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순의 호남의 명산] 군산 어청도 당산(198m)
희귀조류 서식지 국내외 사진 작가들 많이 찾아
기원전 90년경에 만들어진 사마천의 명저 <사기(史記)> ‘전담열전’ 편에는 500명의 결사대가 자결한 사건을 다루고 있다. 제나라 왕의 동생이었던 재상 ‘전횡(田橫)’이 초나라 한신에게 패하자 남쪽 먼 섬으로 탈출하여 3개월 만에 외연도·녹도·어청도에 도착해 섬에 정착한 후 인근의 제해권을 잡고 세력을 키웠다고 기록은 전한다.
오랜 시간 뒤 천자의 부름을 받은 전횡은 그 부름이 ‘죽음의 길’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본토로 가는 도중에 자결한다. 섬에 남아있던 500명의 결사대도 전횡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을 듣고 모두 죽음을 선택했다. 이러한 연유로 섬 중앙에는 전횡을 모신 사당인 치동묘(淄東廟)가 있다.
군산 어청도, 보령 외연도, 보령 녹도에도 전횡의 사당이 있다. 전횡은 담양 전씨의 시조로 추앙받는다.
어청도는 전라북도에서 서쪽으로 가장 멀리 떨어진 섬이다. 군산으로부터 북서쪽으로 약 72㎞, 중국 산둥반도와는 약 200km 떨어진 망망대해에 있는 절해고도다.
섬의 모양은 ㄷ자 형태로 3면이 해식애로 둘러싸여 있어 천혜의 바람막이 역할을 한다. 구릉 같은 지형들은 산행하기에 크게 힘들지 않다. 등산로가 다양하고 어느 능선에서나 바다를 배경 삼은 그림엽서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카메라만 들이대면 작품 ‘어청도 등대’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세워진 어청도 등대는 대표적인 명소다. 1912년, 일제에 의해 축조되었으며 현재는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 제378호로 지정되었다. 푸른바다를 향한 하얀 등대와 돌담은 환상적인 뷰포인트로도 손꼽힌다. 서해바다를 지키는 해군2함대 장병들은 어청도에 배속되면 ‘어청 파라다이스’에 근무하게 되었다고 축하해 준다는 이야기도 있다.
국내외 사진작가들이 어청도를 많이 찾는 이유는 철새 때문이다. 어청도에서는 228 종의 새가 발견되었다. 이곳에 희귀조들이 많은 이유는 새들이 남북으로 이동하는 경로에 위치하고 있어 휴게소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검은머리딱새, 검은머리멧새, 검은꼬리사막딱새 그리고 지구의 남반부 열대지역에서만 서식하는 군함조가 발견된 적도 있다고 한다.
어청도 산행은 어청도항의 ‘어청도 종합안내판’이 있는 곳에서 오른쪽 안산을 거쳐 왼쪽 당산으로 내려오는 원점회귀 산행코스가 일반적이다.
해안선을 따라 마을을 지나면 골목 어귀에 다방, 핑크하우스, 란제리 가게 등 낡은 간판의 흔적이 남아있다. 어청도는 동해 장승포와 함께 서해에서는 유일하게 1970년대까지 고래잡이의 전진기지였다. 잡은 고래는 어청도에서 해체작업을 거쳐 일본으로 수출해 크게 호황을 이루었다. 그래서 한때는 섬 인구가 1000명에 이를 정도였다고 한다.
마을 해안선 따라 10여 분이면 어청도 교회에 닿는다. 이곳을 지나면서부터 나무데크 길이 시작된다. 이 길은 해안절벽을 따라 약 1km 넘게 오밀조밀 설치되어 있어 이국적인 느낌을 준다. 수만 년 세월을 지낸 해안의 바위들은 시간을 이기지 못한 썩은 고목의 밑둥처럼 보인다.
농배섬은 수반 위에 놓인 명품 수반을 연상케 한다. 밀물 때에는 물에 잠겨 섬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육지와 연결되어있다. 농배섬 위에는 소나무 고사목들이 보인다. 안타깝게도 몇해 전 섬 전체에 솔잎흑파리병이 퍼져 소나무의 씨가 말라버렸다고 한다.
