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중국차 茶](34) ‘불량한 보이차’ 이야기(下)- 폭탄 돌리기
지금은 우리나라 보이차 시장은 속칭 ‘촉’이 빠르거나, 차에 대해 좀 아는 사람들은 서로가 ‘눈 가리고 아웅’ 하면서 ‘불량한 보이차’를 새로운 호구들에게 떨어내고 있다. 이곳 호남권에도 모 대학 차 학과의 박사 학위 소지자, 모 사이버대학의 동문, 국내 최대의 인터넷카페에서 고수로 소문난 사람들…. 이 모두가 허구의 존재에 대해 스토리텔링을 꾸미고, 그럴듯한 각색을 해서 북 치고 장구 치는 사기행각에 뛰어든 도적의 무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33)‘불량한 보이차’ 이야기(中)]숙차·생차 모두 화공약품차 등장
사실 이미 ‘불량한 보이차’에 수억 혹은 그 이상에 달하는 금전을 허비한 사람들에게 이 글은 무용지물이다. 이미 자기가 투자한 돈이 얼마인데, 속된 말로 “돈 쓰고 바보 되는” 상황을 달가워할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오직 이 글의 효용이 닿는 사람은 차에 갓 입문했거나, 입문을 준비하는 부류들이다. 부디 이 글을 보고 마지막 폭탄을 떠안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 아래에 몇 가지 사례를 들어 과거 우리나라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났었는가를 살펴보고 타산지석으로 삼도록 하자.
▲ 사례 1: 보이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예전에 TV 뉴스에 자주 오르내렸던 “농약 보이차” 뉴스를 들어봤을 것이다. 시곗바늘을 과거로 되돌리면 당시 커피와 자웅을 겨루던 보이차의 판매량이 증가추세가 보이면 어김없이 “농약 보이차” 파동이 터져 성장에 찬물을 끼얹고는 했다.
그렇다면 그와 같이 문제 있는 차들을 유통했던 “OO도사”와 그와 관련된 업자들이 식약처 단속에 걸려 몰수 폐기당한 차가 그것뿐이었을까? 그로부터 십수 년의 세월이 흘렀으니, 지금도 어디에선가는 “진년보이차” 혹은 “노보이차”의 타이틀을 달고 어리숙한 소비자를 기다리고 있지는 않을까?라는 합리적인 의심을 떨칠 수가 없는 것이다.
▲ 사례 2: 십여 년 전 화순 모 지역의 폐교에서 운영되던 ‘차박물관’을 기억하시는가? 필자도 중국에서 공부하던 시절 지인의 권유로 들러 본 적이 있다. 아직도 뇌리에 깊게 남아있는 것들 가운데 하나는 그곳 2층 전시실의 유리 상자 안에 들어있던 푸른곰팡이가 차의 표면을 가득 덮은 금과공다(金瓜貢茶)였다.
사례 1과 2를 경험한 사람들은 이야기해 보시라.
- 그곳에서 파는 차들은 모두 어떤 차였는가?
- “우리 차는 우려낼수록 맛이 좋아진다”라며 습창차를 보약이라도 되는 양 약을 팔아대던 자칭 박물관장의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 “정말 좋은 차를 파는 곳이 있다”라고 말하며 적당한 허영심에 물든 호구들을 그곳으로 잡아 이끌던 한국의 차 전문가들은 누구였는가? 심지어는 아직도 현직에 큰기침하며 앉아 있지 않은가?
물론 이러한 일들은 관련 정보가 전무하다시피 했을 적에는 일어날 수도 있다 치자. 그러나 후일 여러 객관적인 근거와 상식에 의해 그때 사라고 권했던 보이차들은 “절대 먹어서는 안 될 물건”이라는 사실이 조금씩 알려지고 있는 이 시점에도 폭탄 돌리기에 일조하고, 혹세무민에 여념이 없는 그들을 어찌 전문가라 부를 수가 있겠는가.
지난 과거의 일들을 이야기하자면 사흘 밤낮을 지새워도 모자랄 것이다. 이번에는 머지않은 미래에 일어날 일에 대해 말해보고자 한다.
