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을 근대화와 제국주의로 달려가게 한 메이지유신은 조슈번(야마구치)과 사쓰마번(가고시마)이 주도했다.

 이후 조슈는 육군, 사쓰마는 해군의 헤게모니를 잡고 팽창 정책에 나섰으며 각각 부산과 목포를 대륙 침략의 기점으로 삼으려 했다.

 사쓰마가 목포를 지목한 이유 중엔 쿠로시오 해류 및 그 지류의 영향으로 규슈 하카타에서 한반도 서남해안으로 가는 뱃길이 부산을 잇는 현해탄에 비해 순하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있다.

 우여곡절 끝에 역사는 두 세력의 신경전에서 조슈의 손을 들어줬다.

 일제 강점기와 6·25, 박정희의 영남 중시 개발독재를 거치며 대한민국 경제, 산업지도가 ‘경부축’ 중심으로 그어진 것은 이처럼 일제의 식민 지배가 조슈의 계획대로 진행된 것에도 그 기원이 있다.

 이승만 정권의 토지개혁으로 호남의 대지주들이 들고 있던 지가증권 가치가 6.25 전쟁 와중에 폭락한 것 역시 산업화 시대 호남의 낙후와 상당한 관련이 있다.

 # 최근 국정감사장에서 대통령이 의장을 맡는 헌법기관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석동현 사무처장이 호남에 대한 특정 시각을 담은 칼럼을 자신의 SNS에 공유하며 ‘정말 무릎을 탁 치게 되는 글’이라고 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석 처장이 공유한 칼럼에는 “생산적 투자 거부는 전라도가 먹고사는 방식, 원조는 광주”, “다른 지역은 국가 예산 따오는 것이 여러 경제활동의 일부일 뿐이나 호남은 거의 유일한 경제 활동”, “대한민국의 호남화, 대한민국 몰락으로 가는 직통 코스”, “1987년 체제는 호남과 주사파의 결합. 이대로는 안 된다”는 등의 내용이 있다.

 해당 칼럼은 또 “아시아문화전당, 광주비엔날레, 광주형 일자리(광주글로벌모터스), 한전공대, 영암 F1 등이 대표적, 이 프로젝트들의 공통점이라면 자체적으로 수익성을 갖추지 못하고 계속 정부의 제도와 예산 지원을 요구한다는 점, 그리고 ‘5·18의 피’라는 상징자산의 지원이 없으면 성사가 불가능하다는 점” 등의 내용도 담고 있다.

 이어 “호남 인적 자원의 특수성이 이런 구조를 고질화하고 있다. 호남은 1980년 5월의 비극 이래 좌파 정치투쟁의 진지 역할을 해왔다”, “기업체 등 생산적인 진로보다 상징 조작과 선전 선동, 조직화 등 정치적인 성격을 갖는 직업을 선택하는 것이 당연시 됐고 이는 지역의 전통으로 굳어졌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기업의 투자 자체를 꺼리는 것도 당연한 결과”라는 대목도 들어있다,

 석 처장은 이같은 칼럼을 공유하며 “2~3분 정도면 다 읽을 수 있으니 직접 그 사이트에 가 보시거나 아래에 전문을 옮겼으니 꼭 끝까지 한번 읽어보시기 바란다”고 썼다.

 # 석 처장이 공유한 칼럼에 동의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견강부회’(牽强附會)라거나 원인과 결과를 혼동했다는 지적도 나올 수 있다. 또 낙후된 호남의 발전 방향 및 방법론에 대해 누구나 자신의 주장을 자유롭게 내놓을 수 있고 그래야 한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의 40년 친구로 알려진 석 처장은 공인이다.

 심지어 본인이 근무하는 민주평통은 남북통일에 관한 여론을 수렴하며 갈등을 극복해 나가려는 조직 아닌가.

 그런 분이 우리 사회의 가장 아픈 대목 중 하나이며 아직도 첨예한 현안인 지역격차-지역감정-지역차별 문제에 대해 특정 의견에 서는 신중치 못한 처신을 한 것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석 처장도 이 칼럼에 대해 ‘좋은 글’, ‘공감되는 글’이라고 생각할 자유는 있다. 그러나 그런 입장을 굳이 공개적으로 밝히고 싶다면 공직, 그것도 ‘국민통합’을 주도하는 민주평통 사무처장이라는 자리는 반납하고 하는 것이 맞다.

 서울본부장 겸 선임기자 kdw34000@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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