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청일의 독서일기](43)전쟁을 위한 기도, 마크 트웨인, 돌베개

필자는 그 동안 책을 읽고 조금씩 메모해 온 내용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고 토론'하고자 글을 쓰게 되었다. 내용은 책 소개와 정리, 간단한 소감, 또는 깊이 있는 분석과 평가 등 책에 따라 달라진다. 읽기 편한 대화체 형식으로 서술하고 1차 목표는 100권이다. 100권을 쓸 수 있게 만드는 힘은 독자들과의 건강한 토론이라 믿고 있다. <편집자주>

전쟁을 위한 기도, 돌베개.
전쟁을 위한 기도, 돌베개.

 

 공리주의 가설 1. 철로를 이탈한 전차

 시속 100킬로미터로 질주하는 전차가 있는데 저 앞에 5명의 노동자가 작업을 하고 있다. 전차를 멈추려고 했지만 브레이크가 말을 듣지 않는다. 그때 오른쪽에 있는 비상 철로가 눈에 들어온다. 그곳에는 한 명의 노동자가 일하고 있다. 전차를 비상 철로로 돌리면 노동자 한 명은 죽지만, 5명의 노동자를 살릴 수 있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마이클 샌델, 김영사)

 공리주의 가설 2. 비행기 테러리스트

 어떤 테러리스트가 비행 중인 여객기에 시한폭탄을 설치해 놓고 동료 테러리스트의 석방을 요구하고 있다. 다행히 이 테러리스트는 비행기의 안전요원에 의해 제압되었으나 유감스럽게도 오로지 그만이 폭탄을 제거할 수 있다. 그러나 그 테러리스트는 시한장치를 제거하느니 죽음을 택하겠다고 고집하고 있다. 당신이라면 이 경우 테러리스트를 고문할 것인가?(○○ 대학 집단토론문제)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간혹 접하는 공리주의에 관한 문제들입니다. 다수의 행복을 위해 소수의 희생을 정당화하는 공리주의에 충실한 사람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까요? 공리주의 가설/문제는 ‘사고실험’ 차원에서는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다른 선택지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제한하고, 둘 중 하나만 고르게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공리주의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가설 1에서는 한 명을 죽이고, 가설 2에서는 테러리스트를 고문하는 게 다수의 행복을 위한 선택이라고 주장하겠지요.

 그러나 공리주의 가설에는 한계가 명확합니다. 선택의 불확실성이 빠져 있거나, 우연성을 배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노동자 스스로 회피하려는 노력을 고려하지 않고 있고, 테러리스트와 관계된 어떤 변화와 노력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거지요. 무엇보다 공리주의 가설은 한 명을 희생해야 다수가 행복할 수 있다는 결과중심적인 사고방식이 깔려 있습니다. 때문에 다수를 위해서라면 한 명이나 소수의 희생은 정당하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한 명의 희생을 정당화하는 그 논리가 사회 전체적으로 나쁜 결과를 만들어 내는 건 아닐까요? 사람을 수단화하거나, 생명을 경시하거나, 자기 멋대로의 논리를 만들어 행동하면서 정당하다고 우기거나, 사회적 약자에 대한 무시와 차별을 다수의 이익을 위해 어쩔 수 없다며 정당하다고 강요하는 사고 태도와 문화가 자리잡게 되지 않을까요? 무엇보다 심각한 건 힘을 가진 다수의 이익을 집단권리로 주장하면서 사회적 약자와 소수집단에 대한 보편적 권리를 부정하게 되지 않을까요?

