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이 만난 사람] 국악그룹 프로젝트 앙상블 련 유세윤 대표
“교과서 수록 국악 편곡하니 색다른 맛”
157년 만에 중건을 마친 광주 대표 누각 희경루에서 가요와 전통국악을 가미한 퓨전국악 연주가 울려 퍼졌다.
전통과 현대음악, 대중적인 음악을 접목시켜 이제는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은 퓨전국악을 선보이는 창작 퓨전 국악 팀 ‘프로젝트 앙상블 련’의 유세윤(37) 대표를 10일 희경루에서 만났다.
[영상] '련' 희경루 공연 2023. 11. 10(금)
프로젝트 앙상블 련은 전통과 현대적인 리듬을 접목하기 위해 결성된 연주 단체다. 2012년 12월 국악 실내악단으로 창단해 남도지역의 소리를 바탕으로 단원들이 직접 작·편곡하는 작업을 통해 친숙하고 새로움이 있는 음악을 표현하고 있는 것.
현재는 6명이 한 팀으로 구성돼 있다. 창단 당시 전남대학교 국악과 및 음악과 학생들인 멤버들은 지금은 모두 졸업하고 사회의 일원이 돼서도 ‘그때 그사람들’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프로젝트 앙상블 련은 ‘어떤 주제(프로젝트)를 연주(앙상블) 해 하나로 만든다(連·잇닿을 련)’는 뜻을 지녔는데, 남도 음악·전통 음악을 다양한 장르의 음악과 접목해 재구성해 오고 있다.
제25회 임방울 국악제 퓨전 판소리 부문 1위를 수상한 실력파 팀으로, 10일 희경루에서 진행된 ‘광주목 나들이, 음풍영월’ 행사에서 창작국악 공연을 선뵀다.
유 대표는 “프로젝트 앙상블 련은 창작 활동이 주된 업무”라며 “저희만의 음악을 만들고 발전시키면서 새로운 확장성을 가지는 것이 우리 팀이 가질 수 있는 ‘무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무기를 계속 만들어내고 공부하고 창작해오고 있다”며 “이를 통해 새로운 국악 컨텐츠를 만들고 뭔가를 계속 생각해 내는 등 우리 안에서 다채롭게 활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모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창작 음악, 이제는 하나의 ‘장르’로
‘퓨전국악’에 대한 설명도 더했다. 서로 다른 음악의 특색과 질감이 조화를 이뤘다는 것.
그는 “퓨전국악의 시초는 서양음악과 국악의 콜라보”라며 “피아노의 화음과 우리 국악기가 가지고 있는 질감을 합치는 작업부터가 퓨전악의 시작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국악과 서양음악의 가장 큰 차이점은 음향의 질감”이라며 “서로 다른 질감이 국악과 합쳐 앙상블을 이루는 것이 퓨전국악으로 다른 음악의 특색과 질감, 우리가 갖고 있는 특색과 질감을 합쳐 조화를 이루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유 대표는 “창작음악이라는 장르가 생긴지는 벌써 40년이 돼간다”며 “1985년 즈음 때부터 창작국악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으니 조금만 더 지나면 반세기를 창작 국악과 함께한 것이다. 이제는 국악의 한 장르라고 표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퓨전국악이 가진 매력보단 이 장르의 음악을 하는 단체가 어떤 매력을 지니고, 어떤 무기를 갖고 있는지가 중요한 것 같다”며 “앙상블 련은 퓨전국악의 창작과 지속적인 컨텐츠 확장을 위한 노력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프로젝트 앙상블 련은 직접 편곡한 곡들을 위주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유 대표는 아쟁을 전공하면서도 피아노, 작사, 작곡 등까지 도맡아 하고 있다.
유 대표는 “작사·작곡을 위해 혼자 생각할 시간을 많이 갖는다”며 “저와는 반대인 (MBTI상) F의 감성을 바라보기 위해 혼자 여행을 다니고 공상을 많이 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작곡, 작사를 하는 소스를 발견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교과서 수록곡을 전통과 현대 음악을 접목시켜 공감의 장을 마련한 것도 앙상블 련 팀의 매력이다. 예로 남도민요인 ‘성주풀이’, ‘진도아리랑’, ‘쾌지나 칭칭 나네’ 등 대중적인 교과서 수록곡을 편곡해 앙상블 련만의 방식으로 표현한 것.
157년만 중건 희경루서 잊지못할 공연
이날 희경루 행사 현장에서는 교과서를 주제로 작곡한 곡들을 드럼, 장구, 아쟁, 대금, 피아노, 보컬 등으로 합을 맞췄다.
남도 지역의 소리를 직접 작·편곡을 통해 ‘새로움’이 있는 음악을 표현하기도 했다.
련이 발매한 2집 앨범에는 ‘남도 Music Party’라는 곡이 수록돼 있는데, 남도 지방 잔칫집에서 성주풀이와 진도아리랑을 모티프로 한 곡이다.
유 대표가 가장 애정하는 곡은 ‘쾌지나칭칭 군밤 수월래’라고.
EDM 음악에서 영감을 얻어 쓴 곡으로 흥과 어깨춤이 절로 나는 자진모리장단의 민요 ‘군밤타령’, ‘강강수월래’, ‘쾌지나 칭칭 나네’를 한 곡으로 엮었다. 누구나 부를 수 있어 관객들과 함께 흥겨운 민요 한마당을 펼칠 수 있는 곡이다.
유 대표는 “공연을 마친 이후 앵콜곡을 목적으로 이 곡을 썼는데 하루도 아닌, 3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며 “곡 자체가 단순하고 쉬워 사람들에게는 친숙하게 다가와 어필하는 것 같다.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희경루에서의 공연을 ‘잊지 못할 공연’이라고 표현했다.
일단 “날씨가 추워서”도 하나의 이유이지만, 157년 만에 복원된 역사와 전통이 담긴 누각에서의 공연이 기억에 남는다는 것.
그는 “공연은 무대 환경이 중요해 야외공연은 잘 하지 않는데, 역사와 전통이 담긴 사려 깊은 곳에서 음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공연하게 됐다”며 “건물도 예쁘게 복원이 잘 됐고 장소도 좋고 의미가 있어 기억에 남을 것 같은데, (추운) 날씨가 조금 아쉽다”며 웃었다.
앞으로의 포부도 구체적으로 밝혔다.
“후배들께 귀감안되면 과감하게 팀 해체”
유 대표는 “팀을 결성한지도 10년이 넘었는데 이제는 나이에 맞는 음악을 할 수 있는 부끄럽지 않은 단체가 되고싶다”며 “다른 사람들이 앙상블 련을 떠올렸을 때 후배들에게 좋은 귀감이 될 수 있는 단체로 남고싶다”고 말했다.
이어 “꾸준히 좋은 음악을 하는 모습으로 남겨지고 싶다”면서도 “후배들에게 귀감이 안된다고 느껴질 때는 과감히 팀을 해체하겠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끝으로 불안정한 예술 시장에서 예술인들에게 격려의 마음도 전했다.
그는 “내년 예술계 예산이 줄어든다고 하는데, 그 줄어든 만큼의 실직자가 생기는 것이 예술계의 현실”이라면서 “개개인이 갖고 있는 능력이나 실력에 좌우되는 건 분명하지만 예술을 하는 학생들도 줄어가는 상황에서 (기존 예술인들의) 설 자리도 줄어들어 안타깝다. 어려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 같이 힘내자”고 응원했다.
박현아 기자 haha@gjdrea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