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중국차 茶](28)차 마신 만큼 물 보충해줘야 하나?

특급 황산모봉과 2급 황산모봉: 이 정도의 차이가 나는 것은 시각적으로 그 등급을 구분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렇게 등급의 판단이 쉬웠으면 오늘날의 차시장이 이 정도로 혼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특급 황산모봉과 2급 황산모봉: 이 정도의 차이가 나는 것은 시각적으로 그 등급을 구분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렇게 등급의 판단이 쉬웠으면 오늘날의 차시장이 이 정도로 혼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느 차가 좋은 차인가?

 앞서도 언급했듯이 차 역시도 농산물의 일종이다. 하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농산물 이상의 특수한 대우를 받는다. 일반적으로 모든 농산물은 크기가 큰 것을 우선으로 친다. 사과, 배추, 감자 등등은 모두 그 씨알이 굵은 것이라야 더 후한 값을 받는다.

 반면에 차는 그 크기가 작을수록 고급의 대우를 받는다. 특히 경제적인 사정이 과거에 비해 더욱 풍족해진 현대사회에 이르러서는 극단적으로 작은 찻잎들, 다시 말해 이른 봄 갓 틔운 차의 싹으로 만든 벽라춘, 금준미, 백호은침, 궁정보이와 같은 차들이 소비자들로부터 환영을 받고 있기도 하다.

 차를 보고 판단할 적에는 우리 인체의 감각기관 가운데 시각·후각·미각·촉각을 사용하여 그 등급의 우열과 고저를 판단한다.

 먼저 시각적인 것을 기준으로 이야기해 보자. 인간은 사물을 처음 봤을 때 눈에 들어오는 모양을 보고서는 좋고 나쁨의 80%를 결정한다고 한다. 그 말은 눈은 자주 거짓말을 한다는 것과도 같은 말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여러 이론에는 함정이 있다. 찻잎의 크기만으로 차를 판단하게 되면 언젠가는 그 댓가를 톡톡히 치르고야 만다.

서호용정 1~3급, 얼핏 봐서는 각각의 크기가 대동소이한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런데 그 대동소이가 등급을 가른다. 등급이 낮을수록 채엽시기가 여름에 가까워지는 계절이고, 이는 일조량의 증가로 인하여 건차의 표면에는 엽록소의 양도 증가하여 녹색이 더 많이 보인다. 눈으로 보이는 등급만큼이나 맛과 향에도 차이를 보인다. 등급이 내려갈수록 쓴맛은 더해지고, 단맛은 줄어든다. 아울러 차의 향기 역시도 등급이 내려갈수록 거칠고 강한 향이나며, 고급차일수록 부드럽고 잔잔한 향이 길게 나온다.

 두 가지의 예를 들어보겠다.

 ①뙤약볕이 내리쬐는 여름날 다원에 가서 차나무의 아래쪽 그늘진 곳을 살펴보라. 크기가 매우 작은 찻잎이 있고, 그 찻잎을 따서 씹어보면 계절적인 요인으로 인하여 쓴맛이 매우 강할 것이다.

 ②보이차의 경우 봄·여름·가을 이렇게 세 계절에 걸쳐서 채엽을 한다. 이 계절 가운데서 이른 봄과 늦가을에 딴 차의 싹에는 추위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백호(白毫)라는 솜털로 빼곡하게 덮여있다. 그런데, 백호로 뒤덮인 같은 싹이라고 해도 봄차에 비해 사람들에게 더 많이 시달린 가을차의 크기가 더 작다.

 이와 같이 차를 보는 시각적인 기준에는 여러 변수와 함정이 도사리고 있으므로, 신중한 주의를 기해야만 한다. 이런 문제들을 고려하더라도 차는 작은 것이 좋은 것이라는 기본의 중요성은 여전히 변치 않는다. 차는 작은 것이 아름답다.

 그리고 잘 못 알려진 차의 상식에 대해 Q&A 방식으로 틈틈이 바로잡도록 해보겠다.

 Q: 차를 마신만큼 물을 보충해줘야 한다?

 A: ‘TV에 어느 교수가 나와서 했던 말’이라고 차인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다. 아마도 그 교수는 ‘차의 효능 가운데 하나인 활발한 이뇨 작용 때문에 차를 마시면 인체에 수분이 부족해진다’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라고 추측해 본다. 보통 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찻자리에서 마시는 차의 양은 최소 2ℓ 이상이고, 다회라도 벌어지는 날에는 4~5ℓ에 이르기도 한다. 간단히 생각해서 만일 그 교수의 말을 좇아 자기가 마셨던 차의 양만큼의 물을 마셔야 한다면 배 터져 죽을 일이고, 물 보충을 못해 준다면 미이라처럼 말라 죽고 말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주장한 그 교수는 차를 안 마시거나, 혹은 아주 적은 양의 차만 마시는 무늬만 차 마시는 사람이다. 차는 인체에 필요한 수분의 양은 그대로 유지한 채, 몸속의 노폐물을 소변을 통해 배출시켜 주는 효능을 가진 훌륭한 음료이다. 차 말고 이뇨작용을 활발하게 해주는 것에는 술이 있다. 알코올은 대사과정에서 우리 몸속의 전해질이 부족해지기 때문에 음주 후에는 수분 보충이 필수적이다. 차와 술이 같은 듯 다른 것은 이러한 차이 때문이다.

 류광일(덕생연차관 원장)

류광일 원장은 어려서 읽은 이백의 시를 계기로 중국문화에 심취했다. 2005년 중국으로 건너가 상해사범대학에 재학하면서 덕생연차관 주덕생 선생을 만나 2014년 귀국 때까지 차를 사사받았다. 2012년 중국다예사 자격을, 2013년 고급차엽심평사 자격을 취득했다. 담양 창평면에 중국차 전문 덕생연차관(담양군 창평면 창평현로 777-82 102호)을 열어 다향을 내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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