 공리주의 이론은 이렇듯 현실과의 관계를 조금만 생각해 보아도 선뜻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점들이 있습니다. 개인과 가족의 경우도 그렇지만 국가와 민족이 처한 현실은 선택지가 둘만 있는 경우는 흔하지 않고, 몇 배 더 복잡한 역사적, 민족적, 정치적, 경제적, 지정학, 지경학적 맥락들이 다층적으로 겹쳐 있습니다. 다시 말해, 현실에서 발생한 문제들에는 다층적, 복합적 관계들이 응축되어 있으며 해법 또한 이것이냐 저것이냐의 이분법이나 양자택일 이외에 ‘제3의 선택지’ 또한 분명히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개인과 집단, 국가가 맞닥트린 ‘현실’에서는 다양한 맥락을 고려한 속에서 여러 선택지들 중 최선의 선택지를 고르면서도,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문제점들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하지만 세계적 경제위기가 장기화 되고 있는 현실에서 경쟁은 심화 되고 각자도생만을 추구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 많은 사람이 양자택일을 강요받고 있습니다. 적인지 아군이지 선택하게 하고, 문제제기와 비판을 배신이라 칭하고, 국민의 지지를 받은 우리가 절대 선이라며 우리에게 절대적인 지지와 충성을 해 달라고 선동합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는 국내, 세계 가릴 거 없이 히틀러와 같은 대중선동가들이 기성 정치인을 대신할 유능한 정치가로 선택되기도 합니다. 이들은 모두 기존의 사회적 제도와 각종 법률, 전문가들을 개혁의 걸림돌인 사회악으로 규정하며 우리만이 민족과 국가를 위하고, 통일과 애국 세력이며, 위기를 극복할 개혁의 적임자라고 자처합니다.

 경제위기와 정치위기, 인민주의가 횡행하는 국내, 세계 정세 속에서 공리주의 또한 서로 공명하다 보니 수많은 정치인, 정당, 사람들이 다수, 민족, 종교, 대의를 앞세우며 사회적 약자와 소수집단에 대한 폭력을 정당화하는 논리로 활용하기도 합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우려스럽게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도 이러한 경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모두 자신들의 ‘대의’인 자신들만의 국가를 세우기 위하여 상대를 박멸해야 할 ‘적’으로 규정하고 폭력 행사를 정당화합니다(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관련한 역사적 맥락과 네 번의 중동전쟁, 주변국들의 이해관계, 지정학, 지경학 관련한 정세 분석 등은 인터넷에 알기 쉬운 자료들이 많이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분명히 해야 할 점은, 하마스의 민간인 공격과 살해, 납치 행위는 어떠한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집집마다 다니며 아이들을 무자비하게 총으로 쏘고, 음악 축제에서 비무장 관중을 총으로 쏘며 수많은 가족을 인질로 잡아가는 행위는 무차별 살상 자체를 목적으로 여기는 근본주의 운동입니다. 때문에 하마스를 비난하지 않는 사람들은 치명적인 도덕적 실패를 범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를 인정하면서 그동안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와 서안지구에서 저지른 끔찍한 행동과 팔레스타인 공동체가 매일 당하는 굴욕적인 상황에 대해 외쳐야 합니다(Sasha Abramsky, The Nation, October 12, 2023).

 마찬가지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 또한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뉴욕타임즈(NYT)는 개전 이후 48일간 가자지구 민간인 사망자가 1만 명이 넘는다고 보도하였습니다. 과거 전쟁 사례 등과 비교해 볼 때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인한 사망자의 증가 속도는 21세기에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라고 합니다. 특히 어린이·여성의 숫자가 2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2년 동안 발생한 숫자의 2배 이상입니다. 전문가들은 아파트를 무너뜨릴 수 있는 2000파운드 크기의 초대형 폭탄을 인구 밀집 도심지에 사용하는 것은 과거 베트남전이나 2차 세계대전까지 거슬러 올라갈 정도라고 지적합니다(연합뉴스, 2023.11.26.).

 하마스 제거를 명분으로 가자지구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는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최대 의료시설인 알시파 병원을 포위 공격하면서 미숙아와 영유아, 중환자를 비롯한 수많은 사람을 죽게 하였습니다. 심지어 탈출하는 사람들에게도 총격을 가해 사살하기도 하였습니다(서울신문, 2023.11.12).

 이 때문에 그동안 UN에서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즉각적인 휴전을 결의하기도 하였고, 중동뿐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 시민들은 이스라엘에 대한 규탄과 함께 즉각 휴전을 요구해 왔습니다(파이낸셜 뉴스 2023.11.12.). 세계 여러 나라 정상들 또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민간인을 집단적으로 처벌하는 것은 ‘전쟁범죄’이자 ‘대량학살’이라고 비판하기도 하였습니다(서울신문, 2023.11.22.).

 오늘은 이처럼 참혹한 전쟁을 앞에 두고 “미국 문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마크 트웨인의 ‘전쟁을 위한 기도’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작품에 얽힌 뒷이야기 또한 생각거리를 주고 있는데, 거장이 주는 전쟁에 대한 풍자의 의미가 오늘날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바라보는 데에도 유의미하다고 생각합니다.

