합’돌봄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의료의 비중이 너무 낮다. 대리처방만을 반복적으로 받고 있거나, 거동이 불편한 노인, 중증장애인을 대상으로 1회 이상의 의무 방문진료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전국의 여러 의료사협들이 지역사회 통합 돌봄과 관련해 중추적인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광주의료사협 또한 광주다움 통합 돌봄 사업에 참여하여 작은 힘을 보태고 있다. 광주의료사협은 지역사회 통합 돌봄 사업뿐만 아니라 장애인건강주치의사업, 장애친화건강검진센터, 이주민진료, 가정형 호스피스 등 공익적인 의료와 돌봄 사업에 비전을 가지고 여러 사업들을 시행하고 있고 또 계획하고 있다.

 광주의료사협의 여러 활동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광주시민들의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

 조합원 가입 및 후원 문의(사무처): 062-452-7026

 임형석 (광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부이사장)

[드림 콕!]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드림투데이(옛 광주드림)를 구독하세요

저작권자 © 드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