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참여하는 사적 모임 중에 ‘광백모’가 있다. 놀리기 쉬운 딱 그 단어, ‘백수’ 아니고 무려 ‘백 년’이다. 그렇다. ‘광주 백 년을 준비하는 모임’의 줄임말이다.

 십수 년 전이다. 당시 30·40대가 주축으로 각 분야 10여 명이 모임에 참여했으니 ‘광주 백 년’에 대한 성찰 내력이 간단치 않다.

 현재는?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정도여서 창대했던 시작이 꿈만 같긴하다. 회원들 사이 ‘이름값이 너무 무겁다’는 푸념이 있었다. 결국 그 무게에 짓눌려 허우적댄 시간이 길었지 싶다.

 갑자기 ‘광백모’를 호출한 건, 최근 광주에서 이와 비슷한 고민을 구체적으로 확인해서다.

 ‘미래 광주는 이랬으면 좋겠다’는 소망에, 한 생태학자가 제시한 꿈 ‘광백시’가 그것이다.

 여기서 ‘백’의 의미는 ‘백만 평’이다. 하여 ‘광백시’는 ‘백 만 평 규모 공원(숲)을 가진, 광주시’를 표징하는 용어다.

 광백모의 ‘백 년’과 광백시의 ‘백만 평’이 같은 터에 기반한다. 바로 광주 (군)공항 부지.

 ‘군 공항을 비롯해 공항 기능이 이전했을 때 남은 부지에 어떤 그림을 그릴까?’가 중심에 있다.

 광백모는 ‘미래 백 년 광주를 내다보며 공항 이전 부지에 숲을 조성해야 한다’고 의기투합의 이들의 모임이었다. 막상 공항이 이전하면 이곳에 아파트만 가득 들어찰 수 있음을 경계했다. ‘지금 무엇이라도 해보자’고 나선, 작지만 의미있는 몸짓이었던 셈이다.

 광주공항 이전 부지 어떻게 할 것인가?

 최근 ‘광주 군공항 이전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군공항 이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래 광주’에 대한 구체적인 준비를 촉발하는 동력이 되기에 충분하다.

 ‘광백시’를 주장한 이의 마음이 이와 다르지 않았다. 본보에 ‘남도 풀꽃나무’를 연재하고, 최근 ‘위기의 풀꽃나무’를 펴낸 생태학자 김영선 (환경생태학)박사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지난달 열린 출판기념회에서 김 박사는 구체적인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공항 부지 중 백만 평을 숲으로 조성하자는 것이다. 현재 광주공항 부지 면적은 250만 평(8.2㎢)으로, 상무지구 면적의 2.5배, 여의도의 3배에 달한다.

 백만 평 공원의 모델이 실재한다. 미국 뉴욕의 센트럴 파크(103만 평)다. 김 박사는 최근 센트럴 파크를 직접 둘러보고 왔다.

 백만 평 공원은 어떤 느낌일까? “공원 안에 야생동물보호구역이 있어요. 도심에서 망원렌즈를 가지고 가서 새를 관찰할 수 있다고 상상해 보세요.” 김 박사의 감회다.

 ‘센트럴파크에는 인공 호수와 연못, 여러개의 산책로, 2개의 아이스링크, 동물원, 정원, 야생동물 보호구역, 넓은 자연림이 있다.… 공원 주위의 10km 내외는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로 붐비며 자전거를 타거나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는 이들로 붐빈다.’(위키백과)

 광주도 이와 같은 백만 평 공원을 가질 수 있을까?

 최근 제정된 ‘광주 군공항 특별법’(광주 군공항 이전 및 종전부지 개발 등에 관한 특별법)에 기대를 걸어볼 참이다. 지금까지 국방부가 제시했던 ‘기부 대 양여’ 방식에서 더 진전됐기 때문이다. 예전 방식에 따르면, 신공항 조성 비용은 종전 부지를 개발한 자금으로 100% 충당하게 돼 있었다. 아파트 건설·분양 등 개발로 내몰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반면 지난 4월 국회를 통과한 특별법은 이전 지역 개발·주민 지원 비용 등 이전 작업 중 발생한 부족분은 국가가 책임지도록 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 법 시행령에 독소 조항이 있긴 했다. 3조(사업비 초과 발생의 방지)인데, ‘지방자치단체장은 종전부지 가치가 최대한 향상되도록 하고 초과 사업비의 발생이 예상되면 개발계획 변경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었던 것이다. 광주시는 이게 “땅값을 올리기 위해 공원 등 공공시설보다 아파트 등 개발에 치우치게 될 것“이라 지적하고, 국방부와 법제처에 개정을 요구해 ‘개발 계획 변경 등’ 문구 삭제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흡하긴 하지만, 공항 옛 부지 개발에서 광주시의 주도권이 더 강화됐다는 건 분명하다. ‘광백시’ 가능성에 광주시 결단이 중요 요소로 떠오른 것이다.

 167년 전 센트럴 파크가 설계됐다

 이런 가운데 ‘광백시’를 함께 꿈 꾸는 이들이 조만간 준비모임을 갖기로 해 주목된다.

 이 자리에선 백만 평 공원의 의미와 가치를 공유하고 구체화할 수 있는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내년에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지는 만큼 후보들에게 정치적 결단을 촉구하는 유권자 운동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필자 개인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광백시’ 실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이가 있다면 그의 이름을 따 ‘○○○의 숲’으로 명명하는 것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광주의 미래 자산이라는 차원에서 보면 컨벤션센터에 이름을 붙인 특정 정치인보다 업적이 뒤쳐진다 할 수 없을 것 같아서다.

 뉴욕시가 센트럴파크를 설계한 게 1856년, 지금으로부터 한 세기도 전이다.

 당시 센트럴 파크 부지는 딱히 정해진 용도가 없는 습지였다. 땅은 뉴욕시 소유였으나, 무허가 채석장 및 가축을 기르는 농장, 저소득층의 판자촌들이 널려 있었다고 한다.

 167년 전, 이곳에 센트럴 파크를 설계한 조경가 프레드릭 로 옴스테드의 말을 지금 되새겨본다. ‘백만 평 숲’ ‘광백시’를 추동하는 지렛대가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금 이곳에 공원을 만들지 않는다면 100년 후에는 이만한 크기의 정신병원이 필요할 것이다.”

 채정희 편집국장 good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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