마크 트웨인(위키백과).
마크 트웨인(위키백과).

 마크 트웨인과 작품 배경

 “모든 미국의 현대문학은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 핀의 모험’으로부터 나왔다. 그전에는 아무것도 없었고, 그 후로도 없었다”(어니스트 헤밍웨이).

 “미국 문학의 아버지”(윌리엄 포크너)로 불리는 마크 트웨인은 우리 사회에 ‘톰 소여의 모험’, ‘허클베리 핀의 모험’으로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마크 트웨인, 나무위키), 그런데 헬렌켈러와 아인슈타인처럼 그의 말년의 삶에 대해서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말년의 마크 트웨인은 제국주의와 전쟁에 반대하는 열성적인 사회운동가로 활동하였는데, 1901년부터 1910년 사망할 때까지 뉴욕 반제동맹의 부의장으로 활동하기도 하였습니다(작품 작가소개).

 ‘전쟁을 위한 기도’는 미국-필리핀 전쟁이 배경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1898년 스페인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미국은 스페인과 파리강화조약을 맺고 2000만 달러로 필리핀을 매입하여 식민지로 삼으려 하였습니다. 당시 필리핀 사람들은 스페인에 맞서 해방을 쟁취하였고, 제1공화국을 세웠지만 미국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미국-필리핀 전쟁이 발생하였습니다. 1899년 시작하여 1902년 전쟁이 끝날 때까지 100만 명 이상의 필리핀 사람들이 학살되었다고 합니다(미국-필리핀 전쟁, 위키백과).

 마크 트웨인은 미국이 필리핀에 군대를 파병할 때만 해도 스페인으로부터 필리핀을 독립시키려는 전쟁으로 여겨 환영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미군이 필리핀 현지 주민들을 학살하는 행태에 분노를 느끼고, 미국을 ‘학살자’라며, 호된 비난을 쏟아냈습니다. 때문에 이 작품은 미국에서 24년간이나 출판이 금지되었다가 1923년에서야 비로소 출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마크 트웨인, 나무위키).

 출판 금지와 관련된 에피소드가 엘버트 비걸로 페인이 쓴 전기문 ‘마크 트웨인’에 실려 있기도 한데, 이 책 앞부분에 한 페이지 정도 관련 내용이 실려 있기도 합니다. “신성모독으로 몰릴 것이라며 다들 출판을 만류하더라”는 이야기. 현대 사회에 웬 신성모독, 할 수도 있지만 기독교 국가인 미국을 고려해 보면 이해할 법도 합니다.

 ‘전쟁을 위한 기도’는 몇 분 만에 읽을 수 있는 아주 얇은 책인데, 다소 긴 기도문으로 볼 수 있습니다. 기도문 내용에 맞게 삽화를 그려 넣어 의미 전달을 돕고 있습니다. 하나의 기도문이지만 내용을 보면 크게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세 부분에 각각 소제목을 붙이고 중요한 부분을 간략하게 인용하며 풀어보겠습니다.

본문 삽화 중.
본문 삽화 중.

 [전쟁을 독려하는 가족과 시민들]

 “거대한 흥분이 들끓어오르는 시대였다. / 이 나라는 총을 들었다. / 전쟁이 시작되고 / 모두의 가슴 속에 / 애국의 성화가 타올랐다./ …. / 새 군복을 차려입은 늠름한 젊은이들이 / 의기양양하게 나아갈 때 / 우쭐해진 아버지와 어머니 / 누이와 연인들은 / 벅찬 감격에 목이 메어 / 소리소리 지르며 사기를 북돋았다.

 / …. / 교회에서는 목사들이 / 듣는 이의 가슴을 뒤흔드는 / 열변을 토하여 / 국기와 조국에 헌신할 것을 역설하고 / 전쟁의 신을 불러 / 대의를 이루도록 도와달라 간청했다. / 진정 기쁘고 은혜로운 시대였다.”

 그런데 과연 이런 분위기에 문제제기를 하는 사람은 없었을까요? 풍자의 거장이기도 한 작가는 이를 어떻게 표현했을까요?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이 / 감히 전쟁에 반대하며 / 그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했으나 / 곧바로 / 엄중하고 분노에 찬 경고를 받고는 / 일신의 안전이 염려되자 / 금방 움츠러들어 자취를 감추고 / 다시는 어기대지 못했다.”