▲ 얼마 지나지 않은 시일 내에 광주의 모처에서 외지의 S 업체에서 은퇴 고별전이라는 형식을 빌려 ‘폭탄 돌리기’를 시전할 모양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차를 가져다 팔지는 나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그 업체의 과거 행적들을 보면 앞으로 어떠한 차들을 내다 팔지 대략 짐작이 가지 않겠는가.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그러나 어쩌면 모두가 자기 인연 따라 사는 것이리라.
다른 사례로 많은 보이차 상인들의 견강부회(牽强附會)를 보자.
한국의 상인들은 습창차를 팔면서 “과거 제습 설비를 못 갖췄던 시절에 홍콩이나 광동 등지의 덥고 습한 지역에서 보관된 차는 어쩔 수 없이 습(濕)을 먹을 수밖에 없었으니, 이러한 차들은 습창차에서 제외해야 한다”라고 말한다.
과연 이 말이 옳은가?
한마디로 말하자면 어불성설이다. 썩은 차는 썩은 차일 뿐이다. 상인이라는 직업이 본래가 적당한 허풍과 간교한 술수를 통해서 소비자의 주머니 터는 것는 것을 다반사로 여기다 보니 과거 봉건시대의 계급체계인 사농공상(士農工商) 가운데서 가장 아래에 있는 것이 아니던가.
필자가 소장하고 있는 진품과 포장은 완벽히 같으나 내용물은 완전 딴판이다. 이 차의 포장지를 인쇄하던 당시에 누군가가 여분의 포장지를 더 인쇄해서 후일 모조품을 만들 때 사용했다는 방증이다. 포장지로만 차의 진위를 판단하려는 한국의 차인들에게 큰 경종을 울리는 경우이다.
금년 봄에 전화해서 N의 책임자랑 이러한 문제에 대해 알려주려 했으나, 하부에서 책임자급과의 대화를 거절당했다. “N에서는 유통만 시킬 뿐 품질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는다”라고 공지했다는 이유 때문이란다. 지금도 이 차의 이름 “대마방1호”로 검색하면 말도 안 되는 설명과 함께 팔리고 있다. 현대 문명사회에 이르러서도 악화는 끊임없이 양화를 구축한다.
차는 어떤 상황에서도 마시는 사람을 불편하게 해서는 안 된다. 산지의 기후와 토양 환경부터 시작해서, 차나무에서의 채엽을 거쳐, 제다·보관에 이르기까지 소비자의 손에 들어오는 모든 과정 중에 단 한 가지라도 잘못이나 착오가 생겨서는 안 된다. 그런데도 사탕발림에 넘어가 제 몸 상하는 줄도 모르고, 지푸라기 썩은 곰팡냄새를 맡으며 “오래된 보이차를 마신다”라고 즐거워하는 호구의 모습은 중국의 문호 노신의 소설 아큐정전(阿Q正傳)에 등장하는 아둔하고 변화를 거부하는 어리석음의 상징인 아큐(阿Q)와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우리 속담 하나로 습창차와 화공약품차를 정리하자면 “개 꼬리 삼 년 두어도 황모 못 된다”이다. 이런 차를 정상적인 차와 같이 두면 근묵자흑(近墨者黑)의 결과가 나타난다.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의 고사는 차에도 적용된다. 나쁜 친구랑 같이 어울려서는 좋을 일이 하나도 없음은 만고불변의 진리이다.
할 말은 많다. 하지만 가장 먼저 시정되어야 할 것은 소비자들이 먹어서는 안 될 차를 좋은 차로 여기면서 ‘폭탄을 들고 즐거워하다 자기 손에서 그 폭탄이 터지는’ 우를 범하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류광일(덕생연차관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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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광일 원장은 어려서 읽은 이백의 시를 계기로 중국문화에 심취했다. 2005년 중국으로 건너가 상해사범대학에 재학하면서 덕생연차관 주덕생 선생을 만나 2014년 귀국 때까지 차를 사사받았다. 2012년 중국다예사 자격을, 2013년 고급차엽심평사 자격을 취득했다. 담양 창평면에 중국차 전문 덕생연차관(담양군 창평면 창평현로 777-82 102호)을 열어 다향을 내뿜고 있다.
