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감 혹은 정의의 감정에 대하여

픽사베이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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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감은 자기 자신이나 자신이 공감하는 사람들에 대한 상해나 피해를 물리치거나 그것에 대해 보복하고자 하는 동물적 욕구가 인간의 확대된 공감 능력과 인간의 지성적인 자기 이익의 관념에 의해서 모든 사람을 포괄하도록 확대된 것이다. 정의감은 우리에게 해를 입히는 해악들에 대해서 지성과 공감의 능력이 적용되어 발생하는 자연적인 보복 혹은 복수의 감정이다.”

 정의감 = 동물적인 요소 + 이성적인 요소의 결합 감정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은 <공리주의>라는 책에서 정의와 정의감의 문제를 꽤 많은 지면을 할애하여 논의한 바 있다.

 밀의 분석에 따르면 정의감 혹은 정의의 감정은 본질적으로 두 가지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그 하나는 처벌의 감정인데, 즉 해악을 가한 사람은 마땅히 처벌해야 한다는 감정이고, 그 다른 하나는 해악을 당한 사람, 피해자가 있다는 점이다. 처벌의 감정은 자기방어적인 충동과 동료 피해자에 대한 공감의 감정이다. 이러한 감정은 어쩌면 매우 자연스러운 감정이며 본능을 닮은 감정이라고 하겠다. 피해를 입은 동료에게 갖는 연민과 연대의 감정은 인간만의 것은 아니다. 그것은 감각능력과 의식능력을 가진 동물들에게도 공통된 본성이다. 그러나 인간은 동물들과는 또 다른 차원에서 행위 하는 존재다. 인간은 발달된 지성과 더 넓은 공감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능력으로 인해 인간은 개인의 이익을 넘어서 타인의 이익을 고려하고 나아가 사회 전체의 이익과 선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갖게 된다. 정의감은 분노, 그리고 보복과 복수의 자연적인 감정이지만, 그것이 도덕화 과정을 거치면 사회적 감정으로 진화한다. 말하자면 정의감은 동료 인간과 하나가 되고자 하는 사회적 감정에 의해서 사회 전체의 선과 일치하는 방향에서 작용하게 된다. 한마디로 말해서 정의감은 인간의 확대된 공감 능력과 인간의 지성능력으로부터 도덕성을 이끌어내고, 복수하고자 하는 욕구로부터 그 감정의 특유한 강렬함과 동력을 이끌어 낸다.

 정의감은 그릇됨과 해악에 반응하는 감정이다.

 정의감은 그릇됨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감정이다. 우리가 어떤 것을 그르다고 부를 때, 그 의미는 그릇됨을 행한 사람은 어떤 식으로든 처벌을 받아야 함을 의미한다. 법에 의해서가 아니라면 동료 인간들에 의해서, 동료 인간들에 의해서가 아니라면 그 자신의 양심의 가책에 의해서 마땅히 처벌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의감은 해악에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감정이다. 해악 금지의 도덕 규칙들은 인간의 복지와 자유를 위한 가장 중요한 도덕 규칙들이다. 아니 어쩌면 그것은 인간의 복지와 사회적 감정의 전부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라고 하겠다. 해악 금지의 규칙들의 준수만이 평화를 보존하고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를 보장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모든 사람들은 서로 간에 잠재적인 적으로 생각될 수밖에 없다. 이 점을 밀은 이렇게 강조한다. “어떤 사람이 인류 사회의 일원으로 살기에 적합한지는 그가 해악금지의 규칙을 준수하는지 여부에 의해서 검사되고 결정된다. 왜냐하면 그 사람이 그와 교류하는 사람들에게 해가 되는 존재인지 아닌지가 그것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정의감의 특별한 동력은 무엇보다도 안전에 대한 이익관심이다

 정의감의 특별한 동력은 안전에 대한 이익관심이다. 안전에 대한 관심과 요구는 도덕적 정당성과 강렬한 정의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핵심적인 요소다. 안전에 대한 이익은 모든 이익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이익이다. 세상의 모든 다른 이익들 중에서 많은 것들은 기꺼이 포기되거나 다른 것으로 대체될 수도 있다. 그러나 안전만은 그렇지 않다. 안전은 다르고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왜냐하면 안전은 무한하고 절대적이어야 하며, 또 모든 고려 사항과도 비타협적이어야 한다는 점을 그 특징으로 삼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도 안전 없이는 살 수 없다. 인간의 삶을 지속적으로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모든 것들, 그리고 모든 가치 있는 것과 모든 좋은 것들이 바로 안전에 그 기초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안전은 우리 몸에 영향을 공급하는 것 다음으로 가장 중요한 요소다. 그래서 안전의 장치와 체계가 지속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안전은 확보될 수 없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안전에 대한 관심과 요구는 다른 무엇과 바꿀 수 없는 강렬한 감정을 촉발한다.

 정의는 가장 신성하고 구속력이 있는 도덕적 의무다

 정의를 다른 어떤 도덕적 의무들보다 더 높게 평가하고 더 강렬한 감정의 대상으로 만드는 것은 다름 아닌 정의의 개념 속에는 들어 있는 원리들 때문이다. 각자에게 응분의 몫을 주어야 한다! 악에는 악으로, 선에는 선으로 갚아라! 정의는 인간의 삶을 지도하는 다른 어떤 규칙보다도 인간의 행복과 복리 실현에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 말하자면 정의는 다른 어떤 종류의 도덕적 의무들보다도 훨씬 더 중요한 명령이고 특별한 사회적 공리에 속한다. 한마디로 말해서 정의는 모든 도덕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고, 가장 신성하고 구속력 있는 도덕적 의무다.

 정의의 기준에 알맞도록 모든 제도들이 만들어져야한다

 이상적인 인간사회를 꿈꿨던 철학자 밀의 생각과 주장을 오늘 다시금 새롭게 음미해 본다. “우리는 우리들 가운데 평등하게 잘 대접받을 응분의 자격이 있는 사람들을 평등하게 잘 대우해야 하며, 사회는 사회에서 평등하게 잘 대우받을 응분의 모든 사람들을, 즉 절대적으로 평등하게 잘 대우받을 응분의 자격이 있는 모든 사람들을 평등하게 잘 대우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사회 정의와 분배 정의의 최고의 추상적 기준이다. 가능한 한 최대한 이 기준에 알맞도록 모든 제도들이 만들어져야 하고, 또 모든 유덕한 시민의 노력이 이루어져야 한다.”

김양현 교수

·전남대 철학과 교수

·한국철학회 회장

·유튜브 ‘철학TV’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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