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야 방해’ 곧 철거 “광주시, 안일행정” 지적
광주시 양림동 회전교차로 작품 3개월만에 이전
제보자 “차량 통행 회전교차로에 가당한 일인가?”
광주시 “미디어아트 창의벨트 사업 콘텐츠로 기획”

10월 초, 광주 남구 양림동 오거리 회전교차로에 설치돼 있던 미디어아트 조형물이 철거됐다. 제보자 제공.
10월 초, 광주 남구 양림동 오거리 회전교차로에 설치돼 있던 미디어아트 조형물이 철거됐다. 제보자 제공.

 광주시 ‘유네스코 미디어아트 창의벨트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광주 남구 양림동 회전교차로에 설치됐던 미디어아트 조형물이 민원을 유발하면서 몇달만에 철거돼 안일한 행정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차량 통행이 많은 회전교차로에 미디어아트 조형물을 설치하면 운전자와 보행자 시야 확보에 방해될 것이라는 걸 충분히 인지할 수 있음에도 제대로 된 검토가 없었던 것을 지적함이다. 더구나 그 자리는 설치돼 있던 다른 조형물을 이전하고 새로운 작품을 세웠다가 다시 철거한 것이어서 예산 낭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더해진다.

 15일 광주시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유네스코 미디어아트 창의도시로 선정된 이후 ‘광주 미디어아트 창의도시 마스터플랜’을 수립해 여러 사업이 진행 중이다.

 그 중 하나로 2019년부터 국·시비 예산 180억 원을 들여 미디어아트 창의벨트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까지 광주 5개 권역에 디지털 미디어 기술을 통한 시민 소통 콘텐츠가 구축될 예정이다.

 사업이 추진되는 5개 권역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1권역) △금남로 일대(2권역) △사직공원(3권역) △양림동(4권역) △광주송정역(5권역)이다.

 이 가운데 4권역에 속하는 양림동 커뮤니티센터 인근 로터리(회전 교차로) 중앙 교통섬에 지난 4월부터 4면의 LED 디스플레이를 설치해 7월 공사가 완료됐다. 하지만 준공 이후 이 작품은 민원이 빗발쳤다.

 해당 작품이 LED 빛을 내뿜는 구조여서 차량 운전자와 보행자 시야를 가리는 장애물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던 것. 결국 경찰까지 나서 현장 조사 끝에 철거를 요청하는 지경에 이르러, 지난달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준공 후 3달 만이다.

 이같은 상황을 본보에 제보한 A 씨는 “양림동 쪽을 오랫동안 통행하며 이해할 수 없는 행정을 목격했다”며 “차량 통행이 많은 회전교차로에 운전자 시야를 가리고, 방해하는 미디어아트 조형물을 설치한다는 것은 누가 봐도 상식적이지 않은 안일한 행정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어 “미디어아트 조형물이니 적은 돈도 아니었을 것”이라면서 “운전자 눈높이에 설치한 LED 디스플레이가 눈부실 거라는 것도 예상 못하고 설치했다가 철거했다는 것 자체가 예산 낭비의 전형”이라고 덧붙였다.

 더불어 이번에 문제가 된 미디어아트 조형물은 같은 장소에 이미 설치돼 있던 미디어아티스트 이이남 작가의 작품을 양림미술관 옥상으로 옮기면서까지 진행된 것이라 문제점이 더 도드라진다.

 지난 2018년부터 양림동 회전교차로에는 광주 기독교 성지인 양림동을 상징하는 이이남 작가의 투명 조형물이 설치돼 있었는데, 광주시가 미디어아트 창의벨트 조성 사업 권역으로 지정하며 종전 작품을 이전한 뒤 새로운 작품을 설치했다가 철거된 것.

 A 씨는 “멀쩡했던 조형물을 옮겨서까지 설치했는데 그 정도의 충분한 논의도 없었나 싶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또 “사직공원도 야간 조명이 화려하게 조성됐던데, 운영을 위한 실질적인 검토 없이 광주가 너무 과하게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걱정스럽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광주시 관계자는 본보와 통화에서 “미디어아트 창의벨트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어떤 장소에 어떤 미디어아트 조형물을 만들 것인지 설계하던 중 양림동 회전교차로가 하나의 콘텐츠로 기획됐다”며 “사업 진행을 위해 남구청, 이이남 작가님과 협의를 거치고 주민설명회도 진행했으나 설치 이후 운전자 시야 확보를 방해한다는 민원이 들어와 다른 곳으로 이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올해까지 진행되는 미디어아트 창의벨트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현재 남구 사직공원 일대가 다양한 미디어아트 작품으로 꾸며져 시범 운영 중에 있다. ‘사직 빛의 숲’을 주제로 미디어아트 플랫폼을 통한 야간경관이 조성돼 안정화 테스트를 거쳐 11월 말 정식오픈 할 예정이다.

 또한 5권역 사업으로 광주 송정역 일원에 조성 계획 중이다.

 유시연 기자 youn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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