 

본문 삽화 중.
본문 삽화 중.

 [긴 기도의 요지]

 연단에 선 목사가 전쟁과 군인, 국가를 위해 기도를 합니다. 기도는 길게 이어지는데 작가는 ‘긴 기도’의 요지를 간략하게 제시합니다.

 “늘 자애로우시고 관대하신 / 우리 모두의 아버지시여! / 우리 귀한 병사들을 지켜주시고 / …. / 이들이 적을 쳐서 무찌르도록 도우시어 / 이들과 / 이들의 깃발과 조국에 / 불멸의 명예와 영광을 주시옵소서.”

 이때 한 노인이 등장하여 눈을 감고 기도하는 목사에게로 걸어갑니다. 예배당 안의 누구도 제지하지 못하고 놀라서 지켜보기만 합니다. 목사 옆에서 기다리던 노인은 마침내 목사가 기도를 끝내자 팔을 뻗어 목사에게 비켜달라고 합니다. 놀라워하는 목사를 뒤로 한 채 연단에 섭니다. 그리고 쏟아내는 그의 첫 마디에 예배당 안은 충격에 휩싸이게 됩니다. “나는 높은 보좌에서 내려왔노라. / 전능하신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러!”

 이어지는 노인의 말에 신자들은 더욱 놀랍니다. “그 기도는 하나인가? / 아니라, 둘이니라. / 하나는 말로 하고 하나는 말로 하지 않은 것뿐이니라. …. / 나는 하나님으로부터 / 나머지 부분을 말로 옮기라는 사명을 받았노라.”

 “들어보라!”로 시작하는 노인의 말은 예배당 안의 사람들이 애써 생각하지 않으려 하고, 인정하지 않는 보이지 않던 기도의 이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본문 삽화 중.
본문 삽화 중.

 [말로 하지 않은 숨겨진 기도문 내용]

 “오 주여, 우리 아버지시여! / 우리의 젊은 애국자들이 / 우리의 사랑하는 용사들이 / 전장으로 나가나이다 / 이들과 함께 하소서! / … / 우리를 도우시어 / 우리의 포탄으로 / 저들의 병사들을 /갈기갈기 찢어 / 피 흘리게 하소서. / … / 저들의 청명한 벌판을 / 저들 애국자들의 / 창백한 주검으로 뒤덮게 하소서. / … / 저들의 부상병들이 / 고통으로 몸부림치며 / 내지르는 비명 속에 잠기게 하소서. / … / 저들의 누추한 집들을 잿더미로 화하게 하소서. / … / 저들의 죄 없는 과부들이 / 비통에 빠져 / 가슴 쥐어뜯게 하소서. / … / 저들이 집을 잃고 / 어린 자식들과 함께 / 흙바람 이는 황폐한 땅을 / 의지가지없이 떠돌게 하소서.

 / … / 누더기를 걸친 채 / 굶주림과 갈증 속에서 / 여름에는 / 이글거리는 태양에 /겨울에는 / 살을 에는 한풍에 / 노래기가 되어 / 영혼은 찢기고 / … / 저들의 생명을 시들게 하시고 / … / 저들의 눈물로 저들의 길을 젖게 하시고 / 저들의 상처투성이 발에서 / 흐르는 피로 / 흰 눈을 얼룩지게 하소서.”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기도문의 숨겨진 의미를 노인의 목소리로 확인해 보면, 놀랍기 그지없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바라는 모든 기도문에는 노인이 말하는 거처럼 “너희 작물에 물이 필요하여 / 비를 내려달라고 빌면, / 이웃의 작물에는 / 화를 청하는 결과가 될 수” 있겠지요.

 하지만 어느 누가 우리가 하는 기도에 그런 내용이 있다고 인정하겠어요? 상대방과 상관없이 우리에게만 그런 복을 달라고 했다고 강변을 하겠지요. 우리를 어떻게 보느냐고. 노인이 기도의 이면을 밝히고 나서, “너희는 이렇게 기도했느니라” 말했을 때, 사람들은 어떻게 반응했을까요? 마크 트웨인이 풍자의 대가라는 게 여실히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사람들은 그이를 미치광이라고 생각했다. / 그가 한 말이 너무나 터무니없었기 때문이다.”

