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중국차 茶](32)‘불량한 보이차’ 이야기(上)
中서 폐기 상품 ‘싸고 오래된 보이차’로 한국에

국내유명 차업체인 G에서 판매되는 간운숙병. 습창차의 전형적 상징인 흰곰팡이가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종류의 차들이 적지 않아 일반 소비자들이 보이차를 접하면서 “보이차가 오래되면 다 이렇게 변하는 것”이라는 오도된 지식을 심어주기 십상이다. 판매자도 공부를 해야만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국내유명 차업체인 G에서 판매되는 간운숙병. 습창차의 전형적 상징인 흰곰팡이가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종류의 차들이 적지 않아 일반 소비자들이 보이차를 접하면서 “보이차가 오래되면 다 이렇게 변하는 것”이라는 오도된 지식을 심어주기 십상이다. 판매자도 공부를 해야만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이번 회와 다음 회에는 우리가 모르고 마셔왔던 ‘불량한 보이차’ 이야기를 해보겠다. 원래 순서에 의하면 보이차는 내년 이맘때나 되어서야 다뤄질 예정이었지만 ‘마셔서는 안 되는 차’ 가운데 보이차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관계로 인하여 순서를 앞당겨 현재와 미래의 소비자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우는 것이 우선이라 여겨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차문화전시회를 5년 만에 둘러봤다. 예전에 봤을 때도 수준 높은 차들을 구경하기 힘든 전시회라서 그다지 큰 기대는 없던 상태였다. 첫날 오전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관람객보다는 각 부스의 관계자들이 더 많은 것 같은 적막함이 감돌았다. 게다가 들리는 말로는 “그렇지 않아도 빈약하기 짝이 없는 호남의 차 관련 전시회가 둘로 쪼개져서 각각 전시회를 열고 있다”라고 하니 이별의 경위를 떠나서 설상가상의 형국이 아닐 수가 없는 일이다.

 이번 전시회는 ‘차문화전시회’라는 명칭이 무색하리만치 차를 전시 홍보하는 곳도 몇 군데 되지 않았고, 그나마 가지고 나온 차의 수준들도 도토리 키재기 수준이 아닌가 싶은 느낌이었다. 그냥 눈으로 구경만 하고 나오기에는 여기까지 온 보람이 없는 일인지라 보이차와 자사호를 팔고 있는 부스 한곳에 들러 차를 시음해 보기로 했다.

 자리를 잡고 부스의 홍보물을 보니 “운남의 보이차 경연대회에서 심사위원을 했다”라고 한다. “음…. 그렇다면 보통의 차 상인들과는 다른 뭔가가 있지 않을까?” 싶었다. 90년대와 2000년대에 만들어졌다는 차들을 보라고 내준다. 대략 20~30년 정도 된 차들이라 정상적이라면 만만치 않은 가격대가 형성되는 차들이다.

 먼저 건차의 외형을 살펴보니 매끄럽지 않은 탁한 빛깔이 감돈다. 좋은 보이차는 (상대적으로) 밝은 빛깔에 표면에는 윤기가 흐른다. 일단 색택은 참고사항이고, 두 번째로 건차(乾茶·물에 우리지 않은 마른 상태의 차) 향을 맡아본다.

 건차향을 맡는 요령은 코를 차에 닿을 듯 말 듯 한 위치로 가깝게 대고 숨을 들이쉰 다음 차에다가 내뿜어 반사되어 돌아오는 향을 맡는다.

 혹자는 이를 “지저분” 어쩌고 얘기할 수도 있지만, 그냥 숨을 들이쉬며 맡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인 방법이다. 들이마시는 숨 속에 지푸라기 썩은 냄새가 난다. 이 정도면 굳이 마셔보지 않아도 습창차(濕倉茶)의 판정을 내릴 수 있다.

 만약 이 자리가 중국에서 진행하는 심평(審評·심사 평가) 과정이었다면 단박에 ‘심사 거절’ 판정을 내렸을 것이다.

 그 상인은 이런 내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습창차를 우려내준다. 먹기도 그렇고 안 먹기도 그런 참으로 곤혹스러운 자리이다.

 차를 마실 적에 특히 차의 등급 고저를 가리고자 할 때는 혀의 위치와 모양이 중요하다.

