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공공외교와 재외동포의 역할

연변지역과 연해주지역은 남북한이 대화하고 교류하는 매개지역이라는 지리적 특수성을 활용하여 경제적·문화적 공동체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북한의 개혁개방을 촉진하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지난 5월 19일 오후 광주 호남대학교 문화체육관에서 열린 세계고려인단체총연합회 출범식 장면. 광주드림 자료사진.
연변지역과 연해주지역은 남북한이 대화하고 교류하는 매개지역이라는 지리적 특수성을 활용하여 경제적·문화적 공동체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북한의 개혁개방을 촉진하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지난 5월 19일 오후 광주 호남대학교 문화체육관에서 열린 세계고려인단체총연합회 출범식 장면. 광주드림 자료사진.

 오늘날 국제관계는 정보화와 지구화 등으로 냉전시대에 비해 국제관계의 행위자들이 다양해졌다는 것이 특징적이다. 냉전시대에는 국가가 국제관계의 주요한 행위자였다면 지금은 국가뿐만 아니라 다국적기업, NGO, 개인 등의 역할이 증대되고, 중요해졌다.

 이러한 배경에서 등장한 개념이 공공외교(public diplomacy)이다. 공공외교는 군사력과 경제력 같은 경성권력(hard power)를 사용하는 전통적 외교와 달리, 문화·가치·인적자원과 같은 연성권력(soft power)를 활용하여 외교 상대국의 정부와 국민을 대상으로 국가의 이익을 실현하거나 이미지를 제고하는 등 외교적 목표를 달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말해, 공공외교는 전통적 의미의 외교가 정부 간 협상을 대상으로 하는 것과 달리 기업·비정부기구·대학·언론 등 민간영역의 활동을 포함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0년을 공공외교의 원년으로 설정했고, 같은 해 5월에 한국국제교류재단에 공공외교 관련 상설 자문기구인 한국공공외교포럼을 창설하여 글로벌 공공외교 네트워크 구축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공공외교의 행위자 중에서 디아스포라가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유대인이다. 재미유대인은 600만여 명에 불과하지만 미국의 정치·경제·군사·대외정책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여 모국인 이스라엘의 국가이익을 실현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미국 한인 ‘동해 병기 운동’ 사례

 우리나라의 재외동포가 가장 많이 살고 있는 미국의 버지나아주 재미한인사회의 ‘동해 병기 운동’은 대표적인 공공외교의 성공사례라 할 수 있다. 버지니아주에 거주하고 있는 재미한인들은 미국 교과서에 동해를 병기하기 위해 일본의 로비에 맞서 버지니아주 의회를 압박하여 ‘동해 병기 법안’을 통과시키는 쾌거를 이루었다. 이렇듯 재외동포는 정부가 부담스러워하는 국가 간 현안을 거주국사회에서 모국의 이익을 실현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최근 전개되고 있는 윤석열 정부의 가치외교로 중국·러시아·북한 등과의 관계 개선과 주요 현안을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즉흥적이고 단기적인 대응보다 통합적인고 전략적 접근이 매우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정부의 국가적 목표 중 한반도의 평화통일 문제는 국제사회의 공감대와 지지가 형성되어야만 해결될 수 있는 과제이다. 그런 점에서 한반도 평화통일에 대한 국제적 지지를 보다 효과적으로 확보하고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평화통일 관련 공공외교를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평화통일 공공외교는 내용적 차원의 평화통일외교와 방법론적 차원의 공공외교 간의 결합이라 할 수 있다.

 평화통일 공공외교는 정부와 민간이 소프트파워를 자산으로 타국의 정부와 국민, 그리고 국제사회를 대상으로 한반도 평화통일의 정당성과 당위성에 대한 자발적 이해와 공감 및 지지를 획득하기 위한 비전통적 외교활동이라 할 수 있다.

 평화통일 공공외교의 목표는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실현하기 위해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을 이끌어내는 것이라는 점에서 세계 곳곳에 거주하고 있는 재외동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국제사회의 평화통일 공감대 확산과 지지를 위해 740만 재외동포의 특수한 지위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재외동포, 분단 상황서 남북 자유왕래

 재외동포는 한반도 분단 상황에서 남북한을 자유롭게 왕래하고 이해하는데 가장 적절한 위치에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이들은 거주국사회에서 한반도의 평화통일 지지 여론을 형성하는데 기여할 뿐만 아니라 남북관계의 개선·발전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평화통일 공공외교의 중요한 인적자원으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중국 연변지역과 러시아 연해주지역에 살고 있는 재외동포는 한반도 평화통일과 남북관계 문제에 있어 특수한 지위를 가지고 있다.

 연변지역은 조선족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진출한 기업인, 북한의 노동자·이탈주민에 이르기까지 공생·공존하고 있는 곳이다.

 연변조선족은 사회주의국가에 살면서 시장경제와 자본주의적 문화를 직접 체험하고 있으며, 남북한을 자유롭게 왕래하고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연변조선족은 오랜 기간 동안 북한 주민들과 혈연적·문화적·역사적·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어 왔으며, 북한주민들에게 부분적으로 한국사회의 변화를 전달하는 창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연변조선족은 한반도 통일과정에서 중요한 남과 북 주민들 간의 문화충돌과 이질감을 극복하는데 매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연해주지역은 고려인동포를 포함하여 한국의 기업가·민간단체 활동가·종교인, 조선족 사업가, 북한의 노동자들이 함께 살고 있다. 연해주는 한반도에서 시베리아와 유럽으로 들어가는 대륙의 관문 역할을 담당하고 있어 우리나라의 국가경제발전의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특히 연해주는 광활한 대지를 가지고 있어 남북의 경제협력과 평화를 지향하는 남북농업협력의 거점 기지로서의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곳이다.

 이미 동북아평화연대는 2004년부터 고려인 농업정착지원 사업을 전개해오고 있고, 남·북·러 평화협력을 위한 다채로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 지역에서는 지난 2010년대 초반까지 광주평화재단(당시 아리랑국제평화재단)에서 연해주 통일농장 사업을 추진하기도 했다.

 연변 조선족·연해주 고려인 공공외교 중심에

 한반도의 평화통일에 대한 국제사회의 이해와 지지를 확산시키고 평화통일 공감대를 확산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남북한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연변 조선족과 연해주 고려인의 이해와 지지가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이들 지역에 살고 있는 재외동포를 단순히 혈통적 차원에서만 한정시켜 바라볼 것이 아니라 한반도의 평화통일과 경제발전을 연계하여 고려하는 통합적이고 전략적 계획을 수립하여 접근해야 한다. 연변지역과 연해주지역은 남북한이 대화하고 교류하는 매개지역이라는 지리적 특수성을 활용하여 경제적·문화적 공동체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북한의 개혁개방을 촉진하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연변조선족사회와 연해주고려인사회의 다양한 조직과 단체, 그리고 이들지역에 진출해 있는 한국인의 조직과 단체를 중심으로 평화통일 공공외교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한반도 평화통일 공감대 확산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미국의 사진작가 만 레이(Man Ray)의 “꿈을 기록하는 것이 나의 목표였던 적은 없다. 꿈을 실현하는 것이 나의 목표이다”라는 말처럼, 우리 모두 ‘한반도 평화통일’의 꿈을 실현해나가자!

 정영재 (북방경제문화원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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