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중국차 茶](33)‘불량한 보이차’ 이야기(中)
‘세상은 넓고 호구는 많다’ “제대로 공부해야”
지난 회에 이어 계속하여 ‘불량한 보이차’ 이야기를 해 보겠다. 두 편에 나눠서 쓰려고 했으나 쓰다 보니 길어져 그 양이 세 편으로 늘어날 듯하다.
보이차는 ‘마시는 골동품’이라고도 부른다. 즉 시간이 지날수록 차의 맛과 향이 더 부드러워지고 깊어진다는 말이다. 그렇지만 단 한 번도 그 참모습을 보지 못한 한국의 차인들은 허상을 좇기 십상이다.
[(32)‘불량한 보이차’ 이야기(上)]지푸라기 썩은 냄새 나면 ‘습창차’
차에 처음으로 입문하는 선량한 소비자들은 모쪼록 이 ‘불량한 보이차’에 관한 글을 머릿속에 새겨 두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른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최소한 내 몸이 ‘불량한 보이차’에 의해 상하는 일만큼은 방비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은 마셔서는 안 되는 차의 유형과 특징과 왜곡된 용어에 대하여 설명을 해 보겠다.
☞습창차(濕倉茶): 한국에서 유통되는 “오래 묵었다”라고 말하는 보이차의 상당수는 습창차라고 봐도 된다. 보이차는 보관기간이 오래될수록 가격이 비싸다. 문제는 돈이 있는 곳에는 반드시 사람을 기만하는 술수가 판을 친다는 것이다. 새로 나온 차를 오래된 것처럼 보이기 위해서 차의 보관창고를 고온 고습한 환경으로 만들어 짧게는 1~2개월, 길게는 6개월 이상에 걸쳐 진행한다.
이렇게 되면 차는 발효가 아닌 부패가 진행되어 필연적으로 우리 몸에 해로운 독소를 만들어 낸다. 대신 차의 탕색은 붉은색이 나오니 차를 잘 모르는 사람이 봤을 때는 ‘오래된 차’로 여기기 십상이다. 습창차에는 고의로 소다나 요소를 첨가하여 고온 고습의 창고에서 보관한 것도 있으며, 습창의 다른 표현으로는 “썩어서 생긴 곰팡이에 의한 변화”라는 뜻의 매변(○變)이라고도 한다.
이 습창차는 다시 경습창(輕濕倉)과 중습창(重濕倉)으로 구분한다.
△ 경습창은 습창에서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 머물렀거나, 보관환경이 열악하여 장기간에 걸쳐 습기를 먹어 차에 ‘흰곰팡이’가 핀 경우이다.
△ 중습창(重濕倉)은 습창에서 경습창보다 오랫동안 보관하여 차의 표면에 ‘푸른곰팡이’가 핀 경우이다. 이는 병이 골수까지 스며든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어떠한 조치나 방법을 동원하더라도 ‘정상적인 차’로 돌아올 가능성이 0%에 수렴되는 차를 말한다. 예전에는 중습창차가 다수였었다.
☞거풍(擧風): 본래는 ‘바람을 쐬어 말리다’의 뜻이다. 하지만 한국의 영악한 장사치들은 천연덕스럽게 이 단어를 본래 보이차를 마실 적에 필요한 행동으로 소비자들에게 각인시켜 왔다.
한국에서의 거풍은 앞서 설명한 습창차의 악취를 덜 하게 만들기 위해 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구체적으로는 냄새가 심한 차를 작게 쪼갠(해괴:解塊) 다음 수일간에 걸쳐 바람을 쐬어 그 역한 냄새를 빼내는 용도이다.
이는 정상적인 건창에서 보관된 차라면 음용 당시에 필요한 양만큼만 해괴하면 될 일이거늘, 차에 문제가 있으니, 화사첨족(畵蛇添足)의 초식이 등장한 것이다.
만일 중국의 차인들에게 ‘거풍’이라는 단어를 이야기하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무슨 말이냐?”고 되물을 것이다. 다시 말해 거풍은 중국의 차 업계에서는 통용되지 않는 단어이다.
☞화공약품차(化工藥品茶): 절대적으로 마셔서는 안 되는 가장 극악한 차 가운데 하나이다. 초기의 화공약품차는 습창차에서 나오는 지푸라기 썩은 냄새와 곰팡이를 없애기 위해 카바이드 등을 사용해서 만들었다.
카바이드는 나이가 지긋한 사람이라면 그 옛날 포장마차에서 소주 한 잔 기울일 적에 실내를 밝혀주던 등불의 연료로 추억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화공약품차는 얼마 지나지 않아 화공약품 특유의 역한 냄새와 아주 독한 맛 때문에 차를 잘 모르는 사람도 쉽게 구분해 내었다.
이후로 마치 현대사회에서 위조달러의 감별과 제조 기술이 숨바꼭질하듯 발전하는 것과도 비슷하다. 사람들의 감별 능력이 점점 향상되는 만큼, 화공약품차를 만드는 기술도 발전하였다.
화공약품차는 보이차의 생차나 숙차 모두에 존재하며, 현재에 이르러서는 저등급의 찻잎으로 만든 차를 고등급의 맛과 향을 모방하려 억지를 부린 경우가 많다고 보면 된다.
화공약품차를 마신 후 나타나는 증상은 아래와 같다. 한두 가지가 나오는 때도 있고, 여러 가지가 같이 나오는 때도 있다. 따라서 차를 마셔서 불쾌한 느낌이 들면 마시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①차의 표면이 정상적인 차의 윤기는 없고, 마른 낙엽처럼 건조하다.
②건차나 엽저의 향을 맡아보면 정상적인 차와는 다른 코끝을 쏘는 듯한 불쾌한 향이 난다.
③차를 입 안에 넣고 굴려보면 혀의 양쪽이 조여오고, 혹자는 잇몸까지 지끈거리며, 최악의 상황에는 목젖이 따끔거리는 통증을 느낀다.
④차를 마신 후에는 혀가 마르는 듯한 느낌이 온다.
다음 회에도 ‘불량한 보이차’에 관한 이야기를 이어간다.
류광일(덕생연차관 원장)
류광일 원장은 어려서 읽은 이백의 시를 계기로 중국문화에 심취했다. 2005년 중국으로 건너가 상해사범대학에 재학하면서 덕생연차관 주덕생 선생을 만나 2014년 귀국 때까지 차를 사사받았다. 2012년 중국다예사 자격을, 2013년 고급차엽심평사 자격을 취득했다. 담양 창평면에 중국차 전문 덕생연차관(담양군 창평면 창평현로 777-82 102호)을 열어 다향을 내뿜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