농배섬을 지나 데크가 끝나는 지점에 샘넘으로 오르는 계단이 있다. 샘넘 이정표 안부 근처에 샘넘쉼터라는 파고라가 있다. 우측 1km 거리에 있는 방파제조망처까지는 ‘돗대쉼터0.7km’ 이정표를 따라 가면 된다. 등산로에는 안전난간과 나무계단이 잘 정비되어있다.
숲에서는 평소에 듣지 못한 맑은 새소리가 사방에서 울려 퍼진다. 좌우로 시원하게 트인 바다를 보며 15분 정도 걸으면 삼거리 갈림길에 닿는다. 우측길로 가면 빨간등대가 있는 방파제로 내려갈 수도 있다. 100여m 막다른 곳에 조망처가 있다. 빨간등대와 하얀등대와 어우러진 어청도 전체가 한눈에 보인다.
한반도 닮은 지형, 어청도에도 있네!
샘넘쉼터로 되돌아와 10분 정도면 안산(129m) 정상에 닿는다. 정상이라기 보다는 높은 구릉쯤으로 여겨도 좋다. 사방으로 가릴 것 없이 조망이 트여 수평선이 아름답게 보인다. 목넘쉼터까지 길게 뻗어있는 길은 외국의 어느 해안에 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목넘쉼터에서 팔각정까지 1.2km 능선길 또한, 바다를 접한 초원지대 같다. 여기에서 뒤돌아 보면 한반도를 닮은 지형을 볼 수 있다.
팔각정에서 어청도 등대까지 0.7km 정도 시멘트길을 걷는다. 바다를 보면서 걷는 길이어서 지루하지는 않다. 어청도 등대는 조형미가 대단히 아름답다.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높이 15.7m의 하얀 등대는 돌담과 잘 어울린다. 내부에는 나선형 계단이 놓여있다. 건너편 바위에 있는 구유정은 등대의 모습을 가장 아름답게 담을 수 있어 사진작가들이 많이 찾는다.
당산으로 가려면 팔각정을 되돌아와야 한다. 등대에서 바로 올라가는 길을 개설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팔각정 건너편 언덕으로 15분이면 군부대를 우회하는 철조망을 만난다. 당산 정상에는 봉수대가 있다. 고려시대 최초로 설치되었다고 기록되어있다. 잡목에 의해 조망은 전혀없다. 정상을 벗어나면 바다풍경이 보이는 곳에 전망대가 있다. 어청도 전체가 한눈에 보이며 비박하기 좋은 포인트다. 계단을 내려가면 어청도항이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마을 중앙에 있는 치동묘도 둘러보면 좋다.
▲산행 길잡이
어청도항-어청도해안길-농배섬-샘넘쉼터-돗대봉-갈림길-방파제조망처-샘넘쉼터-안산-목넘쉼터-팔각정-어청도등대-팔각정-당산쉼터-정상(봉수대)-전망대-어청도항(7.6km 4시간)
▲교통
군산항연안여객터미널에서 주말에는 오전 8시, 오후 2시 하루 2회 운항한다. 소요시간 2시간 10분 평일에는 오전 9시 1회만 운항한다. 편도 2만 4500원 기상악화로 출항시간이 변경될 수 있으므로 사전에 확인이 필요하다. 연안여객터미널(063-472-2711·2), 대원선박(063-471-8772), 어청도 매표소(063-466-7117, 010-3671-5677)
▲숙식
먼바다는 기후에 따라 배가 출항하지 못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최악의 경우 1박 2일을 각오하고 떠나는 것이 좋다. 신흥상회 게스트하우스(063-466-7117)가 가장 깨끗하고 항구에서 멀수록 숙박비 가격 흥정이 가능하다. 명진민박(063-471-0119), 어청도민박(063-465-3575), 민박에서는 아침식사까지 가능하다. 1박 4~5만원, 백반 7000원.
글·사진= 김희순 山 전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