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참패했다.
사실상 윤석열 대통령이 판을 키운 선거에 충격적 표차로 패배함으로써, 그 원인과 내년 총선 대책을 놓고 여권은 한동안 심각한 혼란과 진통을 겪게 됐다.
일개 기초단체장 보궐선거가 이처럼 적지 않은 후폭풍을 몰고 오는 이유는, 무엇보다 윤 대통령에게 정치입문 이후 첫 정치적 실패를 안긴 탓이 크다.
여기에 내년 4월 총선 승패를 가름할 수도권 민심의 흐름이 임팩트있게 표출된 때문이기도 하다.
여의도의 선거 전문가들은 “한동안 이완돼 있던 수도권 호남 표심이 대부분 민주당 쪽으로 집결했고, 지난 대선 전후 여권을 향했던 2~30대와 중도 표심 상당수가 빠져나와 일부는 야당, 일부는 여야 어느 쪽도 지지하지 않은 채 관망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민주당이 ‘우리가 잘해서 이긴 게 아니’라고 한껏 몸을 낮추면서도 내심 분위기가 살아난 이유다.
#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내년 총선을 치른다는 것이 이미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
반면 여권은 이번 보선 결과에 따라 총선전략의 유동성이 커졌다.
관건은 윤 대통령이 집권 이후 보여왔던 국정 스타일을 바꿀 것이냐의 여부와 만약 바꾼다면 그 방향이다.
윤 대통령은 보선 이틀만인 13일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에 ‘변화’를 주문했다.
이번 패배 요인이 외부보다는 내부에 있으며 따라서 문제를 해결하는 키도 여권의 성찰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그간 유지했던 국정 기조를 재점검하고, 인적 개편 작업 등 쇄신 작업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 대통령은 집권 3년 차를 앞두고 과연 국정운영의 전환을 가져올 것인가.
# ‘제일 중요한 것이 이념’이라는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가치와 이념을 국정 전면에 내세워 왔다.
이는 평소 윤 대통령과 깊이 있는 의견을 교환하는 측근들과 대통령실 참모들의 철학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윤 대통령이 이들 ‘이념형’ 측근 및 참모들을 교체하고 ‘민생’과 ‘경제’를 국정 키워드로 내세울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
그러나 그간의 기조가 윤 대통령의 오랜 확신과 신념에서 비롯된 측면도 있어 큰 틀의 변화는 당장은 기대난망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한편 야당을 비롯한 정치권과의 소통 방식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어 일단 지켜볼 대목이다.
이와 함께 변화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분야는 역시 인적 쇄신이다.
윤 대통령이 강서구청장 보선 결과가 나온 직후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사실상의 ‘지명 철회’를 단행한 것은 이 같은 맥락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연말에는 총선 출마에 따른 장관 교체가 이어질 전망이어서 내각의 인적 개편이 어느 정도 강도와 폭으로 이뤄질지 주목된다.
당연히 대통령실도 인적 쇄신의 영향권에 들 수 있다.
대통령실에서는 이달부터 연말까지 총선 출마를 위한 인사들이 대거 사표를 제출할 예정이어서 이에 따른 후속 개편 작업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맞물리는 것이 이른바 ‘총선 물갈이’의 방향이다.
여권 안팎에선 윤 대통령이 ‘인적 쇄신’이라는 명분으로 여당 우세지역에 측근들을 대거 내려보낼 가능성을 제기하곤 했다.
특히 보수 원로들과 여권 비주류는 자기 확신이 강한 윤 대통령이 그간의 국정 기조를 유지한 채 상당수 측근들을 총선에 투입하는 시나리오를 경계하고 있다.
그렇게 될 경우 내년 총선도 이번 보선 결과와 유사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강서구청장 선거는 윤 대통령을 총선의 최대 플레이어로 자리매김시킨 이벤트가 된 셈이다.
서울본부장 겸 선임기자 kdw34000@gjdrea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