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순의 호남의 명산] 여수 손죽도 깃대봉(237.4m)
이대원 장군 혼 깃든 섬…백패킹 명소도 많아

손죽마을 전경.
손죽마을 전경.

 “청하오건데 정운 장군을 이대원 장군과 함께 사당에 모셔줄 것을 고합니다.” 1592년(선조25) 9월, 이순신 장군은 부산포해전에서 승리한 후 선조에게 장계를 올렸다. 이 전투에서 이순신이 가장 아꼈던 녹도만호 ‘정운(鄭運 1543~1592)’ 장군이 전사했다. 그를 위해 손수 제문을 지어 제사를 지냈고 왕에게 이대원(李大源·1566~1587) 장군 사당에 위패 안치를 요청했다.

 이순신 장군이 정운 장군만큼 아꼈던 이대원 장군은 경기도 평택 출신으로 조선 역사상 최연소인 18세에 무과에 급제했고, 21세가 되던 1587년에 녹도만호로 부임했다. 사후에 병조참판으로 제수된다. 이대원 장군은 녹도만호(종4품)로 근무하던 1587년(선조20년) 1월 말 녹동을 침범한 왜구들을 토벌하는 큰 전공을 세웠다. 그리고 그해 2월1일 왜선 18척이 손죽도(巽竹島)에 출몰했다. 전라좌수사 심암(沈岩)은 깊은 밤인데도 출동 명령을 내린다. 이대원 장군은 지원병을 보낸다는 약조를 받고 100여 명의 인원을 데리고 출병한다.

손죽도 항.
손죽도 항.

 하지만 전라좌수사가 지원병 약속을 지키지 않는 바람에 촉망받는 젊은 장수 이대원은 손죽도 해전에서 중과부적으로 전사했다. 사람들은 나라에서 큰 인물을 잃었다 하여 잃을 손(損) 큰 대(大)자를 써 한때는 ‘손대도’라고 불렀다. 후에 이 이름은 손죽도로 바뀌었다. 소록도가 내려다 보이는 고흥 녹동 쌍충사(雙忠祠)에 가면 지금도 두 장군의 영정이 모셔져 있고 400년 넘게 ‘쌍충제전’을 통해 추모하고 있다.

손죽도 비렁길.
손죽도 비렁길.

 탁 트인 바다와 기암절벽이 압권

 손죽도는 여수시내에서 74km 거리지만 고흥 나로도항에서는 23.5km 거리에 위치한다. 찾아 가기가 조금 불편하지만 한 번 다녀간 사람은 꼭 다시 오고 싶다고 말한다.

 손죽도 비렁길은 여수 금오도 비렁길에 비해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 특히 마제봉(173.3m)에서 봉화산(162.3m)으로 이어지는 해안 절벽지대는 ‘해금강 일부를 옮겨 놓은것 같다’는 찬사를 받는다. 섬 북쪽에 있는 삼각산(142.1m)은 바다 한가운데 우뚝 솟은 쌍둥이 바위산으로서 백패킹 마니아가 꼽는 최고의 비박 장소다. 일몰과 일출을 모두 볼 수 있어 동시에 해맞이 여행 상품이 있을 정도다.

 손죽도항에 내리면 이대원 장군 동상이 먼저 눈에 띈다.

 등산로 입구는 방파제 옆에 있는 팔각모정 뒤 데크계단이다. 등산 개념도나 이정표는 따로 없다. 진입로부터 시누대가 터널을 이룰 정도로 울창하다. 손죽도는 2017년 전라남도의 ‘가고싶은 섬’으로 지정되었다. 이것으로 40억의 지원금을 받아 섬 전체 등산로에 로프가 설치된 안전 기둥을 만들어 이 기둥만 따라가면 등로에서 벗어날 염려는 없다.

 시누대 숲을 빠져 나오면 완만하게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농작물을 기를수 있는 넓은 농토가 늪지대처럼 방치되고 있는 것이 의아해 주민에게 “왜 땅을 그냥 놀리느냐”고 물었더니 “일할 젊은 청년들이 없어서 그런다”고 한다.

 저출생시대, 앞으로는 얼마나 더 많은 땅이 그냥 방치될지 염려스럽다.

 염소 방목장을 지난다. 탁 트인 바다풍경을 보며 걸으면 첫 번째 전망데크에 닿는다. 출발한 지 20여 분이 지난 지점이다. 아무것도 없는 바다에 점 하나 살짝 찍어 놓은 듯한 섬들의 모습에서 남도의 바다가 주는 평화가 온몸으로 느껴진다. 나무계단을 100여m 더 오르면 바람이 잘 통하는 언덕에 이르고 이곳에 육각형 모정이 있다. 이곳에서 바라보면 크고 작은 섬 너머로 완도 평일도, 고흥 거금도 등이 아스라이 조망된다.

