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력·비판력·협력적 소통…‘변혁적 역량’ 어떻게 키울까
21세기는 DNA 시대다. 빅데이터, 네트워크, 인공지능 등의 최첨단 기술혁신이 사회 전반에 재빠르게 확산되며 일상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
21세기는 또한 부카(VUCA) 시대다. 변동성(Volatility), 불확실성(Uncertainty), 복잡성(Complexity), 모호성(Ambiguity)의 약자인 ‘부카’는 세상이 복잡하고 불확실하며 모호해져서 미래를 예측하기가 점점 더 불가능해지고 있다고 말한다.
게다가 21세기는 언제 어디에서든 얻고자 하는 정보와 지식을 얻을 수는 있지만, 무엇이 정확한 정보이고, 가짜뉴스인지를 구별하기가 어려운 정보 홍수 시대이기도 하다. 최근 챗 GPT 사례에서 드러나듯이 첨단기술이 재빠르게 사회에 도입되고 무분별하게 확산되면서 미처 예측하지 못했던 위험으로 사회가 곤혹을 치러야하는 기술과 사회의 부적응 시대이기도 하다.
이렇게 재빠르게 변화하며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한 시대를 잘 살아가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역량은 무엇일까?
복잡·예측불가능 사회에서 필요한 역량은
이미 2016년 다보스 포럼에서는 “세상은 더욱 빠르게 변화하고 초연결사회가 되어 더욱 복잡해지고 분열되겠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우리의 미래를 설계해나가야 한다”며, 학생들이 갖추어야 할 16가지 스킬을 제시했다.
이것은 크게 일상적인 문제 해결에 필요한 기초 문해력(Foundational Literacy)과 복잡한 도전에 직면할 때 필요한 역량(Competence) 그리고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품성(Character Qualities)으로 세분되는데, 창의력, 비판력 그리고 커뮤니케이션과 소통력이 학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역량이라고 주장했다.
이보다 한 해 앞서 OECD는 급변하는 세상을 이끌어갈 미래 인재 교육을 위해 ‘교육 2030’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그 1차 결과보고서인 <OECD 학습나침반>을 내놓았다. 여기에서는 교육의 최종 목적을 개인과 사회의 웰빙이라고 정의하면서 ‘변혁적 역량’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변혁적 역량’에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창의력, 갈등과 긴장 및 딜레마를 협력적 소통을 통해 조정하는 능력 그리고 공동의 문제의식을 갖고 해결해나가려는 책임감이 포함되었다. 우리나라 2022 개정 교육과정의 비젼도 이에 발맞추어 포용성과 창의성을 가진 주도적인 사람을 키우는 것으로 공표되었다.
문제는 창의력, 비판력, 그리고 협력적 소통 능력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이다.
최근에 개봉돼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는 영화 <오펜하이머>가 하나의 좋은 방법을 제시해줄 수 있다. 바로 과학 교과에 이와 같은 영화의 스토리를 도입하는 것이다.
이제까지 과학 교과서는 이미 확립된 과학적 지식과 정보 및 내용으로만 채워져 왔고, 특정한 이론과 법칙 및 사실을 발견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과학자라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거의 보여주지 못했다.
이 때문에 초중등학교를 다니며 과학 교과에 접했던 우리들 대부분은 과학을 우리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 어쩌면 나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거의 하지 못했던 것이 아닐까?
과학, 과학자들 애써 만들어온 결과물의 총체
사실 과학은 과학자라는 사람들이 무던히 애써서 만들어온 결과물의 총체라 할 수 있다.
지난 2500년 동안 수없이 많은 과학자들이 때로는 우선권을 획득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상호 비판적이기도 했고, 또 때로는 다른 분야의 연구방법을 자신의 분야에 적용해봄으로써 새로운 발견을 이루어내기도 했으며, 또 때로는 전쟁 종식을 위해 협력적 연구에 매진하기도 했다.
즉, 과학자들은 가장 불확실한 상황에서 창의적 통찰을 발휘해 새로운 발견을 이뤄낸 사람들이고, 논문으로 그 성과를 인정받기 위해서 가장 비판에 열려있던 사람들이며, 자신들의 연구가 가진 의미와 가치를 알리기 위해 커뮤니케이션의 최전선에 나서는 사람들이다.
영화 ‘오펜하이머’에는 주인공을 비롯하여 아인쉬타인과 리처드 파인만, 하이젠베르크와 닐스 보어 등 과학 교과서에서 이름을 들어보았던 20세기 최고의 과학자들이 등장한다.
이들 과학자들은 ‘맨하탄 프로젝트’를 위해 서로 만나고, 토론하고, 서로 다른 의견으로 갈등하면서 결국 원자폭탄을 만들어냈지만 그 파괴적인 결과에 커다란 충격을 받고 고뇌하면서 핵무기의 평화적 사용을 위해 앞장서기도 했다.
만약 이러한 이야기가 과학 교과에 접목되어 <스토리가 있는 과학교육>으로 탄생한다면, 우리 청소년들의 과학 시간이 훨씬 흥미롭고 또 풍부해질 뿐만 아니라 청소년 스스로가 미래진로를 과학으로 고민하는 유익한 시간으로 전환될 것이다.
조숙경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