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이 만난 사람] 장애인과 비장애인 함께 음악여행 '장비여밴드'
‘밴드 활동=삶의 의지’ 노래로 생명 연장
10월의 어느 화창한 날, 광주 북구의 작은 공연장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려 만들어낸 화음이 울려퍼졌다.
이들은 이날 ‘위캔두잇(We can do it)’이라는 주제로 어쿠스틱 기타 연주와 노래 등을 선보이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일상 속 문화예술활동의 주체로 서는 공연을 그려냈다.
음악을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 지역 내 예술공동체로서 자리매김하고자 하는 ‘장비여밴드’다.
장비여밴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음악여행’이라는 뜻으로 결성됐다.
밴드의 멤버는 최형호 대표(보컬)와 백연경(보컬), 강희주(기타), 진성민(드럼) 씨로 구성돼 있으며 ‘위송밴드’의 차진환(기타), 김정안(보컬, 건반) 씨도 함께 활동하고 있다.
장비여밴드의 보컬인 최형호 대표와 백연경 사무국장은 근육장애를 가지고 있으며 전남대학교 밴드동아리 ‘바이슨’ 출신의 비장애인 강희주 씨가 활동지원사로서 보조하고 있다. 최근에는 같은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는 후배 진성민 씨도 합류해 함께 밴드를 하게 됐다.
장비여밴드는 현재 대표를 맡고 있는 최형호 씨를 통해 2020년부터 시작됐다.
최 대표는 희귀 난치성 질환인 근육병을 앓고 있는 근육장애인이다. 근육병은 점차 몸의 근력을 감소시켜 보행장애 등을 발생시킨다. 또한 장기의 근력까지 감소되기 때문에 심장 및 호흡기능이 약화되기도 한다.
최 대표는 “3년 전부터 병을 막기 위해 호흡량을 늘릴 수 있는 발성 연습을 시작했다”면서 “꾸준히 연습하다보니 도레미파솔라시도부터 가요까지 노래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애인들은 비장애인과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은데 밴드를 결성하고 나니 비장애인과 함께 화음을 만들어 낼 수 있고,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져 의미가 깊었다”고 말했다.
장비여밴드의 활동지원사인 강희주 씨는 “처음 밴드를 결성하며 발성 연습부터 지도했을 때는 얼만큼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 걱정스럽기도 했다”면서 “본인들 의지가 강해서 시간이 갈수록 좋은 모습이 나왔다”고 회상했다.
그렇게 시작된 장비여밴드. 처음엔 기타와 보컬로 이뤄진 3명의 멤버를 위주로 작은 버스킹 공연을 해왔다.
그러나 최근인 지난 7일에는 북구청소년수련관 상상마루 공연장에서 6명의 멤버가 그룹사운드와 트로트 등 다양한 연령층을 겨냥한 무대를 선보이며 꾸준히 쌓아온 그들의 역량을 보여줬다.
이들은 이번 공연을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것 뿐만 아니라 남성과 여성이 함께 하는 혼성 밴드, 중년부터 대학생까지 함께 하는 밴드, 어쿠스틱부터 트로트까지 다양한 장르를 섭렵한 밴드의 매력을 발산했다. 이들은 ‘조화’가 장비여밴드만의 특성이라고 자평했다.
이처럼 치료의 일환으로 시작된 밴드이지만 소공연장에서 공연할 수 있을만큼 성장하며 밴드 구성원인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 밴드 활동에 대해 ‘삶의 의지가 되었다’고 이야기했다.
근육장애를 앓고 있는 차진환 씨는 “수많은 사람들이 특별한 삶을 꿈꿀 때 우리는 평범한 일상을 꿈꾼다”며 “그 중 하나가 노래였고, 노래를 통해 생명을 연장시키면서 우리들도 일상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전했다.
드럼을 맡고 있는 비장애인 진성민 씨는 “연습을 할 때마다 박자와 음정이 맞춰져 가는 것이 눈에 보이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에 관계없이 함께 할 수 있는 활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매주 뜨거운 연습 속에 밴드 활동이 정말 삶의 열정이나 의지를 주기에 좋은 활동이라 느꼈다”고 말했다.
생명을 연장시키기 위한 노래, 그들과 함께 호흡하고자 하는 연주자들. 장비여밴드가 최근 있었던 공연의 주제를 ‘위캔두잇’이라 한 것 역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밴드의 특성을 통해 ‘장애인들도 우리와 함께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함이었다.
최 대표는 “지금은 우리끼리 공연만 하고 있지만 향후에는 공연 뿐만 아니라 지역 장애인 예술인들과 함께 문화예술모임을 꾸려 일상적 문화 주체로서의 꿈을 넓혀가는 활동을 꾸준히 하고 싶다”고 밝혔다.
한편 장비여밴드는 현재 장애인 예술창작 활동을 돕고 지역 장애인 예술인들의 역량 증진을 위해 광주시와 광주문화재단,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에서 후원해 운영하고 있는 ‘장애인 문화예술지원사업’을 통해 활동 중이다.
유시연 기자 youni@gjdrea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