삼각산 전망대.
삼각산 전망대.

 벼랑을 옆에 두고 걷는 길

 숲을 벗어나면 해안선을 옆에 두고 걷는다. 발아래는 수십 미터 수직 낭떠러지 절벽이다. 이처럼 벼랑을 낀 길을 ‘비렁길’이라 부른다. 비렁은 벼랑의 여수 사투리다. 여기서부터 ‘손죽도 비렁길’이 시작된다.

 억새와 띠밭이 울창해 초원지대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조망 좋은 곳엔 어김없이 전망데크가 있다. 두 번째 전망데크는 수십 명이 앉아 쉴 수 있을 만큼 넓고 경치도 매우 좋다. 좌우로 보이는 해안 절벽은 소거문도, 평도 등과 어우러져 마치 목판화같은 차분한 절경을 뽐낸다.

이대원장군 동상(손죽도항).
이대원장군 동상(손죽도항).

 바다쪽으로 바짝 붙어있는 데크계단을 10여분 지나면 세 번째 전망데크와 만난다. 이곳에서 손죽마을 전체가 보인다. 울긋불긋한 지붕들은 매우 풍요로워 보인다.

 손죽도는 해방 전후 안강망(중선배)어선으로 유명했던 어업전진기지였기에 부촌이었다. 봉화산 정상으로 다가갈수록 바닷가의 경치가 물이 오른다. 기암괴석이 발달되어 있고 여기저기 포토존이 많다. 봉화산 정상은 GPS 기준으로 등산로에서 살짝 비켜있어 그냥 지나치는 것이 좋다. 목넘어전망대는 등산로에서 30m 정도 비껴있지만 아담한 너럭바위가 있는 쉼터다.

 육각모정에서 깃대봉 정상까지 왕복 25분 정도 잡으면 된다. 정상에는 해상교통관제센터VTS 레이더 철탑시설이 있다. 잡목에 가려서 조망은 없고 길은 막혀있다. 삼각산으로 연결되는 등산로를 조속히 개설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손죽도 내연발전소’ 방향에서 구불구불한 도로를 10분 정도 가면 언덕에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이대원 장군 동상이 있다. 왜구들을 감시하고 있는듯한 형상이다. 3분 더 가면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꺽어 언덕을 올라가면 하얀색 단독주택이 있다. 집 입구 전봇대 사이에 등산로가 있다.

전망데크-소거문도 조망.
전망데크-소거문도 조망.

 백패킹하기 좋은 전망대

 삼각산은 두 개의 옹골찬 암봉이다. 가파른 경사면에는 안전한 데크 계단이 설치되어 있어 누구나 쉽게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첫 번째, 두 번째 데크에서 바라보는 바다의 풍경은 ‘세상 어디에도 부럽지 않은 경치’라고 백패커들은 말한다. 주말에는 백패커들이 거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정상에 세 번째 데크가 있다. 이곳에선 연녹색 바다에 떠 있는 손죽도의 전경이 내려다 보인다.

 동쪽으로 장거리도, 소거문도, 평도, 광도 등 그동안 보이지 않던 열도들에 한눈에 보인다. 이웃한 봉우리로 가는 등산로가 아직 개설되지 않아서 왔던길로 되돌아 내려가야 한다.

 갯가길 해안데크는 등산로와 전혀 무관하게 설치된 구조물이다.

여수 손죽도 갓대봉 개념도.
여수 손죽도 갓대봉 개념도.

 ▲걷기 길잡이

 손죽도항-마제봉 -봉화산전망대·큰재-깃대봉 정상-큰재-손죽도 내연발전소-이대원장군동상-삼각산입구-전망데크1-전망데크2-정상(전망데크3)-원점회귀-손죽도 이대원 장군 사당(충렬사)-손죽도항<총 9.32Km 4시간 30분 소요>

 ▲교통

 여수에서 출발하는 쾌속선은 나로도항을 경유한다. 나로도항에서 1일 2회(08:30, 11:50) 출항한다. 승선요금 편도 1만 6400원. 배 시간과 출항 여부를 사전에 확인해야 한다. 문의 오션해운호프061-662-1144, 나로도항에서 손죽도항으로 들어갈 때는 30분 걸리지만 손죽도에서 되돌아 올때는 거문도를 경유해서 오기 때문에 1시간 30분 이상 걸린다.

 ▲숙박

 손대점빵(010-9747-8845)은 손죽도의 유일한 상점이다. 생필품과 식료품 등 웬만한 것은 갖추고 있다. 식당은 따로 없지만 민박집에서 식사도 할 수 있다. 음식에 대한 만족도는 대체로 좋은 편이다. 백반 1인분 1만 원, 숙박은 부두민박 061-665-2222, 손죽민박 010-9875-3626, 빨간집 민박 010-3194-6389 등 5만 원 선.

 글·사진= 김희순 山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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