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뒤 3위권 경제대국…협력 강화해야
미중 갈등 속 궁색한 한국, 글로벌 공급망 대안 주목
▲2023년 한-인도 수교 50주년
한국과 인도는 2023년 수교 50주년을 맞는다. 이를 계기로 지난 4월 정부에서는 박진 외교장관이 5년만에 인도를 방문하여 인도가 G20 의장국으로서 수행하는 역할에 대해 적극 협력해 나갈 것을 약속하며,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내실있게 발전시켜 나가기로 하였다.
한국 정부는 수교 50주년을 맞아 공급망 회복력 증진, K-9 자주포로 대표되는 방산과 우주, IT와 바이오를 비롯한 첨단기술 분야에서 협력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인도’하면 생각나는 것은?
한국인에게 “인도”하면 생각나는 것은 무엇인가요? 라고 질문을 하면 어떤 대답을 할까요?
여행에 관심이 많은 사람은 “타지마할”, 정치에 좀 눈길을 주는 사람은 인도의 현 총리인 “나렌드라 모디”, 음식에 주의를 기울이는 사람은 인도의 대표 음식 “커리(카레)”, 스포츠에 마음이 끌리는 사람은 인도인들이 열광하는 “크리켓”, 문화 및 종교에 생각이 있는 사람은 “불교의 종주국” 혹은 소를 신성시하는 “힌두교”, 비즈니스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한국에는 삼성그룹과 현대그룹이 있다면 인도에는 “타타 그룹” 혹은 “릴라이언스 그룹”, 교육에 생각이 있는 경우 “인도 공과대(Indian Institutes of Technology·IIT)” 혹은 “인도 경영대학원(Indian Institutes of Management· IIM)”, 그리고 최신 뉴스에 흥미가 있으면 ‘나투나투’ 댄스 동영상을 본 적이 있다고 대답할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똑같은 질문을 해도 아마 ‘여행시 더러운 공공장소’, ‘비위생적 환경으로 인한 설사’, ‘성범죄가 빈번한 국가’, ‘카스트로 인한 불평등과 차별’ 등 부정적 시각을 가지고 있는 한국인도 상당하여, 인도를 한국보다 낮추어 생각하는 한국인도 많은 편이다.
인도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국민들의 생활 수준과 밀접한 지표인 1인당 국민총소득(GNI) 수준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은 일본을 앞질러 24위(U$43,480)를 기록하고 있는 반면, 인도는 138위(U$2,342) 수준이다. 즉, 14억여 명의 인구 대국 인도는 1인당 소득 수준 측면에서 현저히 낮은 경향을 보이고 있다. 한국인이 인도를 여행할 때 가난한 인도인을 쉽게 만날 수 있기 때문에 인도를 후진국으로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 부자 순위(23년 포브스 기준) 20등 안에 인도인은 무케시 암바니(릴리이언스 회장)와 고탐 아다니(아다니그룹 회장) 두 사람이 포함되어 있는 반면, 우리나라의 삼성 이재용 회장은 280위, 카카오 김범수 회장은 329위로 부의 규모 차이를 알 수 있다.
즉, 인도는 빈부의 격차가 매우 큰 국가이기 때문에, 한국인은 인도의 한 단면만을 보고 그것이 인도 전체인 것처럼 생각하는 우를 범하지말고, 다층적 시각을 견지함으로써 인도의 진면목을 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기본 정보
인도는 정식명칭이 인도 공화국(Republic of India)이며, 힌디어로는 바라트(Bharat)이다.
국토 면적이 전 세계 7위이며, 한반도의 약 15배, 남한의 33배에 달한다. 인구는 약 14억 3000만 명으로 2023년 중국을 넘어 세계 1위 국가로 도약했다. 젊은 층 인구가 많고(중위연령 약 28.7세) 출산율도 높아 발전 잠재력이 매우 큰 국가이다. 인도는 아리아인, 드라비다인, 몽골리안 등 주요 인종과 곤디부족, 산탈부족 등 약 700여개에 이르는 지정부족(Scheduled Tribes)으로 구성된 다인종국가이다. 중국이 한족과 55개 소수민족으로 구성된 국가임을 생각해 볼 때 인종의 다양성 정도를 추정해볼 수 있다.
또한, 세계 4대 문명 중 하나인 인더스문명이 발원된 아시아 문명의 원천으로 불교가 발상한 곳이며, 한국에게는 예로부터 ‘천축’이란 이름으로 알려진 나라이다. 3세기 반에 걸친 영국의 식민지배를 벗어나 독립한 민주국가 하지만 가난과 높은 인구 밀도로 인해 저력에 비해 낮게 평가되고 기억되는 것이 인도이다.
