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 현장]“‘극한 호우’에 시멘트 작업 안전 불감증”
시공사 “타설 시작할 땐 비 안 와…보양 작업도 함께 해”
전문가 “시멘트 물 배합 중요. 우천시 타설 않는게 원칙”
비가 오는 날 아파트 공사 현장서 이뤄지는 콘크리트 타설에 대한 불안감이 큰 가운데, 광주서도 최근 빗속 콘크리트 타설 모습이 포착돼 논란이다.
이번 주 지속적인 폭우 속에 벌어진 일로, 사전에 ‘많은 비’가 예보돼 있었다는 점에서 시공사 측의 안전 불감증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18일 본보에 이 같은 현장을 목격해 사진과 영상으로 촬영해 본보에 제보한 A 씨. 그는 전날(17일) 오전 화정동 신축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폭우 속 콘크리트 타설 장면을 발견하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곳은 지난해 1월 공사 중 외벽 일부가 붕괴돼 전국적으로 충격을 준 화정아이파크 현장과 멀지 않은 곳이어서 충격이 더 컸다. 이날 광주·전남지역은 며칠째 이어지는 ‘극한 호우’에 들어 있었다. 광주지방기상청은 17일 100~200mm의 강하고 많은 비를 예보한 바 있다.
제보자는 “시멘트는 굉장히 예민한 것으로 물과 섞이면 안 되는 것인데, 장마철일 뿐만 아니라 100~200mm 이상 많은 비가 내린다고 예보까지 된 상황에 콘크리트 타설작업을 하고 있었다”면서 “물이 들어가게 되면 당연히 품질이 떨어지게 된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기본적인 정도는 잘 아는 입장에서 이는 심각한 일로 생각된다”고 제기했다.
이어 “고층 아파트의 경우 강도를 철저히 관리하게 돼 있는데 레미콘 측 감리도 문제가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건설 현장 관계자는 “필요한 조치를 취하며 진행한 작업이었다”고 해명했다.
현장 관계자는 본보와 통화에서 “타설을 시작했을 땐 비가 오지 않았다. 중간중간 비가 한 번씩 많이 내리긴 했으나 타설을 중단할 순 없어 진행했다”면서 “비닐 보양을 진행하면서 타설했다. 비가 더 심하게 오면 다른 조치도 필요할 수 있었으나 (이 날은) 보양(굳히기 작업)으로도 가능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긴 장마에 기상청이 100~200mm의 많은 비까지 예고했던 당일, 애초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한 게 맞나?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최명기 교수(한국건설품질기술사회 부회장)은 이날 본보와 통화에서 “비 오는 날 콘크리트 타설 작업은 불안전하다”며 “콘크리트 배합에 물의 양을 규정해놨는데, 비가 오는 상태에서 타설하게 되면 물 양이 많아지게 된다. 배합비보다 많은 물이 들어가면 강도가 떨어지거나 균열 등 안전성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폭우는 결국 ‘빗물’로 콘크리트 배합 과정서 추가로 들어가면 당연히 문제가 있다”며 “여름철의 경우 비가 많이 오는데 그 과정에서 사전 준비가 필요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장 좋은 원칙은 비가 왔을 때는 타설하지 않는 것으로, 여름에는 당연히 비가 올 것으로 생각해 장마철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며 “타설 과정에서는 비가 오면 안 되기 때문에 처음부터 계획을 잘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그동안 비가 와도 타설 했는데 크게 문제없었다는 등의 안일한 인식을 가지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
한편 국토부가 콘크리트 품질 관리를 위해 마련한 표준시방서에는 ‘강우·강설 등이 콘크리트의 품질에 유해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경우 필요한 조치를 정해 책임기술자의 검토 및 확인을 받아야 한다’는 규정만 명시돼 있어 지침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박현아 기자 haha@gjdrea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