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누라와 자식 빼고 모두 다 바꿔라”

코페르니쿠스의 우주 체계. 16세기 천문학자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N. Copernicus)였다. 코페르니쿠스는 기존의 사고방식이나 탐구방식으로는 당시 천문학이 봉착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다. 그래서 생각을 180도 전환하여 큰 성공을 거뒀다. 천체의 별들이 관찰자를 중심으로 회전한다는 가정을 버리고, 반대로 별들을 고정시키고 관찰자를 돌게 함으로써 당시 천문학이 직면한 문제를 극복할 수 있었다. 칸트(I. Kant)는 이를 코페르니쿠스적 전환 혹은 사고방식의 혁명이라고 불렀다. 픽사베이 이미지
코페르니쿠스의 우주 체계. 16세기 천문학자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N. Copernicus)였다. 코페르니쿠스는 기존의 사고방식이나 탐구방식으로는 당시 천문학이 봉착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다. 그래서 생각을 180도 전환하여 큰 성공을 거뒀다. 천체의 별들이 관찰자를 중심으로 회전한다는 가정을 버리고, 반대로 별들을 고정시키고 관찰자를 돌게 함으로써 당시 천문학이 직면한 문제를 극복할 수 있었다. 칸트(I. Kant)는 이를 코페르니쿠스적 전환 혹은 사고방식의 혁명이라고 불렀다. 픽사베이 이미지

 “인류의 종말은 현실이 되었다.”

 철학자 한스 요나스(H. Jonas)는 수 십 년 전에 이런 진단을 내놓은 적이 있다. 예전에는 세계의 종말 문제는 종교나 형이상학의 고유한 주제였다. 그러나 그것은 오늘날에는 더 이상 종교적이거나 형이상학적이거나 초역사적인 문제가 아니다. 이제 인류의 종말은 현세대 인류가 직면한 가장 현실적이고 중차대한 문제가 되었다.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코로나19 팬데믹을 비롯하여 기후위기, AI기술의 상용화 등 최근의 이슈들은 우리가 차근차근 음미해야 할 수많은 근본적인 질문들을 던지고 있다. 어떻게 살 것인가?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가? 인류는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이러한 질문들은 인류 문명과 인간 삶 전체에 대한 본질을 심각하게 되묻고 있다. 또한 인류의 미래에 대한 새로운 가치와 방향 설정을 요구하고 있다.

 대전환만이 답이다

 위기 탈출구는 있는가? 수많은 전문가들이 제시한 길은 인류 문명의 대전환이다. 전환(轉換)이란 말은 다른 방향이나 상태로 바꾼다는 뜻이다. 대전환이라면, 그것은 말 그대로 근본적으로 확 바꾼다는 뜻이다.

 근본에서부터 철저하게, 180도 정반대 방향으로 바꾼다는 의미다.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인류 최초로 대전환을 시도하여 성공한 사람은 16세기 천문학자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N. Copernicus)였다. 코페르니쿠스는 기존의 사고방식이나 탐구방식으로는 당시 천문학이 봉착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다. 그래서 생각을 180도 전환하여 큰 성공을 거뒀다. 천체의 별들이 관찰자를 중심으로 회전한다는 가정을 버리고, 반대로 별들을 고정시키고 관찰자를 돌게 함으로써 당시 천문학이 직면한 문제를 극복할 수 있었다. 칸트(I. Kant)는 이를 코페르니쿠스적 전환 혹은 사고방식의 혁명이라고 불렀다.

 대전환은 사고방식의 혁명이요, 의식의 혁명적 전환이다. 그것은 기존의, 지금껏 통용되어온, 우리 시대를 지배하고 있는, 의식, 생각, 태도, 가치, 그리고 삶의 방식을 혁명적으로 바꾸는 것이다.

 삼성그룹 고 이건희 회장이 말했다고 해서 유명해진, “마누라와 자식 빼고 모두 다 바꿔라” 라는 말 속에 어쩌면 대전환의 핵심점이 놓여 있는지 모르겠다.