 소크라테스의 ‘동굴의 우화’가 가르치는 지혜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11월 24일부터 나흘간 휴전을 하며 인질 50명과 팔레스타인 수감자 150명을 순차적으로 석방하기로 합의하였습니다. UN과 세계 정상들, 그리고 수많은 세계인들이 주장하고 외쳐온 게 드디어 결실을 맺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하마스와 휴전 중에도 서안지구를 공격하여 어린이를 비롯하여 8명의 팔레스타인인을 살해하였습니다. 개전 이후 이스라엘은 전쟁 지역이 아닌 서안지구 난민촌과 마을을 공격하였는데, 이로 인해 약 230명의 서안지구 팔레스타인들이 이스라엘 군대와 정착민들에게 살해되었고, 약 2,000명 이상 체포되었습니다(경향신문, 2023.11.26.).

 뿐만 아니라 휴전으로 인질과 수감자를 맞교환하는 와중에도 이스라엘은 휴전이 끝나면 가자지구 공격을 즉시 재개하겠다는 입장을 반복적으로 주장하고 있습니다(한국일보, 2023.11.26.). 이 때문에 “하마스도 싫지만 이스라엘은 더 싫다”(신동아 2023.11.22.)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플라톤은 ‘국가론’에서 소크라테스의 그 유명한 ‘동굴의 우화’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죄수들이 밧줄에 묶여 고개를 돌리지 못하고 앞쪽의 벽면에 비친 그림자만 볼 수 있는데, 그들은 그것을 진짜라고 믿는다고. 그중 한 명에게 밧줄을 풀어주고 동굴 밖으로 나가보게 했는데, 태양 아래 밝은 세계를 본 죄수는 동굴로 다시 돌아와 다른 죄수들에게 지금 보고 있는 건 그림자일 뿐이고, 진짜는 동굴 바깥에 있다고 설득합니다. 하지만 모든 죄수들은 오히려 그 죄수를 어리석다고 비난합니다.

 소크라테스가 말한 ‘철학자’의 역할을 오늘날 사람들은 ‘깨어 있는 시민’으로 이해합니다. 자신이 보고 알고 있는 게 진짜인지, 돌아 보고, 회의하면서, 성찰의 힘, 이성의 힘을 믿고 스스로 동굴을 빠져나오려는 용기를 내어 보는 것. 그래서 뒤돌아 동굴을 빠져 나오려는 결단을 내리고 행동하고 실천하는 사람을 우리는 “깨어 있는 사람”, “행동하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지고 있는 “극단적인 폭력”에 맞서 항의하고 싸우면서 휴전을 이끌어 낸 거처럼 “전쟁 중지”와 “평화 공존” 또한 세계인의 연대를 통해 가능하겠지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어느 한쪽의 절멸이 아닌, ‘두 국가 해법’을 통한 평화 공존을 위한 노력은 세계 어느 곳에 있더라도 깨어 있는 사람으로서 해야 할 몫이겠지요.

 백청일(논술학원장)

■ 참고문헌
 마크 트웨인, 전쟁을 위한 기도, 돌베개, 2003.
 마이클 샌델, 정의란 무엇인가, 김영사, 2010.
 마크 트웨인, 나무 위키. 
 미국-필리핀 전쟁, 위키백과
 “가자지구 여성, 아동 최소 1만명 사망 … 우크라 2년 전쟁의 2배”, 연합뉴스, 2023.11.26.
 “미숙아, 중환자 죽어 나가, 탈출하려는 이에게도 총격” … 생지옥 알시파 병원, 서울신문, 203.11.12.
 이스라엘군 수장 “일시휴전 끝나면 가자 공격 즉시 재개”, 한국일보, 2023.11.26.
 이스라엘군, 휴전 중에 서안지구서 작전… “8명 사망”, 경향신문, 2023.11.26.
 이-하마스, 48일 만에 시한부 휴전 … 인질, 수감자 맞교환도 이뤄져, 경향신문, 2023.11.25.
 전세계 곳곳 팔레스타인지지 시위 … 런던 30만명 참여, 파이낸셜 뉴스, 2023. 11.12.
 푸틴 “이게 다 미국 때문, 가자지구 전쟁 멈춰라”… 브릭스 특별정상회의, 서울신문, 2023.11.22.
 “하마스도 싫지만 이스라엘은 더 싫다”, 신동아, 2023.11.22.
 Sasha Abramsky, The Catastrophic Moral Failing of Those Who Won’t Condemn Hamas, The Nation, OCTOBER 12,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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