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트 선생은 어떻게 건강하게 장수했을까?
위대한 철학자의 일상생활은 어땠을까?
임마누엘 칸트(Immanuel Kant), 그는 원래 매우 왜소하고 허약하게 태어난 아이였다. 성인되어서도 키가 1미터 60센티 정도밖에 안된데다가, 또 작은 키 + 평가슴으로, 신체적으로 보면 많은 것을 갖고 태어난 사람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칸트는 인생을 매우 자유롭고 활동적으로 살았다. 그 뿐만 아니라 아주 건강하게 오래오래 장수한 철학자로 알려져 있다.
칸트는 18세기 사람이다. 1724년에 태어나 1804년에 죽었다. 그런데도 80살을 살았다. 당시 사람들의 평균수명이, 마흔 살 이쪽저쪽이었으니까, 다른 사람들보다 두 배 정도 더 산 셈이다. 오늘날 기준으로 환산하면 100살 넘게 산 것이라고 한다. 체질적으로 아주 허약한 사람이었는데, 칸트 선생은 어떻게 건강하게 장수할 수 있었을까? 어떻게 자기 관리를 했을까? 그것이 무척 궁금한데, 칸트 선생의 하루 일과 속으로 한번 들어가 보자.
칸트는 참 부지런한 사람이었다
칸트는 날마다 새벽 5시에 일어났다. 참 부지런한 사람이었다. 5시 5분전에 집사인 람페가 ‘선생님! 일어나실 시간입니다’라고 칸트를 깨우면, 대철학자 칸트도 별 수 없이 보통 사람들처럼 이불 속에서 약간 꼼지락 거리다가 일어났다고 한다.
아침밥은 먹지 않았다. 일어나자마자 잠옷을 걸친 채로 곧바로 작업실로 가서 홍차 두 잔을 마시고 파이프 담배 한 대를 피웠다고 한다. 물론 습관적인 흡연자는 아니었다. 전해진 바에 따르면 아침 식욕을 떨어뜨리기 위해서 궐련 한 대를 피웠다고 한다.
칸트는 새벽 5시부터 아침 7시까지 2시간 강의 준비를 하고, 곧바로 아침 9시까지 정장차림을 하고서 강의를 했다. 삼십대 초반부터 칠십대 초반까지 약 40년을 대학에서 강의했다. 정말 다양한 과목을 강의했는데, 철학, 수학, 자연과학뿐만 아니라, 그리고 심지어 인간학, 지리학, 요새 구축과 불꽃 제조술과 같은 주제도 강의했다.
칸트는 오전 시간 내내, 거의 오후 1시까지, 그러니까 4시간 동안 연구와 저술 작업에 몰두했다.
드디어 점심시간! 오후 1시부터 4시까지 장장 3시간 이상을 점심을 먹었다. 엄청나게 긴 시간인데, 물론 칸트가 혼밥을 그렇게 오래 먹은 것은 아니었다. “혼밥은 철학자에게도 건강에 좋지 않다.” 칸트는 늘 그렇게 생각했다.
초대한 친구들,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과 즐겁게 담소를 나누면서 오랜 시간 식사를 했다. 점심을 곁들인 토론회가 연상되기도 한다. 점심식사는 하루 중 유일한 칸트의 식사시간이었다. 칸트는 특별히 대구 요리를 좋아했는데, 그의 고향, 발트해 연안의 항구도시 쾨니히스베르크는 해산물이 풍부하고 대구가 많이 잡히는 곳으로 유명하다. 그리고 식사와 곁들여 언제나 붉은 포도주 한 잔을 마셨다고 한다.
점심 식사 후, 오후 시간은 칸트 혼자만의 운동시간이다. 칸트는 오후 4시가 되면 어김없이 혼자서 산책을 나갔는데, 언제나 똑같은 길을 산책했다고 한다. 그런데 칸트 선생의 산책 시간은 유명한 일화로 전해진다.
동네 사람들이 칸트를 보고 시계를 맞추었을 정도로 그 시간이 매일매일 정확했다. 어떻게 사람이 시계보다 정확할 수 있을까! 잘 이해가 되지는 않는다. 마치 시계처럼 정확하고 규칙적이었다고 할까! 저녁시간에는 지리책, 여행기, 문학작품 등 철학 책이 아닌, 비교적 가벼운 책들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밤 10시가 되면 어김없이 잠자리에 들었는데, 절대적인 안정 속에서 잠을 청했다고 한다. 정말 대단한 칸트 선생님이시다! 물론 칸트가 젊었을 때부터 이렇게 규칙적으로 살았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러나 최소한 교수가 된 40대 중반이후부터는 이처럼 규칙적으로 생활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규칙적 생활, 활동적 삶, 풍부한 인간관계…
칸트 선생의 하루 일과 중에서 우리는 아주 중요한 몇 가지 단서들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 규칙적인 생활이다. 매일 아침 5시에 일어나서 저녁 10시에 잠자리에 들 때까지 정말 규칙적으로 살았다. 물론 7시간의 충분한 수면과 휴식도 중요한 요소라고 말할 수 있겠다.
둘째, 활동적인 삶이다. 직업적인 교수로서 학자로서 날마다 2시간 강의 준비와 2시간 강의, 4시간 연구 활동, 날마다 8시간 동안 일했다.
셋째, 풍부한 인간관계다. 비록 결혼을 하지 않고 평생 독신으로 살았지만, 외롭고 고독한 삶을 선택하기보다는 다양한 친구들,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과 주기적으로 만나면서 풍부한 인간관계를 맺었다. 말하자면 사회적 관계를 소홀히 하지 않고, 인간적인 교류를 매우 활발히 한 것이다.
넷째, 꾸준한 운동이다. 날마다 오후 4시부터 산책을 했는데, 오늘날 전문가들이 그렇게 좋다고 추천하는 걷기운동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도 거르지 않고 꾸준하게 했다.
마지막으로, 소식이다. 칸트는 점심 한 끼만을 먹었는데, 말하자면 간헐적 단식을 실천한 것이다. 식사 메뉴도 근처 발트해 연안 바다에서 잡아온 신선한 생선과 해산물 위주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칸트 선생의 일과에서 우리가 발견한 웰빙(Well-Being)의 길은 규칙적인 생활, 활동적인 삶, 풍부한 인간관계, 꾸준한 운동, 그리고 소식, 이렇게 다섯 가지로 정리된다. 이렇게 정리해 보니, 오늘날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건강장수법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다! 예나 지금이나 앞으로도 건강장수법이 크게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 여기서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점은 칸트 선생이 매일매일 규칙적으로 살았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자기 스스로 정한 삶의 규칙을 날마다 실천하며 살았다. 이 점이 칸트 선생이 건강 장수한 비결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자유롭고 활동적인 삶의 전형을 발견한다
사람들은 누구나 살아 있는 동안에, 가능한 고통과 질병 없이, 건강하게, 컨디션을 잘 유지하면서 삶을 영위하기를 원한다.
가능한 자유롭고 활동적으로 오래오래 장수하기를 소망한다.
칸트 선생님처럼 100% 그렇게 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또 칸트가 유일무이한 모범 답안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 그렇지만 각자의 처지와 여건에 따라 일정한 방식으로 칸트 선생님을 따라해 볼 수는 있을 것이다. 우리는 칸트 선생의 삶에서 좋은 삶을, 아니 자유롭고 활동적인 삶의 어떤 전형을 발견할 수 있다.
김양현 전남대 철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