 그럼, 무엇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현재 지배적인 사고방식, 가치관, 그리고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면, 전환의 대상은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여기서 나는 몇 가지 문제만을 특별히 강조하여 지적하고자 한다.

 교육을 지덕체로, 그리고 체덕지로 전환하자

 첫째, 교육의 대전환이 급선무다. 인간 삶의 본래적인 목적과 가치에 비추어 볼 때, 교육은 개인과 공동체를 위해서 더 나은 생존의 방식, 더 나은 삶의 방식, 그리고 더 좋은 삶의 방식을 가르치고 배우는 적극적인 활동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지식과 정보를 매개하고 전달하고 습득하는 현재의 지배적인 교육체제에서 지성, 덕성, 감성, 그리고 건강한 신체를 갖춘 탁월한 인간을 형성할 수 있는 통합교육체제로의 전환이 요구된다. 나아가 지덕체를 넘어서서 체덕지로 교육의 우선성과 중요성을 바꿔나가야 한다.

 시장에서도 규범의 논리가 작동해야 한다

 둘째, 자본주의적 한계를 직시하고 대안적인 사고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 동안 자본주의적 성장과 발전의 이데올로기 밑바탕에는 과학기술의 논리가 지배적이었다. 말하자면 할 수 있으면 한다는 과학기술의 논리가 관철되어왔다. 그러나 이제 중요한 것은 그러한 논리를 조절하고 통제할 수 있는 할 수 있어도 하지 않는다는 규범적 논리가 작동되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만 인류는 전도된 가치관을 바로잡을 수 있다.

 또 그렇게 해야 인간 삶의 본래적 목적과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길을 발견할 수 있다. 특히 경제적 불평등과 고용의 문제를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 더불어 의료, 복지, 교육 등 공공부문의 문제를 탈시장적인 논리와 기준을 가지고 접근하고 풀어야 한다. 마이클 샌델(M. J. Sandel)이 지적한 것처럼, 자본주의 시장과 시장 친화적 사고가 우리 시대를 지배함으로써 정의롭지 않은 문제들이 초래되었다. 인간 삶에는 시장의 가치와 기준으로 잴 수 없는 것이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시장은 자기 스스로를 통제하고 조절할 수 있는 어떤 힘이나 장치를 가지고 있지 않다. 따라서 시장은 사회적 규범이나 도덕적 가치에 의해서 조절되거나 통제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생태주의가 생존을 위한 대안이다

 셋째, 인간중심주의에서 녹색의 생태주의로 전환해야 한다. 전지구적 차원의 파국을 모면하기 위해서라도 인류는 생태주의적 전환을 불가피하게 선택할 수밖에 없다.

 생태주의는 자연에 대한 인간의 온전한 책임을 우리의 새로운 삶의 원칙과 행위의 원리를 받아들일 것을 요구한다. 그것은 과학기술적 유토피아주의나 낙관주의를 거부하는 데서 출발한다. 인간에 의해 심하게 훼손된 자연환경을 인간의 책임과 의무의 대상으로 삼는데서 성공에 이를 수 있다. 우리가 여전히 인류의 미래에 대한 어떤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면, 인간과 자연이 진정으로 화해할 수 있는 에코토피아를 실현할 수 있다.

 문제는 실천이다

 우리는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한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에게 실제로 전환의 의지가 있는가 이다. 우리의 의식, 생각, 태도, 그리고 가치관을 근본적으로 바꿔나갈 의지가 있는가? 기존의 삶의 방식을 버리고 새로운 삶의 방식을 추구할 수 있는가? 관건은 실천이다. 아는 것, 깨달은 것을 실천하는 것, 그것이 인간 삶의 지속가능한 원리다. 새로운 미래를 꿈꾼다고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실천하는 것이다.  

 김양현(전남대 철학과 교수·한국철학회 회장·유튜브 ‘철학TV’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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