보관상의 문제로 인하여 차에 곰팡이가 핀 경우. 필자가 소장하고 있는 차를 한지공예로 만든 상자 안에 몇 개월 넣어놨더니 흰곰팡이와 노란곰팡이가 피었다. 이런 경우는 곰팡이를 털어내고 건조한 곳에 보관하면 어느 정도는 차가 본래의 성질을 회복한다. 이 차는 비록 곰팡이가 피었다고 해도 습창차와는 완전히 다른 정상에 가까운 차의 향과 맛이 난다. 음용시에도 세차(洗茶)과정을 거치면 큰 탈 없이 차를 즐길 수가 있다.

 그 요령은

 ①약 5㎖의 찻물을 입 안에 넣고 혀끝을 윗니에 대고 입술을 벌려주면 가운데는 닫혀있고 양옆은 벌어져 있는 모양이 된다.

 ②찻물을 혀 가운데로 모아 벌어진 입술 사이로 복식호흡 하듯이 천천히 공기를 들이마시면 들어온 공기는 입안의 찻물을 굴려준다.

 ③두 차례에 걸쳐 공기를 들이마시고 나서 입을 닫는다. 이때 혀의 자세는 계속 윗니에 고정되어 있어야 한다.

 ④코로 호흡하며 찻물 속의 향기를 맡는다.

 위와 같이 하여 좋은 차는 마셔도 되지만, 좋지 않은 느낌이 날 때는 뱉어 내도록 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차를 마시면 같은 양의 차로 혀와 코에 훨씬 많은 접촉면을 만들 수가 있어서, 회감과 차의 향을 판단하는 데 매우 요긴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마시는 찻물의 온도는 40~50℃가 적당하다. 70℃ 이상이 되면 미각기관이 데어 결과에 영향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행과 같이 차를 한 모금 마시고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그 상인과의 대화를 요약해 봤다.

 “사람이 먹는 음식인데 이러한 습창차를 팔면 안 되지 않습니까?”

 “보이숙차를 만들다 보면 온갖 변수가 많이 생겨요”

 “변수가 많으면 그에 대한 대비를 충분히 해서 기술적으로 커버하면 되는 일이지, 이런 차는 ‘맑고, 깨끗하고, 부드러워야 한다’라는 차를 마시는 목적이나 명제에 위배되지 않나요?”

 “나는 장사꾼이라 소비자가 찾으면 갖다 팔 뿐입니다”

 마지막 구절의 이야기를 듣고서는 더 이상의 대화를 이어갈 수가 없었다. “소비자가 (이러한 습창차를) 찾는다”라는 말 속에는 우리나라 차 업계 특히 보이차를 장사하는 사람들과 보이차를 마시는 소비자들의 수준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상해 같은 중국 대도시에서는 이미 십수 년 전에 이러한 ‘습창차’나 ‘화공약품차’를 매대에 진열하고 파는 행위가 사라졌다. 문제가 있는 차를 만드는 곳도 중국이지만, 그 문제 있는 차를 시장에서 퇴출하는 자정능력을 가진 곳도 중국이다.

 다만 중국 상인들이 매대에서 내린 ‘불량 보이차’를 폐기 처분한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 건너와 ‘싸고 오래된 보이차’를 찾는 상인들에게 그 물건을 ㎏ 단위로 팔아넘긴다. 그리고 그 물건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노보이차(오래된 보이차’의 타이틀을 달고 버젓이 판매되고 있다.

 한국은 ‘불량 보이차’가 판을 치고 다니는 왜곡된 시장이다. 다시 한번 전체 관계자들의 대오각성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류광일(덕생연차관 원장)

류광일 원장은 어려서 읽은 이백의 시를 계기로 중국문화에 심취했다. 2005년 중국으로 건너가 상해사범대학에 재학하면서 덕생연차관 주덕생 선생을 만나 2014년 귀국 때까지 차를 사사받았다. 2012년 중국다예사 자격을, 2013년 고급차엽심평사 자격을 취득했다. 담양 창평면에 중국차 전문 덕생연차관(담양군 창평면 창평현로 777-82 102호)을 열어 다향을 내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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