인도에는 힌디어·벵골어·타밀어 등 약 22개의 공용어가 있으며, 공식적인 의사소통은 영어와 힌디어를 통해 이루어진다. 구자라트·타밀나두 등 28개의 주와 델리·찬디갈 등 9개의 연방 직할지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세계에서 영화를 가장 많이 만드는 국가로 한 해 평균 800편 이상의 영화가 개봉되며, 인도 전역에는 약 1만2000개의 영화관이 존재한다. 인도 영화의 절반 이상은 ‘볼리우드’라고 불리는 뭄바이(봄베이)에서 제작되는데 주로 힌두어, 구자라트어 그리고 마하라시트라어로 제작된다.
벵골어로 된 예술 영화는 콜카타에서 제작되며, 타밀어와 말라야람어로 된 코미디 영화는 주로 마드라스에서 만들어진다. 볼리우드 영화는 흔히 ‘맛살라’ 영화라고 불리어지는데, 그 기본 의미는 일반 향신료를 말하지만, 고대 산스크리트어로 ‘라사스(감정)’라는 뜻을 가지고 있어, 인생의 희로애락에서 느끼는 천가지 감정을 노래와 춤을 섞어 신파조로 표현하는 영화이다.
인도는 대통령이 상징적 국가원수로 존재하나, 실질적인 업무는 총리가 관장하는 의원내각제를 하고 있다. 총리의 임기는 5년이며, 1번 중임이 가능하여 최대 임기는 10년이다. 국회는 상원(라자 사바)과 하원(로크 사바)으로 나뉜 양원제를 채택하고 있다. 상원의 정원은 245명으로 대통령이 지명하는 12명과 각 주의 하원의원들이 선출하는 233명이다. 임기는 6년으로 2년마다 3분의 1을 다시 선출한다. 하원의 정원은 543명으로 각주와 직할지로부터 민주적 보통 선거로 선출한다. 하원선거는 5년마다 이루어지는데,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는 다수당에서 총리를 선출하고 집권한다.
종교적 측면에서는 힌두교, 불교, 자이나교, 시크교 등 4개 종교의 발생지이며, 이슬람교, 기독교 등 다양한 외래종교가 공존하고 있는 나라다.
인구별 종교 현황은 힌두교도가 약 75%, 이슬람교도가 약 14%, 기독교도가 약 6%를 차지하고 있어, 아시아 국가에서 이슬람교도가 인도네시아 다음으로 많은 국가이다.
최근 인도에서 전기차 배터리를 만드는데 필수적인 리튬 광산이 발견됨으로써 세계 리튬 매장량 6위 국가가 되었으며, 풍력,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인도는 IT산업 강국으로 국제디지털 질서를 리드하고 있으며, 주로 석유화학제품, 가죽관련 제품, 보석류, 의약품 등을 수출하고 있다. 자동차는 일본, 영국처럼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으며, 자동차 시장크기는 중국과 미국에 이어 세계 3위 국가이다.
▲한-인도 교역
아래 <표 1>에서 보듯이 인도는 한국의 8위 수출국이지만, 한국은 인도와의 교역에서 많은 흑자를 보고 있다. 2022년 기준 인도는 한국 무역 흑자 교역국 4위를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2021년 5위에서 2022년 4위로 한 계단 올라선 것으로 한국은 인도와의 무역에서 대략 100억 달러 규모의 흑자를 보고 있다.
반면 대 중국 무역흑자 규모는(약 13억 달러·2022년 기준) 쪼그라들어 22위로 밀려난 상태로, 한국에게 인도는 점점 매우 중요한 교역 상대국이 되어가고 있다.
▲미래 로드맵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가 작성한 ‘2075년으로 가는 길’이라는 경제전망 보고서를 보면 인도의 미래 잠재력을 엿볼 수 있다. 국내총생산(GDP)을 기준으로, 세계 경제순위 12위권인(2022년 기준) 한국은 2050년에는 15위 밖으로 완전히 밀려나는 반면, 인도는 5위에서 3위로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인도는 한국에게 대규모 무역흑자를 안겨주는 국가로서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지만, 한국은 인도에게 여러 가지 면에서 아직까지 인색한 편이다. 예를 들면 일본은 2022년 인도와 ‘산업경쟁력 파트너십’과 ‘청정에너지 파트너십’을 맺는 등 협력관계를 돈독히 하고 있으며, 고속철도 건설·델리지하철 건설 등 공적개발원조(ODA)를 통한 ‘고품질 인프라건설 파트너십’도 가속화하고 있다. 이와 같이 한국도 현재 모디총리가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메이크인 인디아(Make in India)’ 정책 관련 파트너십 등 다양한 협력 관계 구축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아시아에서 중국을 군사적으로 견제할 수 있는 국가는 세계 4위의 군사대국 인도뿐이며, 미중 갈등과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글로벌 공급망 사슬 재편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안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국가도 인도이다.
인도와 한국은 역사적으로 서로 적이된 경우가 없고, 지정학적으로도 서로 위해가 되지 않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인도의 ‘주가드(Jugaad)’를 활용하여 인도와의 지리적·심리적 거리감을 더욱 줄일 수 있는 노력을 한다면 지속가능한 희망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박현재
전남대 디지털미래융합서비스 협동과정 교수
지속가능 디자이너(Sustainability Design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